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h Mail 12: 두 판 사이의 차이

DoMath
편집 요약 없음
 
(차이 없음)

2008년 5월 16일 (금) 08:49 기준 최신판

봄이 깊어간다. 지난 주에도 며칠 강원도엘 다녀왔단다. 5월 첫 주에도 다녀왔었지. 연초록 새잎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더구나. 초록이면 다 같은 초록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제 가서 보면 생각과는 사뭇 달라. 초록의 향연이라나 할까. 다양한 초록색만으로도 산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경탄을 했단다. 게다가 군데 군데 봄꽃들이 피어 장신구처럼 환하게 빛나게 해주고 있었어.

슬쩍 보면 그게 그거 같아 보이지만, 그 세계에 직접 들어가 눈을 크게 뜨고 보면 그게 아니라는 건 봄의 산만 그런게 아니란다. 수학의 세계도 마찬가지야. 다만 수학의 세계는 달리는 버스에서 보는 풍경과는 다르지. 풍경은 워낙 화려해서 달리는 차 안에서도 별 노력없이 금방 아름다움을 드러내지만, 수학의 세계는 안그렇거든. 천천히, 깊이, 이렇게도 생각해보고 저렇게도 생각해봐야 하고, 게다가 논리적으로 생각해서 틀림이 없어야 하니 긴장의 끈을 팽팽하게 당겨야 해. 그리고 까다로운 문제들을 풀 수 있을 만큼의 기술도 익혀야지. 직접 풀어보지 않고 눈으로만 봐서는 절대로 수학을 잘할 수 없어. 해답지 보고 공부하는 사람이 절대로 수학을 잘할 수 없는 것과 같아. 수학 점수를 잘 받는게 수학을 잘하는 것이 아냐. 그래서 왠만해서는 다가가다가 물러서고 말지. 삼촌도 물러서고 싶을 때가 있곤 하지만, 내팽개칠 수 없어. 수학은 매력 덩어리거든. 그 아름다움에 한번 반하면 힘들어도 돌아서 다시 그리 가게 돼. 우리 명훈이가 세월이 흘러 과연 그 놀라운 세계를 얼마나 볼 수 있을지 삼촌도 궁금하구나.

지난 편지까지, 자연수인 양의 정수와 0 그리고 음의 정수로 수의 세계를 넓혀왔어. 음의 정수라는 새로운 수가 나왔고 셈을 어떻게 하는지까지 밝혔지. 정수의 세계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놀라움투성이야. 마치 정글같아. 그 세계에 대해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은 아직 매우 적어. 계속 호기심을 발동해서 살피고 있는 중이지. 무엇이 알려지고 무엇이 알려지지 않았는지 우리도 조금은 살펴 볼 때가 기어이 올거야. 그때까지 포기하고 나가 떨어지지 않는다면 말야

하지만, 그건 조금 나중에. 오늘은 우선 수를 더 넓혀보려고 해. 나눗셈에 대해서도 더 알게 될거야. 그래야 우리가 정수라는 그 은밀한 세계 속으로 들어갈 수 있을거야. 오늘 편지에서는 학교에서 흔히 분수라고 부르는 부분에 대해서 말해줄께. '분수' 를 영어로는 fraction 이라고 하지. '잘라냄' 또는 '잘라낸 것' 이라는 뜻을 담고 있지. 유럽의 다른 나라 말도 마찬가지야. 분수를 한자로 쓰면 分數 인데, 이건 수를 잘라냄 이라고 이해하는 게 좋겠다 싶어. 예전 사람들은 '수' 라고 그냥 부르면 자연수를 뜻했거든. 그러니 자연수를 잘라냄이라는 말인거지.

