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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김 위원장 분향소 찾은 문동환 목사

지난 1991년부터 미국 뉴저지주에 거주하고 있는 문동환(90) 목사는 지난 21일(현지시각) 뉴욕의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에 마련된 김정일 국방위원장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문 목사는 조문을 마친 뒤, 북한 대표부 앞에 있던 기자들에게 “21세기에는 국익을 극복하고 나라와 나라 사이에 평화를 이룩해야 인류의 평화가 오지 않겠느냐”며 “먼저 한민족이 ‘네가 살아야 나도 산다’는 새로운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 뜻을 좀더 정확히 알기 위해 26일 문 목사의 자택을 찾았다. 집 안으로 들어서자 문 목사는 거실에 만든 작은 책상에 앉아 있었고, 책상 위에는 성경과 컴퓨터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문 목사는 “서재는 2층에 있지만, 아내가 혼자 있으니 심심하다고 해 거실에 책상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문 목사는 처음 조문 논란과 대북 정책으로 이야기를 꺼내면서 남쪽의 대북 정책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지만, 북한 사회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문 목사는 이후 한국정치, 북한 사회, 자본주의, 철학, 기독교 신앙을 종횡으로 넘나들며 이야기를 풀어냈다. 다음은 문 목사와의 일문일답이다.

“아마 북한이 이명박 정부와는 더이상 상대하려 하지 않고, 1년 뒤 차기 정부와 새롭게 판을 짜고 싶어하지 않겠나? 그리고 그 이전에는 미국과 관계개선만 하려 할 것이고. 참 안타까운 일이다.”

Ⅰ. 대북 정책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조문을 하셨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6·15 남북공동선언문에 합의한 당사자들이고, 김정일 위원장이 김 전 대통령에게 조문단을 보냈듯이, 우리도 당연히 조문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나는 6·15공동선언실천 미국위원회 고문을 맡고 있다. 6·15 공동위원회는 양쪽을 다 존경하는 것이다. (한쪽이 숨졌으니) 조문을 가는 게 응당 당연하다. 미국에 있으니 북한 대사관에 갈 수 있으니, 간 것이다.”

 

-94년 정도는 아니지만 남에서는 또다시 조문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좀더 큰 틀에서 과감하게 결정을 못 내리는 게 아쉽다. 하지만 (진보단체가) 김정일 제단을 만들고 그러는 것은 뜻은 알겠지만, 그게 남북화해에 큰 도움은 안 될 것 같다. ‘조문을 하도록 평양에 가도록 해달라’ 탄원서를 내는 정도는 몰라도. 정부가 이만큼이라도 한 것도 상당한 변화다.”

 

-이명박 정부가 대북정책에서 돌파구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는 것 같다.

“이 대통령이 당선 직후, 김대중 전 대통령을 찾았을 때, 김 전 대통령이 대북정책을 평화적으로 운영할 것을 요청하자, 이 대통령은 ‘저도 (김 전 대통령과) 똑같습니다’라고 말했다. 나중에 김 전 대통령이 내게 ‘나한테 그렇게 말하더니, 똑같기는 뭐가 똑같아’라고 하며 역정을 내더라.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위원장이 김 전 대통령에게 ‘북한 지하에 보화(자원)가 많습니다. 이걸 남쪽과 나눠야지, 중국에 줘서 되겠습니까?’라고 김 전 대통령에게 말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 잘못으로 북한이 중국 쪽에 점점 가까워지며, 김 위원장과 김 전 대통령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북한은 밑바닥에 민족주의가 깔려있고, 애초 국가의 건국 과정에서 소련이 배경이 됐다. 중국과 친밀감을 갖는 것은 현재 자신을 도울 곳이 중국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표부에 조문 갔을 때는 무슨 이야기를 했나?

“당시, 북한 참사관만 자리를 지키고 있더라. 그 참사관이 ‘우리가 한민족인데, 우리끼리 해야지, 어떻게 다른 사람끼리 합니까? 우리도 미국과 먼저할 생각은 없다. 서로 같이 사는 길을 찾아야죠’라고 말하더다. 그래서 내가 ‘한 나라 안에서도 네가 살아야 나도 산다’고 말했다. 이는 이북의 권위주의를 지적한 것인데, 그 참사가 알아들었는지 모르겠다.”

 

-향후 대북 전망을 어떻게 보나?

“아마 북한이 이명박 정부와는 더이상 상대하려 하지 않고, 1년 뒤 차기 정부와 새롭게 판을 짜고 싶어하지 않겠나? 그리고 그 이전에는 미국과 관계개선만 하려 할 것이고. 참 안타까운 일이다.”

  

-미국은 한-미 공조를 중시 여겨 한국 정부를 어렵게 하진 않을 텐데….

