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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49.225.76 (토론)님의 2007년 1월 25일 (목) 22:46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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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쓰이는 중학교 과정 교재를 부탁해서 집에 모셔두었다가 어제 오늘에야 훑어보았습니다. 이 내용은 제가 책을 빌려주신 분께 편지에 메모 형식으로 쓴 것입니다. 책없이 이 내용만 보고는 말이 제대로 전달안될 것입니다. 다른 메모를 추가하려고 합니다. 더 풍부한 예로 충분한 시간 여러 사람과 함께 앉아 분석해보고 싶은데 그것은 지금 처지에 무리입니다.

이 책의 장점 : 상황을 통해 수학의 기초 법칙을 스스로 터득하게 한다

  • 이 책은 특이한 구성을 하고 있습니다.

data analysis. probability - number - algebra - geomtry가 반복됩니다. level 1에서 조차 여러번 반복되면서 나선운동을 하도록 구성했습니다.

  • 예제가 질적으로 양적으로 풍부합니다. 단지 많다는 뜻이 아니라, 서로 다른 '범주'의 예를 하나의 개념을 위해 사방에서 연결시켰습니다. 이 정도의 예를 찾아내다니 몇 군데 메모하며서 '놀랍다!' 라고 썼습니다.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이 들어갔는지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 수학적 법칙을 말하지 않고 상황 예제 안에 숨겨두었습니다. 이 책 어디에도 '정리'와 '증명' '예제' 가 분리되어 있지 않습니다.

단지 단원별로 '상황들'이 있을 뿐입니다. 이 상황들은 1회적으로 끝나지 않고 한 곳에서는 이리저리, 여러 곳에서는 돌리고 돌리면서 하나의 '이야기'가 되도록 구성했습니다. 수학적 '규칙'이라는 말이 간혹 나오기는 하지만, 그때도 그것이 주인공이 아닙니다. 상황 속에서 수학적 훈련을 하도록 연마했습니다. 이런 뜻에서 문제수가 많다고 할 수는 없지만 문제들은 많았습니다.

  • 적합한 사진과 그림을 high quality로 담았습니다.
  • 몇 몇 부분은 개념적으로도 '놀랍다!' 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예를들어 algebra 도입 부분에 = 개념을 안씁니다. 대신

화살표를 씁니다. 저도 이야기 할 때 간혹 그렇게 하는 것이 더 옳지 않겠는가, 하는데 사실 그렇게 되면 나중에 수의 세계를 전체 수학적 틀에서 볼 때 묘한 부분이 생기고 맙니다. 그래서 그럴 수 있다 하고 넘어가고 마는데 이 책 level 1 algebra 에서는 과감하게 그렇게 했습니다. 게다가 수에서는 수에 촛점을 맞추고 algebra에서는 빈칸(미지수)과 operation에 촛점을 두어서 겉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대수적 본질을 아주 쉬운 차원에서 (숨겨둔 채로) '구현' 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 수학과 다른 분야들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지도 보기, 각도 측정하고 궤도 수정하면서 방향 틀기, 생활의 지혜와

관련된 지수, 지구의 환경과 관련된 텍스트들로 꾸며져서 이 책을 읽으면서 다른 과목과의 통합적인 수업도 가능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실제로 러시아에 어떤 학교들은 그런 교재들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경우는 모든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제법 잘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합니다.)

  • 엉뚱한 질문들이 나와서 흥미를 돋구게 합니다. 예를들어 이런 식입니다. 버스 운전사가 있다고 해보자. 버스는 A 정거장에서

5명, B 정거장에서 8명... 버스에 남은 사람은 7명이다. 라는 예제를 만들어놓고, 첫번째 질문이 "버스 운전사의 나이는 얼마나 되었을까?" 하는 방식. 이런 예는 단원마다 한두개씩은 나옵니다. 또 기억나는 것은 "숲에 가서 나무의 지름을 측정하였더니 25cm였다." 해놓고 "나무는 몇살이나 되었을까?" (그런 방식은 마르셀 프루스트가 했던 유명한 질문 유형과 비슷합니다. 어디서 인용되었는지는 모르지만, 그가 썼던 질문 중에, " 배가 간다. 초속 ..로 맞바람을 맞으며... 돛의 높이는 ..." .. 쭉 쓴 다음 "선장의 나이는 얼마나 되었을까?" 하는 부분이 있답니다.)

그런데 이는 단지 흥미를 돋구게 하기 위한 장치는 아닌 듯 합니다. reflect라는 마크가 붙은 부분에 있곤 했습니다. 이는 우리의 수학 공부 목적이 '수학 자체'가 아니라 '공부'에 있음을 상기시킵니다. 우리가 탐구하고자 하는 상황에서 충분히 가능한 질문이고 계산적 질문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따라서 산수적 문제를 던져보는 것이 전혀 엉뚱한, 시험을 위한, 수업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문제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모르게" 익히도록 합니다.

