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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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소리꾼 배일동 명창

소리꾼 배일동(44·사진) 명창은 투박한 외모에 뱃속 깊은 곳에서 나오는 쇳소리가 마치 고전 속의 장군이나 마당쇠를 연상시킨다. ‘기교’가 넘치는 ‘대중적 예인’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오는 16일 제천국제영화음악제에서 상영될 <중요무형문화제 82호>에서 외국 음악인들에 의해 토종 예인으로 등장한다.

이 다큐는 애초 오스트레일리아의 세계적인 재즈 드러머인 사이먼 바커가 1990년 방한했을 때 우연히 중요무형문화제 82호였던 김석출(1922~2006) 선생의 동해안별신굿을 보고나서 큰 충격을 받고 한국의 토종음악을 찾아떠나는 이야기다. 이 과정을 바커의 친구이자 재즈 보컬리스트인 엠마 프란츠가 찍어 지난 2일 멜번 국제영화제에서 큰 호평을 받는 등 세계적인 다큐영화제마다 초청된 작품이다.

<시드니 모닝헤럴드>에 의해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가장 특출한 음악가’로 꼽힌 바 있을만큼 서양음악에 통달했고, 아내의 고국인 일본음악까지 섭렵한 바커는 ‘두 박자’인 서양음악의 한계를 절감하다 한국 전통음악의 ‘3박자’와 ‘파워풀한 발성’에서 새로운 음악의 지평을 발견했다. 하지만 그에게 꼿혔던 김석출 선생은 고령과 병으로 인터뷰 자체도 힘들었고 다른 옛 예인들도 비슷한 처지이거나 한국의 전통음악을 설명해 줄 수 있을만한 지적인 토대가 없어 소통 자체가 어려웠다. 그런 신적 경지의 소리가 어떻게 나올 수 있는지 그 수련 과정을 찾아보고 싶은 꿈이 좌절된 그 앞에 빛으로 나타난 이가 배명창이었다. 바커가 ‘숨은 토종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것은 전통 북 연주자이기도한 원광디지털대 김동원 교수로부터였다. 기교로서 매스컴의 현란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음악인이 아니라 옛 토종 예인들처럼 내공을 기른 숨은 고수를 찾았던 바커는 ‘내가 애써 찾던 바로 그 사람’이라고 했다.

전남 순천에서 자란 배명창은 초·중학교 때부터 학교 공부는 뒷전이고 <장자>를 섭렵하며 ‘진정한 소리’를 찾아나섰던 괴짜였다. 중학교 때부터 순천국악원에서 판소리를 배웠던 그는 동생들 뒷바라지를 위해 목포해양전문대학을 나와 뱃사람으로 6년을 보내면서 기관실에서 파도소리와 목소리를 겨누며 목을 틔웠다. 명창 성우향-강도근으로부터 사사하며 목을 가다듬던 그는 어느날 1920년대에 녹음됐던 당대의 명창 송만갑, 이동백, 정정열, 박종기들의 소리에서 기교가 아닌 ‘치열하면서도 간결하고 소박함’을 발견했다. 그는 한번 소리를 하면 대문의 쇠문고리를 흔들릴 정도였던 송만갑의 소리를 재현하기 위해 산으로 들어갔다. 승주 조계산에서 2년의 수련 뒤 지리산 달궁으로 들어가 산열매를 따먹으며 폭포수 아래서 소리를 연마했다. 그런지 3년 6개월이었다. 겨울 눈이 온산을 덮은 어느날 새벽 배에 기운이 가득차는가 싶더니 기운과 소리가 맣닿아 툭 터져버렸다. 그는 ‘득음’ 뒤에도 수련을 해 7년을 채우고 하산했다.

다큐를 찍기 위해 달궁의 폭포수를 찾았던 바커와 프란츠는 목숨을 건 예인의 수련 현장에서 눈물을 쏟으며 화면을 담았다. 그렇게 기(氣), 도(道), 소리, 신명 등 네개의 파트로 이어진 다큐가 탄생했다.

배 명창에 대한 소문이 오스트레일리아의 음악가들에게 알려지면서 폴이라는 음악가는 서울에 와 그에게 1년간 판소리를 배우고 갔다. 또 바커 등 오스트레일리아의 유명 음악가들의 제안으로 배명창과 김동원 교수가 ‘다오름’이란 6인조 그룹을 결성했고, 이 그룹은 지난해 3월 시드니 오페라하수스에서 펼쳐진 첫공연에서 전좌석 매진이라는 기록으로 현지음악가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음악을 배우고 위해 대도시나 외국으로 나가기보다는 산으로 들어갔던 배명창은 어린시절부터 읽던 장자에서 지혜보다는 ‘굽은 나무가 산을 지킨다’는 우직함을 배웠다고 했다.