“미국이 북한에 대해 성급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또 이명박 정부를 제치고 나아갈 생각도 없어 보인다. 그러나 자유무역협정(FTA) 조약 같을 것을 보면 이를 통해 한국 정부에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등 현상황을 역이용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대통령이 당선 직후, 김대중 전 대통령을 찾았을 때, 김 전 대통령이 대북정책을 평화적으로 운영할 것을 요청하자, 이 대통령은 ‘저도 똑같습니다’라고 말했다. 나중에 김 전 대통령이 내게 ‘나한테 그렇게 말하더니, 똑같기는 뭐가 똑같아’라고 하며 역정을 내더라.”

-그럼 장기적인 미국의 대북 정책 방향은?

“남쪽이 바뀌면,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도 바뀐다고 생각한다. 오바마 행정부 초기의 미 정부 당국자와 대화를 나눠보니, ‘우리’(진보 진영)와 생각이 똑같았다. 북한과 관계개선하려 했다. 마음을 썼다. 그런데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서 돌아선 것 같다. ‘북한을 믿을 수가 없다’며. 이북이 큰 실수를 한 것 같다. (미국을) 당황하게 해서, 빨리 일하게 하려 했는데, 최악의 악수를 뒀다. 그 이후로 미국은 적극적으로 대북정책에 나서려는 움직임이 모두 스톱됐다. 또 중동 문제에 사로잡혔다. 그러다가 지난해 말 북한의 핵이 상당 수준까지 발달한 것을 보면서 멈추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이후 북-미 회담, 6자회담을 서두르고 있다. 핵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게 목적인 것 같다.”


-미 정부도 실제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고 있다.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가 정상화되면 폐기한다고 말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정상적인 일원으로 인정해주면, 핵무기를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인데, 그때까지는 (미국과) 대화할 때 일종의 무기로 하려 하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도 미국을 잘 믿지 못하니까, 쉽게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도 이를 잘 안다. 그래서 내심으로는 가장 걱정하는 북핵 기술이 바깥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는 데 더 초점을 두고 있는 것 같다.”

Ⅱ. 국내 정치

-이명박 정부를 평가하면?

“이 대통령은 극보수에 사로잡혔다. 여당이 갈라져 있고, 여당으로부터도 동조를 못 얻으면서 극보수로만 갔다. 잘못이다. (이익을 따지는) 장사꾼인데, 장사도 제대로 못했다. 애초 이 대통령은 보수·진보 등 이념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인데, ‘촛불’ 이후 보수로 가버린 게 아쉽다. 이 대통령 심정도 답답할 것이다. 혹평을 받고 있으니. 애초에 장사꾼에 얼렁뚱땅하는 엠비(MB)에 사람들이 기대를 한 게 잘못이다. 철학이 없는 사람이다. 기회마다 장삿속으로 하는 사람이다. 서울시장 당시 한 청계천을 보라. 표피만 한 것 아니냐? 눈으로 현혹시키고, 그 다음에 운하 이야기 하고. (이 대통령 당선 직후) 서울에 갔더니, 택시 기사들도 ‘이제는 우리도 잘살 겁니다’라고 말하더라. 어떻게 (사람들이) 이렇게 됐나 하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이명박 정부 4년 동안) 고생하면서 깨닫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는’ 하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안철수 현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안철수씨가 지혜있는 사람 같아 보인다. 지혜가 있어야 되고, 팀을 만들어야 된다. 정치를 한다는 건 희생한다는 것이다. 정치는 꼭 해본 사람이 잘하는 건 아니다. 역시 정치 경험이 없는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장직을 성공적으로 잘 해나가면, 안철수 원장에게도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과 힘을 모아서 나와야지, 혼자 개인으로 나와선 안 될 것이다. (조카인) (문)성근이도 세력을 만들고 있지만, 다 함께 해야 할 것이다.”

 

-문성근씨가 무슨 말씀을 하던가?

“‘저도 결단했습니다’라고 말하더라. 노무현 정부 당시 문화부 장관 제의도 거절했던 사람이다. 신중하고, 지혜롭게 행동하는 사람이니까, 잘 판단했을 것이다. 정치 해본 일은 없지만, 외곽에서 계속 활동해왔다. 뜻이 좋은 것은 내가 잘 알고, 생각 많이 하고, 들어섰기에 뭔가 공헌하리라 기대한다.”

Ⅲ. 자본주의 폐해

-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사람들이 경제가 살아나도, 그것이 나와는 상관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 같다. 미국도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가 일어나는 것을 보면 비슷한 상황이다. 빈익빈 부익부 사회가 고착화되는 것 같다.

