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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 교과 운동

현재 대안 교과 운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전국국어교사모임의 박종호(42) 사무처장을 만나 대안교과 운동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보았다. 다음은 박 사무처장과 나눈 이야기다.

-대안교과운동이 무엇인가요? “기존엔 전국 모든 학생이 국가가 만든 단 한권의 교과서만을 가지고 공부했다. 따라서 ‘식목일에 온 가족이 북한산 가서 나무 심고, 롯데월드에 가는 교과서 내용’이 있다면 서울에 있는 학생이든, 탄광촌에 사는 학생이든 간에 모두 똑같은 내용으로 공부를 했다. 하지만 지역마다, 학교마다 학생들의 상황이 다 다르다. 학생들이 만 명이면 만개의 교과서가 나올 수 있게 교육내용을 구성하고자 하는 게 ‘대안교과서운동’이다.“

-대안교과서 운동의 시작과 전개과정은? “전교조를 만든 89년 이전부터 대안교과운동은 있었다. 기존 획일화된 교과를 해체하고 학생생활 중심의 교육으로 재구성 하자는 운동이었다. 하지만 97년 전교조가 합법화되기 이전까지 대안교과운동은 엄청난 탄압을 받았다. 우리가 내용을 조금만 바꾸면, 국가에선 ‘의식화’교육이라고 탄압을 했다. 이때까진 새로운 대안 교육을 만드는 대신 기존 교육내용에 활용할 수 있는 교사용 교육 지도안을 만들었다. 그러다 전교조가 합법화가 되었고, 교사들은 ‘전교조 사수’가 아닌 교과에 신경을 쓸 수 있게 되었다. 때마침 7차교육과정이 들어서면서 교사가 교육내용을 만들 수 있는 통로가 생겼다.

일부 교사들은 7차교육과정을 신자유주의 교육과정이라고 전면적인 비판을 한다. 하지만 7차 교육과정의 철학 중에 수요자 중심, 학생 중심이라는 개념이 있었다. 또한 7차에서 정부가 ‘교과서는 하나의 자료’라고 말하면서, 새로운 교육내용이 들어갈 공간을 마련했다.

국어교과의 경우 97년부터 대안 교과를 연구했고, 2003년에 ‘우리말 우리글’이라는 대안 교과서를 제작했다. ‘우리말 우리글’의 경우 ‘학생들이 우리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데 교과 목적’을 두었다. 교사가 일방적으로 수업을 하는 게 아니라 ‘우리말을 배우는 주체가 학생이 될 수 있게’ 교육 내용을 만들었다.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의 과정을 만들었는데, 각 학년 교과서당 5만부 이상이 팔렸다. 교육부가 준비하는 차기 교육과정에선 국정 교과서 제도가 없어진다. 따라서 대안교과서가 교육제도 안에 들어갈 가능성은 커졌다.“

-대안 교과운동의 성과와 한계는? “국가 중심의 일방적인 교육내용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다. 교사, 학생 중심의 교육과 현장의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교과서를 만들었다. 이것은 중요하다. 앞으로 민간에서 교과서를 만들게 될 때, 우리가 만든 교과서가 채택되지 않더라도 다른 교과서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수업에선 학생들이 정답이 없는 교과서라는 걸 좋아했다. 처음엔 부담을 느꼈지만. 또한 활동 중심이라는 걸 좋아했다. 기존 교과가 자기 생각을 교과에 짜 맞추는거였지만, 새 교과에선 학생들이 하나하나 만들었다. 딱딱한 지식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같이 토론하는 형태였다.

교사는 길 안내만 했다. 그러다보니 전통적인 교실에서 교사와 학생의 역할이 바뀌었다. 오히려 교사가 할 일이 없다고 걱정했다. 교과서도 딱딱한 게 아니라 시대의 흐름과 맞추어갔다. 디자인만 봐도 학생들은 교과서가 아니라 ‘잡지’라고 생각할 정도로 칼라, 디자인에서도 학생들을 배려했다. 하지만 기존 교과서에 대해 안티를 거는 새로운 교과서를 만들었지만 우리가 만든 대안 교과가 하나라는 것은 또 하나의 획일화라는 점에서 한계다.“