그러면 자연히 궁금해지지 않니? 왜 수를 잘라내야 했을까? 그것은 자연수 만으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겠지. 어떤 문제였을까? 우리도 살다보면 자주 그런 일을 겪어. 뭐냐면, 예를들어, 귤이 하나 있는데, 동생과 나눠어 먹어야 할 때도 있고, 쌀 세가마로 밥을 지어 재난을 당한 백 명에게 고르게 나눠 줘야 할 수도 있어. 그리고 통닭 두마리를 사서 친구 일곱명이서 나눠 먹어야 할 때도 있고. 물론 생활에서는 결코 '똑같이' 나눌 수는 없겠지. 아주 미세하지만 차이가 나긴 날거야. 하지만, 그런 자잘한 문제는 잠시 접어두고 n 개의 어떤 대상이 있는데 m 명에게 똑같이 나누는 상황을 상상해볼 수 있지 않니? 현대인만 그런게 아냐. 수 천 년 전에도 이런 문제들이 있었을거야. 예를들어 크기와 모양이 엇비슷한 큰 돌을 두 개 마련했는데 그것으로 같은 석상을 여섯 개의 만들어야 할 경우도 있었을테지?

수천년 전 사람들이 수를 쪼개야 하는 상황은 또 어떤 경우가 있었을까? 마음대로 상상해 보아라.

실제로 수천년전 이집트, 중국, 그리고 다른 여러 고대 문명의 유물들에 그런 증거들이 있단다. 벽, 나무, 양피지, 돌에 써 있는 그림 또는 글자들을 잘 해독해서 알아내지. 주로 고고학자들이 그런 일을 하지. 그 중에는 원판 모양의 빵이 일곱 개 있는데, 여덟명의 일꾼들에게 똑같이 나눠 주는 문제도 있었어.

그 일곱 개의 빵을 여덟 명에게 나누려고 할 때 칼 쓰는 회수를 최소로 하면 몇 번일까? (겹쳐 쌓아 놓고 자를 수는 없다고 가정한다.)

앞의 모든 경우는 분배 또는 나눔의 문제지. 그런데 어떤 사물을 똑같이 분배할 때만 그런 문제가 발생한 게 아냐. 세월이 흐르고 기술이 발달해가면서 직선이나 원을 그릴 수 있는 도구들도 생겼지. (컴퍼스는 언제쯤 처음 생겼을까?) 그리고 길이나, 넓이, 부피를 알아야 경우도 아주 많아졌어. 거대한 성전을 짓거나 농토를 측량하는 경우를 생각해보렴. 넓이 재는 것에 대해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이야기해줄까? 이야기가 오늘 새로 넓혀갈 수와 조금 거리가 멀지만, 말해 볼께.

아주 옛날 사람들은 단순한 문제만 풀었던 것이 아니야. 지금부터 육칠천년 전에 고대 인도에서는 신전을 세울 때, 어떤 조각을 하든 같은 넓이로 하도록 정해놓은 것도 있었단다. 아주 단순한 예를들면 정삼각형 조각을 하나 만들었다면 그것과 똑같은 넓이로 정사각형을 만든다거나 별 모양을 만드는 거지. 그런데 매우 어려운 문제가 있었어. 바로 어떤 정사각형과 같은 넓이를 갖는 원을 만들어나 원과 같은 넓이를 갖는 정사각형을 만드는 것이었지. 도구는 자와 컴퍼스만 써야 한다는 조건에서 그렇게 해야 했어. 그때 사람들도 나름대로 해결 방법이 있었지만, 어떤 것도 정확한 값은 아니었어. 비슷한 값일 뿐이었지. 이 문제는 수 천 년을 끌어오다, 풀린 지 불과 이백년도 채 안돼. 어떻게 되었을까? 놀랍게도 자와 컴퍼스만 써서는 결코 정사각형과 같은 넓이의 원을 그릴 수 없단다. 이 문제는 이 편지가 계속 되다보면 함께 볼 거야. 아주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지금 이것을 말하기는 어려워.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생각하고 열심히 문제들을 풀면서 내공이 더 쌓여야해.

자, 다시 이야기의 본론으로 돌아가보자. 어쨌든, 이미 수천년 전에도 길이와 넓이, 부피들을 재고 싶었어. 길이만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자꾸나. 그 중 가장 간단하니까. 공책을 펼쳐보거라. 빈 쪽을 펼쳐서 두 점을 찍어 봐. 자, 이제 그 길이를 재 보자. 어떻게 하겠니? 자를 가져온다? 자를 대본다? 그리고 만약, 큰 눈금 3개와 작은 2개가 있다면 3cm 2 mm 라고 말하겠니? 하지만, 그건 문제가 있지. 우선 그것은 정확한 값이 아니라는 거야.

