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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24일 (수) 22:01 기준 최신판

진도 ‘들독’ 12년만에 고향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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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진도군 의신면 돈지마을 주민들은 최근 12년만에 마을 들독(들돌)을 되찾았다. 돈지마을은 1993년 대전으로 팔려간 진돗개 ‘백구’가 7개월만에 돌아와 화제가 됐던 곳이다.

들독이란 과거 마을마다 남성들이 농사철을 앞두고 힘 자랑을 하기 위해 들어 올리던 상징물이었다. ‘등넘어 등치기’나 ‘옆으로 돌려 돌려치기’ 등 기술도 다양했다. 돈지마을에선 1985년까지도 들독 들어 올리기가 성행했을 정도로 역사가 깊지만 1995년 마을회관 공사 중 사라졌다.

박병량(50·공무원)씨는 이달 초 마을 홈페이지를 만들려고 마을들의 역사를 기록한 면지를 뒤지다가 마을 들독이 서울로 가게 된 사연을 알게됐다. 당시 주민들은 마을회관 공사 중 마을 어귀로 옮겼던 들독을 다시 마을 한 관광농원(식당) 뜰로 이전했다. 그런데 농협중앙회 박물관 관계자가 진도에 왔다가 이 들독을 발견하고 서울로 가져갔다. 박씨는 “고향 어른들과 상의한 뒤 농협중앙회 박물관에 요청해 들독을 다시 돌려받았다”고 말했다.

이 들독은 다음달 4일 돈지마을 ‘논배미 축제’ 때 오랜만에 고향 사람들의 품에 안긴다. 추수가 끝난 뒤 ‘논바닥’에서 21년째 펼치는 ‘토종 마을 축제’에 ‘들독 들어 올리기’ 시합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이 들독은 크기가 가로 50㎝, 세로 60㎝, 무게 80㎏ 정도지만 표면이 매끄러워 웬만해선 들어 올리기가 버겁다고 한다. 이날은 짚으로 엮은 공으로 축구 등도 열린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이 좋은 낭독문화 세계 어디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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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무대가 언제였던가. 1968년 고향 청양 부근이었으니 40년 만인 셈이다. 전규헌(71)씨는 청중들을 둘러보곤 이야기를 뽑아내기 시작했다. 〈장화홍련전〉의 한 대목이었다. 판소리처럼 소리에 높낮이가 있어 처음 색다른 느낌도 잠시, 한복차림의 이야기꾼은 별다른 큰 몸짓은 없어도 조용한 대목은 조용하게, 날카로운 장면은 날카롭게 목소리를 조절하며 소설속 장면으로 청중들을 안내했다. 칠순 노인 같지 않은 또렷하면서도 낮게 퍼지는 목소리는 반세기전 전국을 누비던 그 시절로 돌아간 듯했다. 10여분에 불과한 ?F은 공연이었어도 그 감회는 다른 이들은 알 수 없는 것이었다. 감회에 젖은 노 이야기꾼의 눈가엔 잠깐 이슬이 맺혔다.

24일 오후 2시, 서울 인사동 경인미술관 뒷마당에선 좀처럼 만나기 힘든 이색 무대가 펼쳐졌다. 전통 이야기꾼 ‘얘기장사’의 낭독 무대였다. 이날 낭독회는 옛 책들을 대거 소장하고 있는 재단법인 아단문고가 경인미술관에서 30일까지 여는 옛날 이야기책 전시회를 시작하면서 이젠 사라진 이야기꾼들의 낭독문화를 재현한 특별 무대였다. 조선 후기 소설이 꽃을 피우면서 새롭게 등장한 직업 이야기꾼들이 바로 ‘얘기장사’들이었다. 모두가 글을 읽을 수 없던 시절, 서민들은 얘기장사들을 통해 소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이야기 읽어주는 노인’이란 뜻의 ‘전기수’ 또는 ‘강독사’로도 불렸다. 판소리가 신명나는 카타르시스의 무대였다면, 얘기장사들의 낭독은 소설의 재미와 충효사상 같은 가치를 가르쳐주는 ‘에듀테인먼트’의 시간이었다.

대부분 전기수들은 장년층이었지만 전씨는 글 읽는 소리가 좋아 10대부터 이야기꾼으로 활동했다. 역시 전기수였던 아버지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 장삼이사들은 곡식으로라도, 또는 감사의 말뿐일지라도 따듯하게 이야기 들은 값을 치렀고, 전씨는 그게 좋아 이곳저곳 다니며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근대화로 풀뿌리 문화가 사라진 뒤 고향으로 돌아가 회사원이 되었지만 그 시절을 한시도 잊지 못했다.

이야기에 가락이 얹어지는 점은 같지만 판소리와 달리 낭독은 고수가 없이 혼자 판을 이끈다. 이야기꾼은 음악이 아니라 이야기와 교훈을 전하는 문화적 존재였다고 전씨는 강조한다. “옛소설, 이게 교과섭니다. 어떤 것이든지 사필귀정, 고진감래 이런 것이 철칙으로 되어 있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런 데서 상식과 도덕, 예절 이런 것을 배웠던 거에요. 우리나라가 작은 나라지만 고래심줄같이 버티고 했던 것은 이런 문화의 덕택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풍습이 좋은 데 이야기꾼들도 일조를 한 거죠.”