-앞으로 대안교과 운동의 방향은? "교육내용을 구성하고, 교재를 구성하고 채택하는데 교사와 학생이 전면적 주도권을 행사해야한다. 또한 아주 다양한 형태의 교육내용과 실천사례를 축적해 지역별, 교과별, 교실별 교재를 만들어야한다. 한명 한명 학생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형태로 교과를 만들어야한다. 현재 국어 뿐만이 아니라 음악, 미술 등 다양한 교과에서 대안 교과서를 준비하고 있다.“

정혜규 기자66950@hanmail.net ⓒ2006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한겨레 신문 6월

철학 교과서 모임

고등학교에서 철학이 교양선택과목의 하나로 채택된 것은 5차 교육과정(1988~1996)부터다. 현재 철학(논리학) 과목을 개설해 가르치고 있는 학교는 250곳 정도다. 그러나 정식 철학교사는 130여 명에 지나지 않는다. 철학교사가 없는 학교는 도덕이나 윤리 교사가 철학 과목을 담당하고 있다. 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교사들의 가장 큰 불만은 제대로 된 교과서가 없다는 점이다. 서울 중동고 안광복(34) 교사는 “현재 5종의 인정 교과서가 시중에 나와 있지만 모두 대학 교수들이 ‘이론적 틀’을 바탕으로 쓴 ‘철학개론’ 수준이어서 일선 학교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 대진고 주영기(35) 교사도 “많은 철학교사들은 ‘아이들과 함께 철학하기’를 원하는데, 기존 교과서들은 철학적 지식을 전달하는 데 치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철학교사들을 중심으로 ‘철학 대안 교과서 모임’이 만들어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교실에서 실제 쓸 수 있는 철학 교과서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교과서 모임에는 철학교사인 주 교사와 서울 상명대 사대 부속여고 권희정(33) 교사, 세종대 교양학부 박정하(44·철학) 교수, 서울 남대문중 한경애(31·국어) 교사가 참여하고 있다. 권 교사는 “철학교육은 ‘스스로 생각하기’를 통해 철학적 사고를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언어적 훈련, 듣거나 읽고 사고 확장시키기 등이 필수적이어서 교과서 집필 작업에 국어교사를 끌어 들였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1년 동안 2주일에 한 번씩 만나 대안 교과서의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해 왔다. 교양선택과목의 교육과정을 검토하고, 철학교육의 역사도 훑었다. 기존 철학 교과서뿐만 아니라 도덕 교과서와 국어 교과서, 철학 대중서와 청소년을 위한 철학 교양서도 분석했다. 권 교사는 “학생들의 현재의 삶과 고민에서 출발하는 살아 있는 철학 교과서를 만들어 올해 안에 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보수와 진보 대안 교과서로 경쟁

  • 뉴 라이트 진영에선 현재 경제와 근현대사 교과서를 집필 중이다. 전경련에선 이미 지난해 11월 중학교용 '즐겁게 배우는 체험경제'를 내놓았다.

진보 진영에선 이보다 과목 수를 늘려 잡았다. 사회(경제 등).역사.철학(국민윤리).시민사회 등이다. 이세영 교수는 "현재 사용하는 국정교과서의 기본 골격은 유신 때 만들어진 것"이라며 "내용이나 제도 모두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뉴 라이트 진영이 지난해부터 역사.경제 교과서를 문제 삼기 시작했다. 뉴라이트 진영의 '교과서포럼'은 지난해 1월 고교용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6종을 분석, "폐쇄적 민족주의와 한물간 수정주의적 시각으로 쓰였으며 많은 오류와 왜곡을 통해 대한민국 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데 한몫하고 있다"고 비판

진보를 자처하는 학술단체 모임인 학술단체협의회(이하 학단협) 박경 상임대표는 17일 "학문 분과별로 교과서소위를 만들어 교과서를 만들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학단협은 16일 소속 단체에 새로운 교과서소위원을 추천해 달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중앙일보 & Joins.com 06.02.18 기사에서 오려 붙임


유럽 치우친 세계사 기술 제3세계 비춘 창은 ‘삐뚤’