  • 두 점을 두 세개의 자로 측정한다고 하자. 자들은 정말 같은 길이를 말해 줄까?
  • 과연 세상에 존재하는 자 중 1 cm를 정확히 나타낼 수는 자가 있을까?

현실 속에서는 그 어떤 자도 대강의 값만 말해줄 뿐이지 않겠니?

그리고 또 한가지 문제. 1 센티미터(cm) 란 도대체 무엇일까? 왜 그것을 써야하지? 예전에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단위를 썼잖아. 치, 척 같은 단위를 썼어. 미국에서는 인치, 피트, 야드 같은 단위를 쓰잖아. 예전에는 더 심했겠지. 민족마다 지역마다 달랐을 수도 있어. 지금 알려진 바에 따르면 cm 란 프랑스 사람들이 쓰던 단위래. 프랑스 안에서도 다 달라서 사람들끼리 헷갈려 했어. 그래서 프랑스 대혁명이 끝나고 대개혁이 일어날 때, 미터법을 법으로 정했대. 그리고 프랑스 국력이 세져서 국제 회의에서 강력하게 주장해서 그것이 국제 표준이 되었다는구나.

그때 프랑스 사람들이 정한 가장 기본 단위였던 m 는 도대체 얼마만큼일까? 어떻게 그것을 정했고 왜 그랬을까?

그리고 1m 를 100 조각으로 나눌 때 한 단위의 길이를 1 cm 라고 했지. 1000 조각으로 나누면 1 밀리 미터(mm)가 돼. 요새 나노(nano) 라는 말이 종종 나오지. 들어봤니? 1 나노미터(nm)은 아주아주아주 짧은 길이지. 1 m 를 1억 조각으로 쪼갤 때 한 단위야. 엄청나지. 이 조그만 길이도 더 쪼갤 수 있는 기계가 있다고 하니 현대 기술이 얼마나 발달한건지 짐작이 가지? 그것을 다시 1억 조각으로 쪼갤 수 있을까? 현대 기술이 거기까지 갔는지 못갔는지 삼촌은 잘 모르지만, '수학적으로는' 얼마든지 쪼갤 수 있어. 1 m 를 1억 조각으로 쪼개고 그 한 조각을 다시 1 억 조각으로 쪼개는 거지. 우리의 마음은 다 할 수 있어. 게다가 그것을 또 1억 조각으로 낼 수도 있어.

  • 이런 과정을 1억 번 해나간다고 해보자. 그 길이는 얼마나 작을까? 그 조각들을 합해서 지구부터 달까지 선을 그리려면 조각이 몇 개나 필요할까?
  • 이런 과정을 끝없이 계속해 간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이야기가 또 잠깐 샜구나. 삼촌은 어쩔 수가 없나 봐. 다시 본래 가려고 했던 길로 돌아가자. 미터가 됬건, 자가 됬건, 인치가 됬건, 어떤 것이든, 기본 단위를 정해야 한다는 게 중요해. 그리고 그것을 나름의 기준으로 쪼개 가면서 더 작은 또는 더 큰 척도를 정하고 말야. 1 미터가 정해지면 그것을 1000조각으로 쪼갠 것이 밀리미터고, 1000개 반듯이 이으면 킬로미터(km)가 되는 것 처럼. 꼭 10의 몇제곱 꼴이 아니어도 돼. 미국이나 영국서 아직도 쓰는 기본 단위 중 1 야드(yard)가 있는데 이것을 3 조각 내면 피트, 36개로 쪼개면 1 인치이거든. 민족과 부족마다 척도가 달랐을지도 몰라. 모두 나름의 이유가 있었겠지. 우리는 1 미터를 국제 표준으로 하는 세상에 살고 있을 뿐이야. 수학적으로는 어떤 방식이든 좋아.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마음이 넓거든. 어쨌든 기본단위 하나를 정했다고 하자. 그리고 그것을 1 과 대응시켜. 우리는 아래 그림의 두 점의 길이를 1로 하자. 그런 세상에 살고 있다고 상상을 해보기로 해.

