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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4일 (일) 09:20 기준 최신판
신경림의 시를 읽다 (신경림 시 전집 1권 중 '농무'편 )
- ... / 우리의 슬픔을 아는 것은 우리뿐 / ....
- ... / 하얗구나. 눈이여 쌓여 / 지붕을 덮어다오. 우리를 파묻어다오 / ....
- 이제 나는 시골 큰집이 싫어졌다. / ... / 나는 안다 형은 또 마작으로 / 밤을 새우려는게다. 닭장에는 / 지난봄에 팔아 없앤 닭 그 털만이 널려 / 을씨년스러운데 큰엄마는 / 또 큰 형이 그리워지는 걸까. 그의 / 공부방이던 건넌방을 치우다가 / 벽에 박힌 그의 좌우명을 보고 운다. / 우리는 가난하나 외롭지 않고, 우리는 / 무력하나 약하지 않다는 그 / 좌우명의 뜻을 나는 모른다. 혹 / ...
- .../ 또는 씨름판 뒷전에 몰려 / 팔짱을 끼고 술렁댄다. / ...... / 해마다 지기만하는 씨름판 / 노인들은 땅바닥에 침을 배앝다 / ...... / 전기불도 나가고 없는 신작로 / 씨름에 져 늘어진 장정을 앞세우고 / 마을로 돌아가는 행렬은 / 참외 수박 냄새에도 이제 질리고 / 면장집 조상꾼들처럼 풀이 죽었다.
-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 ..... / 약장수 기타소리에 발장단을 치다보면 / 왜 이렇게 자꾸만 서울이 그리워지나 / ..... / 고무신 한 켤레 또는 조기 한마리 들고 / 달이 환한 마찻길에 절뚝이는 파장(罷場)
- 나는 죽은 당숙의 이름을 모른다. / 구죽죽이 겨울비가 내리는 제삿날 밤 / ...... / 남폿불을 단 툇마루에서는 / 녹두를 가는 맷돌소리. / 두루마기에 풀 비린내를 묻힌 / 먼 마을에서 아저씨들이 오면 / .....
- 소주병과 오징어가 놓인 / 협동조합 구판장 마루 / 살구꽃 그늘. / ..... / 가난한 우리의 웃음도 꽃처럼 밝아졌으면. / / 소주잔에 떨어지는 살구꽃잎 / 장터로 가는 조합 마차
농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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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시를 읽을 때 마다 바로 거기 내가 거기서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고 해헤 거리며 취해 노래하고 춤추는 것 같아. '산구석에 쳐박혀 비료값도 안나오는 농사'를 지어야 하는 지긋지긋한 현실, 그 컴컴한 텅빈 운동장에 백열전등불 아래, 나는 취해 , 나는 취해 ... 아아, 나는 기어이 취하고 말아. |
눈 길
눈 길
아편을 사러 밤길을 걷는다
진눈깨비 치는 백리 산길
낮이면 주막 뒷방에 숨어 잠을 자다
지치면 아낙을 불러 육백을 친다
억울하고 어리석게 죽은
빛바랜 주인의 사진 아래서
음탕한 농지거리로 아낙을 웃기면
바람은 뒷산 나뭇가지에 와 엉겨
굶어죽은 소년들의 원귀처럼 우는데
이제 남은 것은 힘없는 두 주먹뿐
수제빗국 한 사발로 배를 채울 때
아낙은 신세타령을 늘어놓고
우리는 미친놈처럼 자꾸 웃음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