  • level을 올리면서 주제들 사이의 연관성도 상황을 반복하거나 심화함으로써 이어갑니다.
  • 그리고 수학 책에서 보기 드문 예제도 많습니다. 어떤 경우는 실존 인물이 등장하여 그 단원의 주인공이 됩니다. 그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까지 밝혀줍니다. 게임을 하는 사진을 영화 스틸처럼 싣습니다. 아이들이 더 친밀하게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 어떤 경우에도 먼저 수학적 정의, 법칙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일상적인 용어에 대해 서로 생각해보게 하고 어떤 상황을

준 다음 용어를 살짝 다르게 쓰기 시작합니다. 변수니, 좌표축이니, 하는 개념이 나오지 않습니다.

  • 그러면서도 용어의 본질에 충실합니다. 예를들어 부피의 경우, 단위 1인 cubic으로 10*10*10을 쌓고 부피를 측정하고,

가운데 몇 줄이 빠진 경우, 피라미드 처럼 된 경우, 로 상황을 바꾸어 가면서 다시 측정해보고 추론하도록 합니다.

  • 모든 단원의 끝에 수학사에 대해 나오는데, 이것도 '거창한 수학사'나 수학자가 아닙니다. 엄밀한 의미에서 수학자라 하기 어려운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13. 항상 아이들이 직접 체험하도록 유도하는 예들이 나오고 실제로 아이들이 재미있을 것입니다.

더 있는 것 같은데... 이 정도면 핵심에 대해서는 이야기 한 듯합니다. '상황과 체험을 통해 우리 생활 속에 숨은 법칙을 어렴풋이 깨닫게' 하려는 뜻이 분명합니다. 이 책은 참 좋은 책입니다.

이 책을 수학 교재로 받아들이기에 적당한가?

라는 질문에 저는 자신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 수학적 정의가 모호합니다. 모호할 수 밖에 없는 길을 택했다고 봐야합니다. 일부러 그런 길을 택한 것이라고 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분명히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예를들어, 앞에서 화살표와 = 부분에서 말씀드렸지만, 언젠가는 = 기호가 등장해야죠. 실제로 등장하긴 합니다. 그런데 '어물쩡' 화살표 대신 = 기호를 쓰기 시작합니다.

이 책 어디에도 수학적 개념과 성질, 증명이 없습니다. 수학의 본질은 '정의'와 ' 수학적 대상의 '성질(정리)'과 그것을 받아들일만한 탄탄한 논리적 설명(증명)이 아니라고 누구도 말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 아니면 굳이 수학할 필요가 없는 것이죠. 세상 어디나 나름의 법칙이 있고 나름의 언어로 그것을 이야기 합니다. 이 책은 상황속에 수학적 법칙을 은근히 깨닫도록 하려는 목적 때문에 (그것을 너무 잘 구현하다보니) 수학적 내연과 외연을 모호하게 하였습니다. 장점이 단점이 된 것이죠. 이것은 피할 수 없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많이 수학적일수록 수학은 별스런 무엇이 되고 많은 아이들에게 부담을 주거든요.

하지만 어찌 되었든 가장 '엄격하고 논리적' 인 수학에서 '엄격성'과 '논리'가 빠져버렸으니 이를 '수학'이라고 이름 붙이기 어렵지 않는가 생각됩니다. 물론 중학생들에게 엄격성을 강조할 수는 없지만, 수학을 수학이라 하기 위해서 지켜야할 기반 자체를 넘어서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 이 책 다음에 고등학교 과정에서는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하는 의문을 떨칠 수 없습니다. 고등학교 과정에서도 이렇게 배운다면 그

중에 대학에 들어갈 사람들은 아마 따로 수학을 1,2년 배워야 할 것입니다. 그 괴리가 크니까요. 그리고 상황으로부터 추정하거나 체험하게 하는 것이 익숙해져버리면 나중에 아이들도 시큰둥할 수 있습니다. 지적 긴장감도 '흥미'에서 빼놓을 수 없는데...

결론

이 책이 나름의 철학적 기초에 소신을 가지고 엄청난 인적, 물적 투자가 들어간 결과물이고, 이 책으로 배우는 아이들은 수학을 아주 흥미롭게 배워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책을 '수학책'이라고 하기엔 아이들 수준을 조금 낮게 잡은 듯합니다. 수준을 낮게 잡고 잘하는 아이들을 따로 가르치는 것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럴 경우 굳이 '수학'이라는 과목이 아니라, 몇 개의 과목을 묶어 (예를들면 우리 초등학교 때 '자연'처럼) 하나의 과목을 만드는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전 이렇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지금의 교과과정이 아니라 교과를 통합해서 몇개로 줄인 다음, 그것으로 기본적으로 배울 것을 통합해서 아이들의 부담을 덜어야 한다. 대신 지적 긴장을 위해 나름대로 전공을 정해 학문의 본질에 들어가는게 낫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가설 단계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걸 경우 이 책 정도의 수준이면 굳이 중학교 때가 아니라 그 보다 한 2년 쯤 더 일찍 배워도 아무 문제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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