“나는 자본주의 상업문화에 실망한 사람이다. 자본주의는 경쟁사회이고, 경쟁사회는 ‘힘의 철학’이 작동한다. 눈이 멀어버려 빈부격차가 커질 수 밖에 없다. 미국도 1%가 전체 자산의 반을 갖고 있다. 그래도 (1%들은) 쉬지 않고 계속 자기 배만 채운다. 미쳐버리는 것이다.
예수님이 당한 시험이 3가지인데, 이것이 자본주의 사회에 그대로 적용된다. ‘돌이 떡이 되게 하라’, 이는 많이 생산해야 된다는 것을 뜻한다. ‘나한테 절하라, 영화를 주리라’, 이는 명예욕을 뜻한다, ‘성문에서 뛰어내려보라’, 이는 종교를 이용하라는 것을 뜻한다. 예수님을 이를 다 거부하셨고, 대신 나누고, 섬기고, 종교를 이용하지 말라는 교훈을 몸소 보여주셨다. 자본주의에는 근본적인 소망이 없다고 본다. 산업문화의 기본 얼은 더 많이 갖고, 힘을 필요로 한다. 모두 다 서울대를 가려는 것도 힘을 갖기 위해서 아닌가? 교회도 ‘욕심’이 대형 교회를 세우는 쪽으로 나아간다. 큰 교회 목사는 제왕처럼 되지 않나. 인간의 속성이 그렇다.”
“안철수씨가 지혜있는 사람 같아 보인다. 지혜가 있어야 되고, 팀을 만들어야 된다. 정치는 꼭 해본 사람이 잘하는 건 아니다. 역시 정치 경험이 없는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장직을 성공적으로 잘 해나가면, 안철수 원장에게도 큰 힘이 될 것이다.”

 

-말씀이 어렵다.

“성경의 가르침이 ‘네 이웃 속에 하나님이 계신다. 네 이웃을 하나님처럼 생각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각자위심’(각자가 자기만을 생각하는 마음)이 제일 큰 문제다. 세상의 악이 여기에서 생긴다. 예수님이 말하는 ‘회개’도 그런 일에서 돌아서라는 것이다. 종교는 대개 창시자는 진리를 깨닫는다. 이후 제도와 교리가 만들어진다. 그런데 나중에 그 제도가 우상이 돼버린다. 기독교도 나중에 (기독교의 진리보다) ‘기독교’가 중요해졌다. 사람이 만든 것은 진리가 아니다. 마음의 변화, 깨달음, 생명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제도를 가지고 지도자들이 이용하는 것, 그게 자본주의적이 된다.”

-미국은 어떻나?

“나는 미국에 소망이 없다고 보는 사람이다. 미 국회의원들도 자본가의 앞잡이다. 워싱턴 정치도 엉망이다. 대안은 없다. 부자 세금을 탕감해야 기업이 잘 된다고 주장한다. 자본주의는 대량생산, 대량소모가 있어야 굴러간다. 그런데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고, 인건비가 싼 제3세계에서 생산해 돈은 미국 은행으로 들어와 가진 사람들의 돈은 더 늘지만, 없는 사람들은 일자리가 없고 돈도 못 버는 상황이다. (미국에서) 옛날에는 남편만 일했는데, 이제는 둘 다 일해야 살 수 있다. 자본주의의 징벌이다. 세계은행 총재가 1930년대로 돌아간다고 한다. 당시 실직자가 전체의 25%였다. 그래도 그때는 도시 근교에서 땅을 일궈 먹고 사는 사람도 있었는데, 이젠 그런 땅도 없다. 인류의 앞날이 어둡다.”

 

-그럼 자본주의에 사회주의를 가미해야 한다는 건가?

“사회주의도 마음이 문제다. 칼 마르크스는 시민사회에서 공산주의가 온다고 봤다. 시민이 깨달아 주체가 되어야 공산주의가 됐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러시아는 봉건주의 때 혁명이 일어났다. 그러니 그 과정을 채우기 위해 시민사회가 제대로 형성될 때까지 지식인 위주의 공산당 독재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각자위심’이 일어나 이것이 권위주의로 변질했다. 그래서 망했다. 북한도 이 과정을 회개한 건 아니다. 평양에 가봤더니, 큰 건물을 많이 지어놨더라. 그런 건물을 왜 만드는가? 김일성이 자기 영광을 위해 만든 것이다. 인민들은 비참하게 있는데, 김일성 동상은 하늘을 향하고 있다. (북한이) 동족으로서 잘살기 바라지만, 그 지도자에 대해선 비판의 자세를 갖고 있다.”

 

-그럼 북유럽 사회가 대안인가?

