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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17일 (목) 22:29 기준 최신판

이란 그림동화 작가 파리데 칼라트바리 방한

이란의 철학 그림동화 작가이자 대표적 그림책 출판사 샤버비즈의 대표인 파리데 칼라트바리(61·사진)가 한국에 왔다. 이 출판사의 그림책은 국내에서 ‘생각하는 크레파스’ 시리즈로 출간됐으며 최근 국내 계약분 100권이 완간됐다.

이란의 전통복장을 한 채 16일 기자들과 만난 칼라트바리는 “한국 분들에게 이란의 옷차림이랄지 문화를 느끼도록 보여주고 싶었다”며 “한국에는 처음 왔지만 마치 고향 집에 온 것처럼 편안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칼라트바리는 <빨간 공>, <나예요>를 비롯한 80여권의 그림책 이야기를 쓴 세계적 작가다. 철학적이고 시적인 이야기와 독특한 느낌을 자아내는 그림들이 어우러진 샤버비즈출판사의 철학 그림책들은 2004년 볼로냐국제어린이도서전에서 어린이책에 주어지는 최고의 찬사라 할 라가치상을 수상했다. 낱권이 아닌 300권이 넘는 이 출판사의 그림책 목록 전체에 상이 주어진 것은 볼로냐어린이도서전 사상 전례없는 일이다. 2006년엔 이 출판사의 그림책 <쿵쿵쿵>이 거듭 볼로냐어린이도서전 라가치상을 받았으며, 지난해엔 국내에서 개최하는 시제이국제그림책축제에서 시제이그림책 상을 받기도 했다.

<아라비안나이트>의 고향 페르시아의 문화가 밑바탕에 스며 있는 샤버비즈 그림책들은 현재 미국을 제외하고, 스페인·이탈리아·중국·대만 등 30개 나라에 번역돼 읽히고 있다. 샤버비즈 그림책들이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그는 “우리 그림책은 서양의 그림책과 완전히 다르다”며 “그 다름은 바탕에 깔린 문화가 다르고 시선이 다르고 주제를 드러내는 앵글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동양의 그림책에는 그 켜켜이에 고대문화가 여러 층으로 쌓여 있어요. 서양 그림책은 한번 읽고 곧 이해할 수 있는 책이 많은 반면, 내 책을 비롯한 이란의 그림책은 한번두번 읽을수록 더 많은 걸 느낄 수 있어요.”

국내 출간된 100권 가운데는 칼라트바리의 작품은 17권이 들어 있다. 책을 번역·소개한 큰나출판사 쪽은 그의 작품 <빨간 공>은 100권 중 가장 국내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밝혔다. 미국과 이란의 ‘소원한’ 관계를 반영하듯 그는 미국 수출 여부를 묻는 질문에 “미국 출간에는 관심없다”며 미소지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아이들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이야기들이 아이들을 키웁니다. 글을 쓰기에 앞서 늘, 아이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그 내면으로 들어가고자 해요. 스스로가 아이가 될 수 있을 때라야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지요. 어른 책들이 종교, 정치와 연관돼 있다면 어린이책은 종교, 정치를 뛰어넘습니다.” 기사 원문(글 허미경, 사진 이정아)

아이들은 어려운 책도 이해하고 좋아하죠

그림책 '생각하는 크레파스' 시리즈는 왕자와 공주가 나오는 동화와는 거리가 먼 철학적인 이야기와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림으로 어린이들과 부모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 시리즈를 내놓은 이란 출판사 샤버비즈의 대표이자 동화 작가인 화리데 칼라트바리(61)씨가 15일 한국내 시리즈 100권 완간을 기념해 서울을 찾았다.

이번에 처음 방한한 칼라트바리 씨는 16일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우리 책이 100권이나 나오고 어린이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 신나고 영광스럽다"며 국내 번역판에 큰 만족감을 보였다.

