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CampKwangju08: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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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28일 (월) 19:51 기준 최신판
안녕하세요. 광주 수학 캠프가 열릴 빛고을학교 음악 겸 논술 교사입니다.
학교 행정실 칠판에 '수학 캠프'에 대한 메모를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어떤 강사가 온다는 걸까?'였습니다. 해서 네이버 창에 '박병하'를 쳤더니 이런 저런 정보가 있더군요. 참, 반가웠습니다. 현재 아이들이 배우고 있는 수학은 극단적으로 말해 '수학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쪽이었기 때문입니다. 철학의 시작이 수학이라는 것을 안다면 현재 한국의 수학 교육은 수학의 근처에도 못 가는 엉터리가 아니냐는 것이지요.
제가 현재 6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데 저희 반에 재밌는 아이가 있지요. 수학에 미쳤다(?)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입니다. 그 아이는 대체로 공식으로 문제를 풀지 않지요. 직관적으로 수학을 알아요. 수학적으로 생각을 한다는 표현이 맞을까요? 가끔, 제게-어처구니 없지만-와서 자신이 모르는 문제를 물어요. 저는 풀고 있는데 그 놈은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다 제가 풀기도 전에 "알았다!"하며 저의 노력을 무색하게 만들지요. 이 녀석이 피아노를 곧잘 해요. 그런데 기호로 된 악보를 보는 것 보다 귀로 듣고 그냥 익히는 경우지요. 어머니는 Classical한 곡도 같이 하기를 원하시지만 제가 두 어 번 시켜 본 결과 그것을 강요하면 아이가 피아노를 익히는 맛을 잃겠다는 판단에 그냥 방목하기로 했어요.(부모님은 맘에 안 드시겠지만...)
율희-아이의 이름입니다.-를 보며 늘 안타까움이 있었지요. 율희를 위한 수학 교육이 필요한데...
또 단지 공식을 배우고 문제풀이나 하는 수학을 거부하는 아이가 있지요. 개념을 자기화 하지 않으면 어떤 공식도 머리에 들어 오지 않는다며 자신의 수학적 굶주림의 고통을 토로하는 아이지요. 그런데 수학의 맛은 알아요.
저는 이번 저희 학교에서 하는 캠프가 이런 아이들의 목마름을 해갈해 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 외에도 수학의 맛을 아직 몰라 수학적 재능이 있으면서도 수학에 제대로 빠지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이 간간이 보여요. 제가 수학 선생은 아니지만 애들을 관찰하다 보면 그런 감을 잡을 수 있거든요. 이번 캠프에 참가할 그 애들을 머리에 떠 올리면 너무 즐겁습니다.
몇 년 전 일본의 수학자 히로나카 헤이스케의 '학문의 즐거움'을 읽으며 일본이 부러웠습니다. 우리 나라에도 멋진 수학자가 배출되야지요. 그런 미래를 이번 캠프에서 만들어 주세요.
제가 어떻게?
제 재주와 능력으로 어떻게 그런 캠프를 만들 수 있겠어요? 다만 그런 마음들 모아 한발 한발 함께 가다보면,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는 마음으로 가다보면, 그때 거기에 이르는 길이 조금은 드러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