자 그럼, 이제 아래 그림 처럼 두 점 P 와 Q 의 찍고 그 길이를 재보자. 하하, 진짜로 잴 필요는 없어. 어림잡아도 돼.

눈으로 봐도, 앞에서 점 P와 Q 와 우리의 기본 단위는 다르지? 물론 우리의 평면이 진짜로 균질하고 편평하다고 가정한거야.

우리의 평면이 진짜로 균질하고 편평하지 않다면 어떻게 될까?

어떤 점에서 시작해서, 직선을 따라 기본 단위 1로 정확히 두 번 잰 점은 2와 대응시키고, 세 번 해서 도달한 점은 3 으로 대응시킬수 있어. 그렇다면 어떤 자연수에도 대응하는 길이가 있겠지. 따라서 100에 대응하는 길이는 기본 단위 1을 직선으로 100번 반복해서 잰 다음 나온 것일거야. 또는 2 길이 만큼을 50번 해도 되고. 이것을 기호로,

간단히 나타낼 수 있을 거야.

다른 길이에는, 그럴 수 있다면, 다른 자연수가 대응되겠지. 그런데 어떤 길이든 자연수로 대응하는 길이로 잴 수 있을까? 점 P와 Q 를 보자. 점 P 에서 시작해서, 직선을 따라 기본 단위를 정확히 두 번 했더니 점 Q 와 겹치지 않았어. 그런데 세 번 하면 Q 를 넘어가 버려. 그렇다면 이런 길이는 우리가 정해놓은 기본 단위로는 잴 수 없는거지. 어떻게 해야할까?

어떻게 하면 그 점을 잡아낼 수 있을까, 과연? 그렇지! 기본 단위를 나누어 쪼개야지. 몇 개로? 얼마든지. 다만 우리에겐 하나로 쪼개는 건 그대로니까, 둘, 셋, 넷, 다섯, ..., 얼마든지 정한 만큼 잘게 쪼갤 수 있어. 둘로 쪼개보자. 단위(unit) 길이 1을 둘로 쪼개. 사과를 둘로 쪼개 듯.

사과를 거의 정확히 둘로 쪼개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그것은 어떻게 나타낼까? 수많은 방식들이 있었을거야. 지금 우리가 쓰는 방식은 이렇게 나타내는 것이지.

하나를 둘로 쪼갠 것이라는 뜻으로 읽을 수 있어. '쪼갠다'는 셈에 무게를 실어 나타내면,

라고 쓰기로 해. 어떤 나라에서는 기호 대신 라고 쓰기도 해. 기호들이 경쟁하고 있는거지. 곱셈도 마찬가지야. 보통 라고 쓰기도 하지만, 그냥 가운데 점을 찍기도 해. 대신 라고도 할 수 있거든. 정하기 나름이지. 경쟁 중이야. 10진법으로 수를 나타내는 것도 오랫동안 경쟁해서 더 나은 것이 남았듯이, 이것도 그렇지 않겠니? 이제부터 곱셈과 나눗셈을 써야할 때가 오면 삼촌은 대신 를 쓸거야. 이게 컴퓨터 자판으로 쓰기도 편할 뿐더러, 지금 우리가 쓰는 곱셈 기호는 나중에 자주 나올 변수(variable)의 기호 x 와 헷가릴 수도 있으니까. 어쨌든 가 길이를 재는 것에서는 '단위 길이를 둘로 쪼갠다.' 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하자. 그러면 그 결과가 앞에서 쓴 분수 가 되겠지. 셈하고 나서 결과나오는 게 아니라, 셈을 하자마자 바로 그만큼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굳이 절차와 결과를 구분할 필요는 없어.

계속해보자. 그렇게 기본 단위를 둘로 쪼갠 것을 '둘로 쪼갠 작은 단위' 라고 불러보자. 그리고 이 작은 단위로 몇 번을 계속해 봐. 다시 말해 점 P 에서 Q 를 잇는 직선을 따라 반복해서 해 간다는 말이야. 다섯 번을 했더니 재수가 좋아서 점 Q에 이르렀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이것은 이렇게 쓸 수 있어.