다큐 ‘중요무형문화제 82호’ 멜번국제영화제서 상영

판소리에 빠진 재즈 드러머 사이먼 바커와 ‘다오름’의 이야기 8월 2일 오후 4시 30분 멜번서 한 차례 상영 사이먼 바커, 칼 듀허스트, 매튜 맥마흔, 필 슬래이터 등 호주를 대표하는 즉흥 재주 연주가들과 한국의 판소리 명창 배일동 씨 그리고 전통 북 연주가인 김동원 씨가 함께 만들어 호주와 한국, 양국에서 주목을 받았던 퓨전 음악 그룹 다오름(Top Woman 2008년 4월호 소개)에 대한 다큐멘터리 ‘중요무형문화제 82호 (INTANGIBLE ASSET NUMBER 82)’가 오는 8월 2일 멜번 국제 영화제서 상영된다.


작년 3월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서 펼쳐진 호주 첫 공연에서 전 좌석 매진이라는 기록을 세운 다오름은 한국 전통의 리듬과 음악을 연주하고 있으나 드럼, 트럼펫, 기타 등의 현대 악기로 한국 전통악기를 대신하는 실험적인 음악을 시도하며 전주 소리 축제, 퀸슬랜드 음악 축제 등에 초청돼 왔다.


다오름은 시드니 모닝 헤럴드에 의해 ‘호주에서 가장 특출한 음악가’로 불리기 까지 한 재즈 드러머 사이먼 바커 씨가 한국 음악에 빠져들게 되면서 결성됐다.


그리고 다큐멘터리 ‘중요 무형 문화제 82호’는 호주의 재즈 보컬리스트이자 영화 감독인 엠마 프란츠 씨가 다오름이 나오기 까지 한국 음악을 찾아 다닌 오랜 친구이자 뮤지션인 사이먼 바커 씨와 한국 행을 동행함으로써 만들어졌다.


다큐멘터리는 모던 재즈 공연을 위해 1997년 한국을 방문하던 중 우연히 김석출 선생의 ‘동해안 별신굿’을 본 뒤 한국 음악의 경이로운 독특함에 충격을 받은 사이먼 바커씨가 8년 뒤 직접 한국의 소리를 찾아가는 것을 큰 줄거리로 하고 있다. 다큐멘터리의 제목 ‘중요 무형문화제 82호’는 바커 씨를 한국 음악으로 인도한 ‘동해안 별신굿’을 가리킨다. 바커 씨는 먼저 한국 에서 동해안 별신굿의 이수자 김석출 선생을 만나려고 시도하지만 당시 김석출 선생은 여든이 넘은 고령의 나이와 지병으로 인터뷰가 불가능한 상태.


이로 인해 다큐멘터리는 난관을 맞게 됐다. 하지만 북의 대가이자 원광대 교수인 김동원 씨가 새로운 전통 소리꾼들과 음악인들의 만남을 바커 씨에게 주선하면서 다큐멘터리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이 가운데, 바커 씨는 지리산에 들어가 7년간 야생 열매로 연명하며 폭포수 밑에서 수련한 판소리 명창 배일동 씨를 만나게 된다.


인적 조차 없이 나무만 우거진 지리산으로 배일동 씨를 찾아가며 김동원 씨는 “소리의 대가를 만나는 길은 쉽지가 않다”는 말을 한다. 우렁차게 떨어지는 폭포수 소리와 어우러지는 깊고 구슬픈 배일동 씨의 판소리. 바커 씨는 배일동씨의 소리를 들은 뒤 불연 듯 한국 음악을 직접 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고 이를 계기로 자신과 호주에서 재즈 그룹을 결성해 활동하던 칼 듀허스트, 매튜 맥마흔, 필 슬래이터 씨와 한국의 배일동, 김동원 씨와 함께 다오름을 결성하게 된다.


다큐멘터리 ‘중요무형문화제 82호’에는 고 김석출 선생의 생전 모습과 한국의 숨은 소리꾼들의 살아있는 소리, 한국 무속인들의 신들린 굿판, 배일동 씨의 지리산을 흔드는 판소리 그리고 드럼을 이용해 둥근 한국의 소리를 재현해내는 사이먼 바커 씨의 드럼 등이 담겨있다. 다큐멘터리 ‘중요무형문화제 82호’는 브라질 Sao Paulo 국제 필름 페스티발에 초청돼 관객들의 추천으로 최고의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로 진출하게 된 것을 시작으로 미국 AFI SilverDocs, South By South West 그리고 캐나다의 Hot Docs 국제 영화제에 초청돼 왔다. 그리고 멜번 국제 영화제 이후에는 이집트, 이스라엘, 남아프리카 공화국 그리고 유럽 등지로 진출할 예정이다.


한편, 8월 2일 오후 4시 30분 멜번 Greater Union Cinema 진행되는 ‘중요 무형문화제 82호’ 상영에는 특별히 한국에서 참석한 배일동, 김동원 씨가 참석한다. 배일동, 김동원씨는 사이먼 바커 씨와 함께 다큐멘터리 상영에 앞서 관객들에게 작은 공연을 선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