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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Math
Parha (토론 | 기여)님의 2006년 10월 21일 (토) 09:35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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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었다.

지난 초 여름 인사동서 만난 네 명의 새 벗들 중 한 분이 부산에 내려온다 연락이 왔다. 부산영화제 맞춰. 월요일 쯤 온다 하였으나 어쩌마 미뤄져 어제 왔다. 지난 수요일까지 눈, 목, 허리, 손목 들이 모두 삐그덕 거려 목요일은 컴퓨터 치는 일은 안해야지 마음 먹었지만, 4시까지는 줄창 앉아서 키보드를 두드리다보니 손목이 시렸다. 집이 어지러워 쓸고, 닦고, 치우고... 그리고 영화를 놓쳐 영화관에 있다는 분을 만나 재래시장에서 김밥, 오뎅을 먹고 영화를 보았다. 영화는 볼만했는데 왠일인지 머리가 묵직했다. 장어 구이를 먹기로 이미 말을 맞추어 놓은 터라 그리로 가는데 발은 왜 그렇게 무거운지.

장어는 타지 않고 잘 구워졌다. 장어는 껍질 부분부터 구워야 잘 타지 않고 잘 구워진다는 것을 터득했다. 1층 건물의 옥상. '수민이네'는 여전히 사람이 많다. 앞사람들이 먹고 간 흔적이 수북하다. 어둠 속에서 들릴듯 말듯 파도가 땅을 쓸어치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고는 집에 들어와 음악을 들었다. 손님은 먼저 잠이 들고 전화를 받고 촛불 켜고 앉았다가 촛불을 끄고 나도 내 방으로 잠자러 갔다.

늦잠을 자고 일어났다. 얼굴은 심하게 부어있고 아직도 얼굴에 술기운이 남았다. 머리는 아직까지 뻐근하다. 어제 마신 술이 고작 주량에도 살짝 못미치는데다 좋은 안주에 먹었고 집에 들어와 차를 마시기까지 했는데도 이런 일이 있을수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떡과 과일을 나눠 먹고 이런저런 음악을 듣고 함께 산보나갔다. 집에서 달맞이고개 아래 산길을 걸어 해운대로 나가 동백 역까지. 가는 동안 '돼지국밥'이야기가 나와 그럼 서면에 가야죠. 하고 오랜만에 지하철 타고 서면에 나가보았다. 돼지 국밥집 골목길에 들어서니 돼지 냄새 진동한다. 10월 20일인데도 날은 덥다. 돼야지 국밥을 신나게 먹고 손님은 떠났다.

어제 밤엔 김봉이, 오늘 아침엔 박변이, 낮에 손님과 있을 때는 미산에서 전화가 왔다. 나는 오늘 여기 혼자 남아있을 수 밖에 없다. 마음이 그리 움직이니 그리 할 밖에. 서면 아름다운 가게를 가 보았다. 6월 언제 사라진 듯하다. 성형외과인지 여행사였는지가 거기까지 키워 넓혔다. 서면 아름다운 가게는 사라졌다. 그냥 돌아오려 지하철로 가다 버스를 택했다. 142번 버스엔 운전사 빼니 나 혼자였다. 창으로 사람들이 비쳤다. 얼굴을 이그러뜨리고 한 남자가 쭈구리고 앉아 담배를 피우며 하수구 구멍을 내려다보고 있다. 엉덩이를 흔들며 가는 여자는 귀에 전화기를 대고 머리카락도 흔들며 걷는다. 봉고차 안에 탄 유치원 여자 아이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고개를 돌리지 않는다. 등굽은 할머니가 모자를 쓰고 있다. 학교를 파한 아이들이 정류장에서 장난질이다. 짧은 치마를 입은 젊은 여자가 다른 젊은 여자를 만나 반갑다 손을 잡는다. 햇빛이 눈부시다. 가파르게 오르막으로 높이 솟은 '현대' 아파트가 지나간다. 스트레스 클리닉이라는 글자가 적인 입간판에는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방긋 웃고 있다. 수영교 아래로는 바다로 흐르는 수영강이 반짝인다. 오십층이 넘어 보이는 긴 아파트는 그림자도 길게 드리웠다.

나는 상상하지 않는다. 단지 바라볼 뿐이다. 내 안의 샘은 말라버린 듯한 날이다. 모든 게 멎어있다. 버스에서 내려 길을 가는 동안 사람들이 스친다. 이대로 바람이 되어 날아버릴 것 같다. 어찌 이런 마음이 드는가. 안에서 울컥 토해 나올 것 같은게 느껴지다 말다 한다. 그 얘는 필시 내가 잠드는 동안 숨구녁을 타고 방 구석에서 잠든 나를 볼 것이다. 그러다 내가 몸을 뒤척여 깨어나기라도 할 냥이면 쑤욱 들어와 나를 기생하게 한다.

나의 의지는 사라지고 욕망은 바다로 흘러들어간다.

법인을 만들어 이름을 지어야 한다면, 下心 이나 '바다'로 하기로 마음 먹었다.

방금 또 한 쌍의 커피가 날아왔다. Organic에 Fari Trade되었다는 녀석들이다. 참 맛있겠다. <br\> 한잔 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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