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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Math
211.249.225.103 (토론)님의 2006년 5월 29일 (월) 22:49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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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터가 죽었다. 데스크 탑이. 죽었다. 죽었다? 컴터가? 오늘 하루도 나는 이름을 쓰지 않고 하루를 살아냈다. 호라고 할만한지는 않지만, 바보라는 호를 하나 지어본다. 바라보기이기도 하고 바보라고 여겨질 만큼 낮추기... 근데 이게 될 것 같지 않다. 나는, 아프게, 나를 안다.

컴이 죽으니 덕분에 다른 일을 많이 하게 된다. 오늘은 살로, 소돔 120일을 다시 보았다. 그러니까, 이게 몇 년만인가? 그때 대학때 말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대학원 첫해인 것 같기도 하다. 아! 대학원때였던 것 같다. 노어노문과가 처음 생기고 거기 영화써클 '지즌' 이라는 것이 생겼다.

이 영화써클을 만든 건 1학년으로 89학번인가 하는 몇수 했다는 녀석이 광주에 영화관 하는 분의 자제였다나? 그 녀석은 마치 미숙한 영화감독처럼 부시시한 캡모자에 헐렁하고 주머니 많은 조끼를 하고 한 손엔 시나리오인 듯 보이도록 생겨먹은 종이다발을 둘둘 말고 다니곤 했다.

사실, 나는 그를 모른다. 단지 영화써클 '지즌'(이건 러시아 말로 '삶'이란 뜻이라는 걸 나도 이제는 안다) 은 부지런히 영화제를 개최했는데 어디서 그렇게 희한한 Video를 구하는지... 기억으로 '성과 폭력'이라는 주제로 영화제를 했다. 아? 그런데 이 영화제를 '지즌'이 주최를 했던가, 총여학생회에서 주최를 했던가, 아니면 다른 어떤 단체? 생각해들어가니 마구 헷갈린다. 아무튼 하나는 정확히 기억난다. 그 영화는 소위 '잠기원 기념관'으로 불렸던 '장기원 기념관'에서 했다.

도서관 뒤 이과대학 앞 조그만 건물이었는데 지금도 있을려나? 그 건물에서 크지 않은 특별강좌나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거기서 보았던 것 중 기억에 남은 것은 '사회주의의 종말'이었나? '사회주의는 종말하였는가'라는 주제였던가? 90년대 소련이 해체되며 혼란한 시기를 반영하는 주제여서 그랬는지 사람들이 복작거렸다. 교수들이 모여 토론을 했는데 기억나는 것이라곤 오세철 교수께서 '왜 사회주의의 종말을 이야기하나, 중국사회주의를 보라, 개혁해가며 사회주의를... '어쩌고저쩌고 했다. 이제 만나 같은 질문을 하면 무슨 말씀을 하실까? 조금만 더 옆길로 새어 이 문제를 더 말하고 싶지만 그건 너무 멀리가는 것이다. 어디선가 또 말할 기회 있겠지.

아무튼 잠기원기념관엔 제법 사람이 많았다. 다른 영화들도 여럿 보았고 거기 영화들은 다 보다시피 했다. 그런데 뚜렷하게 기억에 남은 것은 이것 하나다. 파졸리니 라는 그때로서는 처음 듣는 이탈리아 영화감독이었다. 영화가 끔직할 만큼 잔혹하고 지저분하다고 사람들에게 미리 경고를 해서 그런지 사람들이 더 많았다. 충격이었다. 뭐 저런 영화가 다 있지? 소년들의 성기가 뚝 발가져 나오고 소녀들도 막 부풀어오르는 몸뚱아리를 드러내기 일쑤인 건 사실 그때 문화로는 놀라운 것이었지만 대단할 건 아니었는데, 영화가 진행되어 갈 수록, 미치광이들(처럼 보였던) 발작, 그러다가 똥과 오줌이 한판 퍼질러 나오고 그걸 사람들이 먹고, 똥으로 만찬을 하고... 우에엑! 사람들이 하나둘 나가기 시작했다. 점점 저 많아졌다. 영화가 종반으로 갈수록 보는이의 마음을 깨진 유리로 긁어버리는 심산인지 ... 온갖 고문들에 피가 화면을 채웠다. 머리가죽을 벗기고 혀를 잘라내고 눈을 지지고 도려냈다. 비디오를 화면을 키워보았고 마침 일본 자막이 옆에 함께 있어서 화면이 많이 거칠어서 그나마 나았다고 해야할까?