“북유럽은 기독교가 올바로 돼 나누면서 살아간다. 수입의 40%가 세금이다. 대신 기본생활은 정부가 다 해준다. 고르바초프가 혁명을 하면서 ‘스웨덴처럼 되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했다. 그러나 스웨덴도 각자위심이 완화된 건 아니다. 공황이 닥치니 보수주의가 다시 일어난다. 각자위심이 국제사회에선 ‘국익’이라는 말로 나온다. 미-중 갈등,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중동 갈등도 국익이라는 말에서 나온다. 자기 중심적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러시아는 독재에 민중들이 항거했지만, 다시 개방된 다음엔 거부들이 경제를 장악했다. 중국에서도 최고부자가 등소평의 딸이라고 하지 않나? 각자위심이 무섭다.”

 

-그건 인간의 본성 아닌가? 치유할 방법이 있나?

“‘각’, 깨달음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 깨달음이 밑바닥에서 모두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나눔, 섬김이 가능하다. ‘민중’이란 항거해서 자기 권리를 찾는 사람이라는 건데, 거기에는 ‘나도 (가진 자처럼) 저렇게 살아보고 싶다’는 욕망이 자리하고 있다. 새 것을 찾지 못하고, ‘나도’ 하는 것 때문에 안 된다.그래서 (예수와 같은) ‘떠돌이’가 필요하다. ‘악’을 보고, 완전히 ‘새 것’을 창출하는 그런 사람으로 바뀌어야 한다. 석가도 ‘욕심’을 문제삼았다. 그러나 새로운 공동체를 창출하는데까지 나아가진 못했다. 예수님은 나누고, 용서하고, 섬기고, 공동체를 만들어 갔다.
출애굽기를 보면,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에 노예로 있을 때, 먼저 ‘각’한 사람이 모세다. 노예의 삶에는 소망이 없다는 것을 ‘각’했다. 그래서 애굽 군사를 때려죽였다. 그러나 자기 백성들에게 거부당해 미디암 광야로 갔다. 40년을 고민하며 찾았다. 출애굽은 야훼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의 악을 아파하며 기다렷다. 돌아서야 ‘각’이 생긴다. 모세 혼자 ‘각’하지 않고, 이스라엘 백성이 집단적으로 ‘각’할 때, 출애굽을 할 수 있었다. 하나님이 역사를 운영하는 원칙이다. 한국도 집단적으로 ‘각’을 해야 한다.
군사독재 거부로는 안 된다. 인간본성의 각자위심이 문제이기 때문에 거기서 끝이다. 새 공동체로 가야 하는데, 또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게 된다. 내년 5월에 이런 내용을 담은 <바벨탑과 탈출 공동체>라는 책을 펴낼 예정이다. ‘바벨탑’은 권위를 말한다. 일반인들도 다들 자기의 ‘바벨탑’을 쌓고 거기에 집착한다.” “세계은행 총재가 1930년대로 돌아간다고 한다. 당시 실직자가 전체의 25%였다. 그래도 그때는 도시 근교에서 땅을 일궈 먹고 사는 사람도 있었는데, 이젠 그런 땅도 없다. 인류의 앞날이 어둡다.”

Ⅳ. 근황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 

“계속 공부한다. 예전에 민중신학을 교육학적 관점에서 분석하려 했는데, 민주화운동에 뛰어들면서 중단됐다. 그때 ‘은퇴한 뒤에 써야지’ 하고 한 것을 지금 하고 있다. 성서를 근본적으로 공부했더니, 민중신학에도 약점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억눌린 반향에서 나온 생각이 민중신학이다. 민중이 역사의 주인이라는 것인데, 존명에 허덕이는데 어떻게 역사의 주인이 될 수 있나? 고난을 당하면서 악을 보고 새 것을 찾아야 하는데, 자기가 그 ‘악’이 되려 해선 안 된다. 예수님의 삶을 교육학적 각도에서 분석해 보려 한다. 능력이 있는 한 계속 진리를 탐구해나갈 것이다. 동양철학도 공부하고 있다. 하나님은 유대 백성만의 하나님일 리가 없다. 온 인류의 하나님이다. 유대, 한국, 각 민족대로, 우리는 다 하나님의 자녀다. 그 지역문화에 따라 형태가 생기고, 종교형태가 그 제도를 절대화했으므로, 그 원천을 가보면 서로 통한다.” 

-건강은 어떤가?

“나이가 드니 다리가 약해지고, 척추가 주저앉는다. 한 달전 쯤 심장 수술을 받았다. 혈맥을 뚫어 혈관을 벌여주는 수술이다. 그 이후로 피가 잘 돈다.(혈액순환이 잘 된다) 얼마쯤 또 괜찮겠지.”

-하루 일과는?

“아침 먹고, 한국신문을 컴퓨터로 보고, 운동은 1주일에 3번 병원에 가서 한다. 날 좋으면 공원 산책도 한다. 그 외에는 이렇게 앉아서 공부하고 집필한다. 4월쯤에 잠시 귀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