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426-2

DoMath
Parha (토론 | 기여)님의 2006년 4월 28일 (금) 13:24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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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이 왔다. 펼쳐들어 이 놈 저 놈 읽어본다. 이 놈이 저 놈이고 저 놈이 이 놈 같던데 읽고 또 읽고 그랬더니 이 놈은 이 놈이고 저 놈은 저 놈인데, 다 잡놈들이다. 마음에 든 시들이 여럿 있어 여기 옮겨 적어 나의 오늘을 잊어보리라. 함민복눈물은 왜 짠가 부터.


눈물은 왜 짠가



지난 여름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갈 곳이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에 모셔다 드릴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차시간도 있고 하니까 요기를 하고 가자시며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한평생 중이염을 앓아 고기만 드시면 귀에서 고름이 나오곤 했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나를 위해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시는 마음을 읽자 어머니 이마의 주름살이 더 깊게 보였습니다 설렁탕집에 들어가 물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습니다
"더울 때일수록 고기를 먹어야 더위를 안 먹는다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 고깃국물이라도 되게 먹어둬라"
설렁탕에 다대기를 풀어 한 댓 숫가락 국물을 떠 먹었을 때였습니다 어머니가 주인 아저씨를 불렀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뭐 잘못된 게 있나 싶었떤지 고개를 앞으로 빼고 의아해하며 다가왔습니다 어머니는 설렁탕에 소금을 너무 많이 풀어 짜서 그런다며 국물을 더 달라고 했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흔쾌히 국물을 더 갖다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주인 아저씨가 안 보고 있다 싶어지자 내 투가리에 국물을 부어주셨습니다 나는 당황하여 주인 아저씨를 흘금거리며 국물을 더 받았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넌지시 우리 모자의 행동을 보고 애써 시선을 외면해주는 게 역력했습니다 나는 그만 국물을 따르시라고 내 투가리로 어머니 투가리를 툭, 부딪쳤습니다 순간 투가리가 부딪히며 내는 소리가 왜 그렇게 서럽게 들리던지 나는 울컥 치받치는 감정을 억제하려고 설렁탕에 만 밥과 깍두기를 마구 씹어댔습니다 그러자 주인 아저씨는 우리 모자가 미안한 마음 안 느끼게 조심, 다가와 성냥갑 만한 깍두기 한 접시를 놓고 돌아서는 거였습니다 일순, 나는 참고 있던 눈물을 찔끔 흘리고 말았습니다 나는 얼른 이마에 흐른 땀을 훔쳐내려 눈물을 땀인 양 만들어놓고 나서, 아주 천천히 물수건으로 눈동자에서 난 땀을 씻어냈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눈물은 왜 짠가

...

산문적이어야 더 좋았을 시를 산문적으로 써놓았다. 순간을 펼쳐놓음으로써 순간에 담긴 무게를 전해주지 않았나싶다. 눈물이 왜 짠가 ...라는 함민복의 산문집도 좋다.



다른 시 하나가 있다. 冬至 라는 제목의 시다.

한석봉 어머니 깜박 책을 써는 사이
한석봉이 꾸벅 떡을 읽는 사이



나도 모르게 어찌나 웃었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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