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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은 한겨레 신문 9월 6일 기사임. 원문

학생 불러들인 경남 산간벽지 함양고의 ‘작은 기적’

경남 함양고(함양군 함양읍)에는 요즘 새 기숙사 공사가 한창이다. 군 전체 인구가 4만명이 겨우 넘는 산촌에 있지만, 학교에는 신바람이 분다. 농구 수업을 하는 체육관에선 연거푸 함성이 터져나오고, 디지털 도서관은 정보 검색을 하는 학생들로 분주하다. 학생 70여명이 생활하는 기숙사의 체력단련실과 컴퓨터실, 독서실은 활기로 넘친다.

함양고는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정원 미달 학교’였다. 그러다 보니 이 지역 부모들은 자녀가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면 인근 도시로 ‘조기 유학’을 고민했다. 일부는 아예 도시로 옮겨가고, 자녀만 도시로 내보내 자취나 하숙을 시켰다. 가장만 고향에 남아 생업을 이어가는 ‘농촌형 기러기 아빠’도 적잖았다. 2003년에는 함양군 중학교 3학년 학생 25%가 인근 도시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을 했을 정도다.

그런데 2004년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다른 지역 진학률이 15%로 줄었다. 지난해에는 15%를 넘지 않았다. 여느 농·어촌 지역과 달리 인구 감소폭도 덩달아 줄고 있다. 함양고가 지역에서 ‘괜찮은 학교’로 인식되면서부터다.

함양군 마천면에 사는 강아람(17·고2)양은 망설임 없이 함양고에 진학했다. 강양이 고향 마을에서 버스로 50분 거리에 있는 이 학교를 선택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기숙사가 있어서 통학 걱정을 할 필요가 없고, 대학 입시에서 농어촌 특별전형에 응시할 수 있어서다. 강양은 “주변에 도시 학교로 진학해 자취하는 친구들과 비교해 보면 생활환경도 그렇고 공부하기도 우리 학교가 나은 것 같아서 선택을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함양고가 이렇게 변신한 것은 2002년 박기주 교장이 ‘좋은 학교 만들기’를 시작하면서다. 학교와 지역 사회가 ‘좋은 학교가 있어야 지역이 산다’는 데 뜻을 모아 팔을 걷어붙였다. 먼저 천사령 군수가 나서서 함양군장학회를 꾸려 장학금 30억원을 모았다. 2004년에 장학회의 지원을 받아 학교 기숙사를 지은 뒤 인근 도시 고교로 진학을 하려던 지역 학생들을 하나둘 설득해나갔다. 함양고를 선택하는 지역의 실력 있는 학생들이 늘면서 학교에 공부하는 분위기가 자리잡았다. 정상영 교감이 일주일에 사흘을 기숙사에 머물고, 교사 7명이 학생들과 같이 지낸다. 교사들이 일주일에 8시간 방과후에 특강을 하고 있다. 전교생 430여명 누구나 강의를 들을 수 있다. 늦은 밤 간식을 준비해 기숙사를 찾는 학부모들의 발걸음이 잦아졌다. 군장학회에서 1년에 4억원을 지원해 학생들의 기숙사비와 장학금을 대준다. 전교생의 절반 이상이 장학금을 받고 학교에 다닌다. 이 학교에서 학원에 다니는 학생은 손꼽을 정도다. 대학 입시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자 함양군뿐만 아니라 산청군 등 인근 지역에서 학생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덕분에 함양고는 지난해 교육부로부터 ‘농·산·어촌 우수고’로 뽑혀 16억3천만원을 지원받았다. 더 많은 학생들이 생활할 수 있는 새 기숙사 공사를 시작하고, 교실마다 전자칠판도 달았다. 반마다 300권이 넘는 책을 갖춘 교실 도서관을 꾸몄다. 함양고 학생들의 바람은 영어 원어민 선생님이 있었으면 하는 거다. 지난해 원어민 교사가 왔지만 생활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6개월 만에 떠났다.

정상영 교감은 “많은 학생을 유명 대학에 진학시키는 게 목표가 아니라 지역민들이 자녀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제대로 된 교육을 하는 게 진짜 목표”라고 말했다.



늦은 밤 캄캄한 함양 읍내에 환하게 불 밝힌 곳이 눈길을 붙잡는다. 함양고 기숙사 불빛이다.

함양/글·사진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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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성이라 좋다 나쁘다 말하기 힘들지만, 제목이 마음에 들어 올려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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