좋지. 그렇게 되면 좋아. 그런데 만약 그래서 안걸려들었다면? 셋으로 쪼개봐도 좋지. '셋으로 쪼갠 작은 단위'로 여덟 번을 했더니 재수가 좋아 걸렸다면 어떻게 쓸까?

선분을 쪼개는 것이 아니라 빵을 나누어 주는 것으로 해석해 보면, '빵 여덟 개를 3명에게 나누어준다'라는 말로 해석해볼 수도 있어. 마치 자연수 1 이 '사과 하나' 가 될 수도 있고, '연필 하나' 가 될 수도 있고, '한 사람'일 수도 있고, '먼지 하나' 일 수도 있듯이 다양하게 적용해볼 수 있어. 그렇다면 앞에서 던진 질문

원판 모양의 빵 일곱 개를 여덟 명에게 나누어 줄 때, 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빵은 얼마만큼일까?

기호로 쓰면 일거야. 다시 말하면 빵 하나하나를 여덟 조각 씩 내서 조각난 것을 일곱개씩 나눠주면 돼.

이렇게 쪼개면 빵을 일꾼들에게 고루 나누기 위해 칼을 28번 쓰게 돼. 이 방법이 칼을 가장 적게 쓴 것일까?

그런데 단위 길이를 셋으로 쪼개도 안되면? 더 잘게 쪼갤 수 있지. 기본 단위를 어떤 자연수 n 만큼으로 잘게 쪼개 자연수 m 번 만큼 재서 두 점 P 와 Q 의 거리를 나타낼 수 있었다면,

이겠지.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가야할 게 있네. 다름아니라, m > n 인 경우. 예를들어 앞에서 나온,

같은 거. 첫째는 둘로 쪼갠 것을 다섯 번 해도 되지만, 기본 단위 2 에서 시작해서 '둘로 쪼갠 작은 단위' 로 한번만 더 재면 충분하지? 마찬가지로 둘째도 기본 단위 2 를 잰 다음 '셋으로 쪼갠 작은 단위'로 두 번 더 재면 돼. 그래서

또는 그냥

라고 써. 이미 다 배운 것들이지? 그리고 작은 단위를 4로 해서 두 번 재는 것은 작은 단위를 둘로 해서 한 번 재는 것과 같을 거야. 기호로 써보면,

그렇기만 하겠니? 여섯 조각으로 낸 작은 것을 세 번 하는 것과도 같겠지? 그렇다면 아래의 표현이 무엇을 뜻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거야.

여기서 수학적으로 매우, 아주, 엄청나게 중요한 문제가 생긴단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서 꼭 공책에 적어보고 친구와 토론을 해보아라.

두 점 P, Q 가 주어졌다고 하자. 기본 단위 1을 n 조각 내서 그 작은 단위로 m 번 하면 항상 P 와 Q 의 길이를 잴 수 있을까?

오늘 편지를 이만 줄일까해. 갑자기 말을 끊어버려서 미안하구나. 오늘 하려는 말은, 사실, 한마디로 할 수 있는 것이었어. 뭐겠니? 다름아니라 바로 이것이지.

갯수를 '세기' 위해서는 자연수면 충분하지만, '거리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자연수로는 안된다. 이제 우리는 '수'라는 개념을 더 넓게 봐야만 한다. 마치 0을 기준으로 자연수 저 건너편 또는 그 반대쪽의 '수'를 나타내려면, 자연수로는 부족해서 '음의 정수'를 도입했던 것과 같다. 단위 1 보다 작은 '수'를 생각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새로운 수는 두 자연수의 비율 또는 관계를 뜻해. 2와 3의 비율 또는 관계를

또는

으로 한다는 것을 뜻해. 삼촌이 나눗셈을 대신 : 를 쓴 이유가 하나 더 있는 것이지. 비례를 나타낼 때도 : 기호를 쓰잖아.

이 말을 다시 하면,

3 에 어떤 수를 곱하면 2가 나오나? 길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2 라는 길이를 얻기 위해 얼마 만큼의 길이를 세 번하면 되나?

