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210
- 순이의 목은 길었다. 길었습니다.
- 안개 속에서 어린 순이의 목은 길었다. 안개 속을 걸으면 머리 위 짐이 휘청 휘어 보였다.
- 등포대기엔 어린 동생이 잠들고 순이는 목이 길었다.
- 긴 목 우에 짐은 휘어도 안개 속으로 희푸연 그림자로 사라졌다.
- 순이가 가고 난 짙은 안개엔 등이 휜 섬 하나 느리게 출렁인다.
- 최씨네는 유식한 양반집이곤 했다고 전한다.
- 유식한 양반이곤 했던 최씨네는 어느날 밤 한 짐 지고 떠나버렸다.
- 최씨는 정말로 유식한 양반이곤 했다.
- 최씨는 도시에서 왔다.
- 달그락 달그락 끊어지는 노래 소리
- 휘어진 소나무 밭이 새벽을 맞을 때 사라지던 별들처럼 달그림자 끝에 걸렸다.
- 써서는 안될 말이 있다
- 글씨에 살냄새 없고 시퍼런 핏줄이 보일 듯 뵈지 않으면 그게 글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