"어떨 때는 '내가 만든 것보다 한국에서 나온 책이 더 좋은데?'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답니다. 그럴 때마다 '아냐, 그래도 내가 만든 게 최고이고 한국은 그다음이지'라고 애써 생각하죠. (웃음)"

샤버비즈 시리즈를 번역, 출간한 출판사 큰나의 최명애 대표는 2004년 우연히 접한 이 책들에 반해 우선 5권을 계약했다. 얼마 되지 않아 시리즈 전체가 권위 있는 아동문학상인 볼로냐 아동도서전 라가치상을 받았다.

2006년 시리즈가 또 한 번 라가치상을 받자 국내 다른 출판사들이 샤버비즈에 비싼 값에 책을 수입하겠다고 제의했다. 그러나 칼라트바리 씨는 "한국의 내 친구는 아무도 봐주지 않을 때 우리 책을 선택했다"며 거절했다. 또 시리즈의 나머지 책들도 가격을 올리지 않고 큰나와 계약했다.

이에 대해 칼라트바리 씨는 "모든 출판인에게 책을 내는 일은 의리여야 한다"며 "책을 쓰고 내는 것은 사랑과 믿음에 관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샤버비즈 그림책의 매력으로 무엇보다 "다른 책들과는 다른 이야기"를 꼽았다.

"우리 책에는 여러 개의 층이 있습니다. 아이는 처음 읽을 때 하나의 층을 깨닫고 두 번째, 세 번째 읽으면서 또 다른 층을 알아나가죠. 자라면서 아이들은 책에서 다른 것을 얻습니다. 우리 책이 다른 동화에 비해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아이들은 어려운 이야기도 잘 이해합니다. 오히려 '수를 세는 소년'처럼 철학적이고 어려운 책을 쉬운 책보다 더 좋아하더군요. 놀랍고 기쁜 일입니다."

수학으로 박사학위까지 받았고 회계사로도 일했던 칼라트바리 씨는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당시 이란에서 사회적 지위가 높은 전문직을 선호한 집안 어른들은 그가 출판계로 뛰어들겠다고 하자 진노했다.

그는 굽히지 않고 1984년 직접 출판사를 차렸다. 그의 관심은 당시 이란 출판계에 거의 없었던 아동책에 있었고 그는 학교를 돌아다니며 어린이들이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끊임없이 연구했다. 여덟 살 때 썼던 첫 번째 이야기를 아직도 생생히 기억할 정도로 문학에 대한 그의 애정은 깊다.

그는 '빨간 공', '나예요', '천국 가는 버스 지옥 가는 버스' 등 동화만 80여 권을 썼다. 밝고 귀여운 이야기뿐 아니라 '어둠의 귀신', '날아가 버린 용'처럼 공포와 슬픔에 관한 이야기도 썼다.

"여러 번 읽어 보세요. '어둠의 귀신'은 무서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공포란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것, 가장 무서운 것은 귀신이 아니라 배신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이야기이죠. 세상에는 기쁨과 행복뿐 아니라 슬픔과 두려움도 있습니다. 행복을 찾아나가는 일은 자신에게 달렸다는 것을 아이들에게도 알려줘야 합니다."

그의 책 가운데 '영리한 왕자', '세라자드' 등은 페르시아 문화의 향기가 흠씬 묻어나면서도 창작자의 새로운 관점도 함께 녹아 있다.

"좋은 이야기는 국경, 나이, 성별을 뛰어넘어 다른 사람의 내면에까지 닿는 것입니다. 또 좋은 책은 메시지를 가지고 있어야 하죠. 그 메시지는 시대를 거쳐도 살아남는 것입니다. 그 때문에 이란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한 책이더라도 그대로 가져다 쓰지는 않고 지금의 세대가 공감할 수 있도록 변형해 씁니다."

칼라트바리 씨는 단순히 책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좋은 자질을 가진 젊은 작가들이 실제 책으로 재능을 표현할 수 있도록 매주 교육 시간을 마련했다. 작가들은 출판사와 함께 성장해 나갔고, 지금은 그의 출판사에서 공부하고 첫 책을 냈던 작가들이 독립해 저마다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가장 보람 있는 일 가운데 하나가 작가들을 양성하는 데 기여했다는 점입니다. 나는 아이들이 좋아요. 아이들이야말로 한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가장 중요한 존재죠. 우리의 이야기는 아이들을 키워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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