그는 어쩌면 ‘마지막 전기수’일지도 모른다. 남아 있는 다른 전기수가 있는지 여기저기 수소문을 해보았으나 결국 아무도 못 만났다고 한다. 혼자 낭독문화를 알려야 한다는 의무감에 마음이 조급해진다고 전씨는 안타까워 했다. “세계에서 이렇게 음악적으로 읽는 나라가 있겠습니까. 듣는 사람 위주로 읽어주는 거지요. 얼마나 훌륭한 겁니까. 저같이 모자란 사람이 하는 바람에 이런 좋은 우리 문화가 있었다는 것이 알려지지 못하는 것 같아 조상님들께 죄송할 따름입니다.”

글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아로스 노바’ 한국 공연하는 재독 작곡가 진은숙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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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숙(46·재독 작곡가)의 유학은 망명같은 것이었다. 군부독재의 서슬이 퍼렇던 1985년, 서울대 작곡과를 졸업한 그는 혈혈단신 독일로 떠났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전두환 정권이 싫었고, 답답한 공기가 싫었다. 평범한 개인으로도 자유롭지 못할 것 같았고, 예술가로 살기는 더욱 어려울 것 같았다. 그러나 한동안 작품을 쓰지 못했다. “뿌리 없이 붕 떠있는” 존재로서 외롭고 가난했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생활을 한 10년 쯤 했죠. 학위만 따고 돌아갈 거라고 생각했다면 그렇게 힘들지 않았을 거에요. 아무도 지원해 줄 사람이 없는 외국에서, 그것도 동양 여자로서 발딛고 성공한다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에요.”

23일 서울시립교향악단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인터뷰 내내 ‘동양 여자’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이역만리 타향에서 곱씹었을 두 가지 콤플레스의 깊이를 가늠케 했다.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현대음악 작곡가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그는 이제 지난 시절을 추억삼아 말할 수 있게 됐다. 음악계 최고 권위의 상을 휩쓸고 있을 뿐 아니라, 올해 6월30일에는 뮌헨의 바이에른 주립극장에서 열린 오페라 페스티벌 개막작으로 그의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초연돼 호평을 받았다. 독일의 오페라 전문지 <오페른벨트>가 이 작품을 ‘올해의 초연’에 선정할 정도로 호평을 받았다.

“나가노(켄트 나가노-바이에른 주립오페라단 상임지휘자)가 대단한 모험을 한 거지요. 취임하고 처음 여는 오페라페스티벌의 오프닝을 현대음악으로, 그것도 동양 여자의 작품을 택했으니까요. 공연이 망하면 나가노도 망하고 저도 망하는 거였지요.(웃음)” 극장 쪽이 만류했지만 일본계 미국인인 나가노가 끝까지 설득했다. 그는 “나가노를 만난 것은 행운”이라고 말했다.

서울시향의 상임작곡가를 맡고 있는 그는 현대음악을 국내에 소개하기 위해 ‘새로운 예술’이라는 뜻의 ‘아르스 노바’ 프로그램을 한해 2차례씩 연다. 선곡을 그가 직접 하는데, 11월6일 공연에서는 나가노를 그에게 소개해준 조지 벤자민이 작곡한 작품을 선보인다. 두 대의 비올라를 위한 ‘비올라 비올라’. 벤자민은 그의 작품 ‘문자 퍼즐’ 등 3개 곡을 처음으로 지휘해 호평을 이끌어 냈으며, 촉망받는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지휘자다. 연주는 요즘 한창 뜨고 있는 비올라 연주자 리차드 용재 오닐이 맡았다.


이번 공연에서 또 하나 눈여겨 볼 것은 서울시향이 서울대 작곡과 최우정 교수에게 위촉한, 첼로와 현을 위한 실내협주곡 ‘러브송’의 세계 초연이다. 유명 오케스트라가 국내 작곡가에게 작품을 위촉해 연주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전두환 정권 시절에도 케이비에스교향악단 같은 곳에서 국내 작곡가에게 작품을 위촉했어요. (현대음악의 상황이) 80년대보다도 못한 거죠.”

그는 “깊게 생각하지 않고 음악을 소비”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지금은 클래식이 작곡된 시대가 아니잖아요. 다양한 음악에 대해 열린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그의 음악에서는 만돌린이나 아코디언 등 클래식에서는 쓰지 않는 악기들이 등장한다. 유리잔을 직접 깨기도 한다. 진부한 오케스트라의 사운드를 거부하는 것이다. 그러나 조화롭다. 그리고 자신만의 소리가 있다. 그가 세계적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저도 클래식 좋아해요. 바그너만 빼면요. 정치적인 배경도 싫고, 너무 과대망상적이에요. 스케일은 큰데 내용은 없어요. 세계를 제패하고 그런 건 있을 수도 없고 용납해서도 안 되죠.” 바그너에 드리워진 파시즘을 증오하는 것을 보면 동생 진중권(44)씨와 꼭 닮았다. <비올라, 비올라> 공연은 11월2일 케이비에스홀, 6일 호암아트홀에서 열린다. 7일에는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진은숙이 직접 해설하는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디브이디 감상회를 연다. 공교롭게도 11월6일 공연은 잉글리시체임버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인 그의 시아버지 랄프 고토니의 내한 공연 날짜와 겹쳤다.

문의 (02)3700-6300.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