  • 예전 교과서에서도 종종 문제가 됐던 서구 중심적, 중국 중심적인 시각과 표현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 아시아와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 식민 지배를 당한 것은 근대화를 이룩할만한 강력한 국가를 이루지 못한 ‘그들의 탓’이라는 인상을 주는 대목도 있다
  • 비서구 문명권에 대한 교과서 속 틀린 표기는 일일이 열거하기 어렵다
  • 아주 예외적이거나 현재에는 벌어지지 않는 일들을 일반적인 사실로 소개한다.
  • 2001년부터 학년별로 6~10종에 이르는 사회 교과서가 발간되면서 사진 자료의 양은 훨씬 늘었지만, 질은 그닥 나아지지 않았다.
  • 더 나은 교과서를 만들기 위해 전문가들이 팔을 걷어 붙였다. 한양대 이희수 교수를 비롯한 6인의 교수들은 교과서에 기재된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등 ‘비서구 문명권’에 대한 서술과 용어, 개념 등이 상당부분 잘못 기재되거나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한다는데 뜻을 같이하고, 현재 나와있는 중·고등 사회(지리, 세계사) 교과서를 분석한 뒤 한차원 높은 교과서 제작을 위한 ‘가이드 라인’을 제시할 계획이다. 연세대 이옥순 교수(인도), 덕성여대 이종록 교수(라틴아메리카), 부산대 조흥국 교수(동남아시아), 이평례(중앙아시아) 강원대 한건수(아프리카) 등이 참여하는 이 ‘한국 교과서 바로 바로잡기 프로젝트’는 내년 3월 새학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결과물을 집대성한 책을 펴내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 전체 기사 보기 : 한겨레신문 6월 말경

역사 용어부터 바로 쓰자

<역사용어 바로쓰기>(한정숙 외 지음·역사비평사 펴냄)는 모두 40개의 역사용어를 정리하면서 이 문제와 대면한다.

  • “바른 이름을 갖기 위한 노력은 역사적 실천이며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문제”라고 썼다.
  • 임나일본부설에 위축받아 가야를 수세적으로 해석한 결과인 ‘삼국시대’ 대신 고구려·백제·신라·가야를 시야에 올리는 ‘사국시대’가 올바르다는 지적(김태식 홍익대 교수)이 대표적이다.
  • 6·25전쟁 대신 한국전쟁(박명림 연세대 교수), 통일신라시대 대신 남북국시대(송기호 서울대 교수), 신사유람단 대신 1881년 일본시찰단(이이화 서원대 석좌교수), 한일합방조약 대신 한국병합늑약(이태진 서울대 교수) 등을 쓰자는 제안이 뒤잇는다. 이유와 근거는 다양한데, 역사의 한 측면만 강조해온 식민사관·반공사관 등의 잔재를 극복하자는 뜻과 대체로 관련이 있다. 이념적 편견없이 역사적 실체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도록 역사용어부터 바로 잡자는 이야기다.
  • 혼용·혼재돼 쓰이고 있는 여러 역사용어의 차이를 짚어 설명하는 대목도 흥미롭다. 은정태 대림대 강사는 의사와 열사라는 용어를 살폈다. 성리학적 의리관이 담긴 ‘의열지사’에서 비롯된 두 단어는 애초 뚜렷한 구분없이 쓰이다가, 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인물을 ‘열사’로 부르는 쪽으로 변모했다. 반면 중국이나 북한은 ‘의사’라는 용어는 아예 쓰지 않고 ‘열사’만 사용하고 있다.
  • 백성·평민·민중이라는 용어의 역사성을 시대적으로 구분하거나(정창렬 한양대 명예교수), 기독교적 형제애를 표현하는 용어였던 동포가 정치적 주체를 불러내는 용어로 바뀐 과정을 살피는(김동택 성균관대 연구교수) 대목도 재밌다.
  • 이신철 성균관대 연구교수는 납북과 월북은 구분하면서도 ‘납남’이라는 용어 없이 모든 경우를 ‘월남’이라 표현하는 역사 인식의 공백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월북자를 배신자, 빨갱이로 몰고 남쪽으로 넘어온 사람은 모두 자발적 월남자로 보는 시각이 여기에 있다”고 분석했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 한겨레 신문 8월 24-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