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인 셈이지. 아직 익숙하지는 않겠지만, 식으로 써보면

라고 할 때, 앞의 등식이 참이 되는 x 를 찾는 수. 바로 그것이야. 그런 x 를 찾는 절차가 나눗셈이고.

오늘 편지는 이만 줄이기로 했기 때문에 이야기를 더 하지 않고 다음 편지에서 이어 나갈께. 그 전에, 다시 한번, 최종적으로 정리해보면 이래.

주어진 n 과 m 에 대해, 이 될 때, 항상 참이 되도록 하는 x 를 찾는 셈이 이고 그 수를

으로 쓴다. 위에 있는 m 을 '분자'라고 부르고, 아래 있는 n 을 '분모'라고 불러. 분자는 영어로 numerator, 분모는 denominator 라고 해. 왜 우리말이나 한자 문화권인 중국과 일본 같은 나라에서는 분자(分子) 와 분모(分母)라고 해서, '자식'과 '어머니'라는 말을 썼을까? 유럽어들에는 그런 단어가 없는데 말이야. 흥미롭지 않니? 어머니가 자식을 업는 모양이어서 그랬을까?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 새로운 수가 필요하다는 것을 충분히 받아들이고,
  • 그것을 '수를 쪼개는' (분수; 分數) 방법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사실,
  • 그리고 그것이 여러 방식으로 해석 될 수 있다는 사실과
  • 같은 길이를 나타내는 방법이 끝없이 많다는 사실

들을 기억하면 충분할 것 같아. 다음 편지에서는 우리에게 훨씬 새롭고 드넓게 펼쳐진 수를 모두 '유리수'라는 수로 부를 거야. '수를 쪼갬 또는 쪼개진 수'라는 개념에서 드디어 '수' 자체가 되는 거지. '수의 씨앗'에서 진짜 '수'가 된다고나 할까? 유리수 '세계'가 이루어 지려면 그것들 끼리 셈을 어떻게 하는지도 정해줘야 해. 또 어떤 수를 0 으로 나눌수도 있을까? 그건 어떻게 될까? 라는 문제도 함께 볼거야. 문제 하나만 더 풀어보고 이 편지를 곱게 접어 넣어두기 바란다.

선분을 쪼갠다. 단위 1 길이를 셋으로 쪼갠 다음 가장자리의 한쪽을 버렸다. 남은 길이로 단위 길이 1을 둘로 쪼갠만큼의 길이와 같은 만큼을 재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오늘 전화할 때, 바쁘다 했던가? 그래서 편지를 제때 읽지 못한다고 했지 아마? 그런데 뚱딴지같이 '리만 가설'에 대한 책을 사서 읽었다며? 그리고 등비수열에 대한 문제도 궁금해 하더구나. 안돼요, 안돼. 한발 한발 내디딜 때, 그 기초적인 개념을 잘 이해하지 않고 성급하게 새로운 지식만 쌓으려고 덤비다가는 큰 코 다쳐요. 수학만 그건게 아녜요. 어떤 일이든 천천히 가더라도 기초를 탄탄하게 다지면서 가지 않으면 모래성 쌓기와 다를 바 없어. 다른 과목 공부하는 것도 그렇고 악기를 익히는 것도 그렇고, 운동도 그래. 잘하는 사람들 보면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 사람들이지. 그런데 수학은 유난히 더 그래.

삼촌 편지가 너무 길고 불필요 한 것까지 자꾸 캐묻는 경향이 있어서 읽기가 껄끄러워서 그런 것이라 생각해. 그건 삼촌 능력이 아직 그것밖에 안되서 그럴 거야. 용서해 다오. 하지만, 삼촌도 꾸준히 쓰다보면 명훈이와 대화하는 능력이 늘거야. 그러니 삼촌이 내민 손을 잡고 가보는게 어때? 잘 따라오기만 하면 나중에 '번개가 치면서' '놀랍도록 아름다운' 풍경을 보게 될 지도 모르잖아. 산을 오르는 기분으로 더디지만 한발 한발 함께 올라가보자꾸나. 거기 초록빛 향연을 열고 있는 봄산들이 아래로 활짝 펼쳐질거야.


청사포 푸른 바다가에서 삼촌이


수학 편지 대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