십수년이 지나도록 그 영화는 잊혀지지 않았다. 그런데 그 영화가 부산 씨네마떼끄의 이번 영화제 월드시네마 3에 들어있다. 안볼 수 없지. 아무리 컴이 죽어 있어도 비가 주룩주룩 내려도 안가볼 수 없지. 일하다 말고 벌떡 일어서서 며칠 감지 않은 머리를 캡모자로 가리고 비옷을 입고 두두둑 뛰어 나갔다.

써보자.

파졸리니 영화 <살로, 소돔 120일>을 보았다. 다음 영화도 보았다. 뭐였더라, 다음 영화가. 생각이 안난다. 잠깐..

아, 장 르느와르의 30년대 초반 영화 <익사 직전 건져진 부뒤>를 보았군. 부뒤라는 거렁뱅이가 개랑 같이 공원에서 살다가 개가 도망쳐 쫒아다니다 물에 빠져 죽을 뻔 해. 영화는 사실 헌책방을 하는 중산층 레스티노이 씨 집으로 시작해서 거기가 영화의 주요 배경인데... 뚱뚱한 중년 레스티노이는 아이없이 아내와 젊은 하녀와 산다. 젊은 하녀랑 바람난 이 아저씨는 너그럽고 얽매이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며 인정이 많다. 망원경으로 길 구경을 하다가 술취해 에 빠져 익사하려는 부뒤를 구해 집으로 데려와 짠해서 먹여주고 재워지고 한다. 하지만 부뒤는 적응을 못한다. 씻으라니 씻긴 하지만 온 집안을 헤집고 제멋대로다. 그러나 대낮, 무언가 불만에 차 살며 말이 많은 레스티노이 부인과 자고 그녀의 애정공세를 받는다. 부뒤는 그야말로 제 멋대로여서 하녀와도 희롱을 주고 받는다. 그러다 레스티노이 씨가 준 복권이 당첨이 되어 한순간에 부자가 되고 그것으로 하녀와 결혼식을 하게 되는데, 결혼식날 뱃놀이를 하다 또 물에 빠져 흘러가 버린다. 물에 빠져버린양 흘러가다 나와 허수아비의 옷으로 갈아입고 또 술취해 공원으로 노래 춤을 추며 들어간다.

장 르느와르 영화를 여럿보았는데 전쟁을 배경으로 긴장감이 흐르는 것도 있고 영화사에 남는 걸작들도 있었고 말이 많고 코믹한 것들도 있어 참, 이 사람은 누구일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는데 이 영화는 가벼운 터치 같은 영화다. 아마 초기작이 아닐지. 흑백 화면에 뿌연 화면이지만 실내에서 사람들이 오고가고 하는 소동들이 일어나 깊은 맛 보다는 재미안 옛이야기를 듣는 듯한 기분으로 보았다. 거기 나온 사람들이 누구도 정형화되지 않고 실제 살아가는 사람들 처럼 자연스런 캐릭터 들이면서도 중산층을 비웃는 듯한 느낌이 난다. 30년대 초반이라 연극같은 느낌이 물씬 풍겼다.

이 영화 재미있게 보았지만, 사실, '소돔 120일' 때문에 짓눌려 있었다. 르느와르의 부뒤씨가 아무리 소동을 벌이고 더러 킥킥 웃기도 했지만 버스를 타고 집에 들어오면서도 어깨를 짓누르는 무게를 견디기 힘들었다.

파졸리니의 영화 소돔 120일은 앞에서 말했듯 사실 대학 다닐 때 보았다. 충격적이라 세월이 제법흐르고 숱한 영화들을 그 뒤로 보았지만 잊혀지지 않고 생각나는 장면들이 많았다. 다시 보니 역시 조연들 얼굴까지 한눈에 알아보겠더라.

어? 할 일이 생각났다. 이 영화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쓰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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