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h Mail 0: 두 판 사이의 차이

DoMa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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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17일 (화) 21:27 기준 최신판

Math 편지 0 : 소개


명훈아 안녕 ? 삼촌이 오래 전에 말을 꺼내놓고 이제서야 펜을 들었구나. 강원도 미산에서 닷새 Do Math 캠프를 하고 나서 벌써 얼마나 지난거지? 음... 와, 벌써 두 달이 다 되었네. 아이쿠 이런 !

지난 토요일 삼촌은 미산 계곡에 갔다 어제 왔어. 캠프할 때 가보고 두 달 만에 처음이었어. 우리가 머물 때는 새하얀 세상이었는데 이제 미산 골짜기는 파릇파릇한 봄옷으로 갈아입으려더라. 얼음 축구하고 꼬리잡기했던 곳 기억나니? 소복히 쌓인 눈을 치우자 커다란 망치로 쳐도 끄덕없을 만큼 단단한 얼음이 나타났잖아? 미끄러지며 함성을 지르던 그 내린천도 이젠 다 녹아 흘러. 소양강을 따라 한강을 지나 마침내 서해 바다로 갈 때까지 방방곡곡에 봄을 알리려는지 물살이 씩씩했단다. 고요한 아침이나 밤이 되면 쿨쿨쿨 흐르는 물소리가 우렁찼어.

명훈이에게 슬쩍 '수학편지' 이야기를 꺼내보았을 때, 어리둥절하지는 않았니? 왜 그런걸 하려고 하지 ? 어떻게 수학으로 편지를 써? 그런 질문들이 들지 않았나 모르겠구나. 삼촌이 수학 편지를 처음 생각했던 때는, 솔직히 말하면, 벌써 몇 해 전이야. 모스크바에서 삼촌이 공부하면서 수학에 재미를 솔솔 느낄 때였어. 더 많은 것을 깨달아간다고 느꼈나봐. 재미있어지더라. 그래서 그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을 만한 사람에게 전해주고 싶었어. 뭐든 그렇겠지만, 수학도 공부할수록 더 재미있어져. 힘든 시기는 있기 마련이지만,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말도 있잖아. 아픔이 끝나면 달콤한 시절이 온다는 말이야. 공부란 공을 들이는 일이라 쉽게 얻으려고 해서도 안되지. 쉽게 얻으려는 사람은 쉽게 포기하곤 하거든.

아이구, 삼촌이 또 말이 많아지는구나. 아무튼, 공부를 할수록 삼촌 생각도 여물어가는 것 같고, 좋은 책들도 더 만나게 되었어. 많이 배웠지. 수학 공부가 실제로 생각을 깊게 하도록 돕는 것 같았어. 어떤 생각이든 얼렁뚱땅 넘어가지 않는 습관이 들었어. 그러던 중, '처음 수학 공부를 하게 될 때부터 잘 배우면 어떨까' 하게 된거야. 물론 삼촌보다 수학을 잘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을거야. 어쩌면 명훈이가 삼촌보다 더 잘할지도 몰라. 그런데 삼촌이 먼저 듣고 읽고 생각한 것이 있으니까 그것으로 대화를 시작하고 싶었어. 그러면 명훈이가 잘 들어보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더 생각해보고 삼촌이나 옆 친구와 대화를 하면 참 좋겠다 싶었던거지. 그런데 그때 명훈이는 어렸고, 삼촌도 생각만 있었지 바빠서 선뜻 시작할 수가 없었어.

어쩌다보니 수학 캠프를 하게 되었잖아. 거기 명훈이도 오고 다른 아이들도 많이들 왔어. 칠판에 쓰면서 하긴 했지만, 새로 나온 이상한 말들을 만나고 자주 문제를 던져서 그것을 생각하느라 공책정리가 쉽지 않았을거야. 일부러 미리 교재를 쓰지 않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아이들이 그때 한 내용들을 되돌아보면서 느긋하게 생각해보고 싶어하지 않을까?' 라고 여길 수도 있잖아. 그런 생각이 뒤늦게야 든거야. 마침 모스크바 시절 했던 생각이 다시 난 김에 '한번 써볼까?' 하게 된거야. 그런데 같은 내용이라도 말하는 것과 쓰는 건 많이 다르잖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더라. 캄캄했어. 생각할수록 쓰면 좋겠는데, 쓰려고 빈종이를 떡 꺼내보니 '엉? 어떻게 한다지? ' 하는 거야. 두려웠을까?

두려움... 나같은 사람이 그런 내용을 쓰기엔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마음이었을거야. 물론 그래. 그렇지만 그건 크게 문제가 안되었어. 완성된 것을 내놓겠다는 생각은 없었거든. 그런 것은 없을 뿐더러,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니까. 더 심각한 문제는 다른 데 있었어. 거기다 내용을 더 채워야 할 것 같았던 거야. 그 서른 시간 만큼 수업한 내용도 만만치 않은데 뭘 더 채우냐고? 하.하. 그게 아냐. 명훈일 괴롭히고 싶은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단다. 그게 아니고, 같은 내용이라도 더 정확한 내용, 더 좋은 문제가 없을까 질문했던거야.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주제별로 다시 공부를 더 해야할 것 같았어. 예를들어 볼께. , 우리가 캠프 때 처음으로 했던 '숫자쓰기' 기억나니 ? ' 고대 바빌로니아, 이집트, 로마나 중국에서 숫자를 어떻게 썼을까?' 하는 것 말야. 스스로 생각해보니 그 부분을 더 정확하고 세밀하게 공부해야겠더라. 그래서 도서관에서 그 방면의 책을 몇 권 빌려와 읽으면서 정리해보았단다.

그랬더니,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아니? 이게 할수록 알아야할 것이 더 늘어나는거야. 기억나니? " 하나를 알면 열을 모른다." 삼촌이 수업하면서 몇 번 말했는데... 한데 그럴수록 흥미진진해지는 건 물론이지. 말했잖아. 공부란 그래. 하면 할수록 재미있고, 안하면 안할수록 재미없거든. 재미있어지니 어땠겠니? 더 찾아보고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은거야. 음수니, 유리수, 무리수는 언제 가려고 '자연수 숫자쓰기' 가지고만 매달리고 있다니 ! 언제나 우리 명훈이가 읽어볼 수학 편지를 쓸 수 있을까? 내가 하는 방식이 옳은가? 다시 생각했지. 그리고 어떻게 쓰는게 더 좋을까 ? 하는 질문도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이리 뒤척 저리 뒤척했단다.

그러다가 '더 늦춰서는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안되겠다, 부족하더라도 우선 시작하자. 써가면서 질문 받고 토론하고 답하면서 공부 더하면서 부족한 것을 메꾸는 길을 택하자.' (주먹을 불끈 쥐며) 그래, 결정했어. 수학 편지가 이렇게 늦어져버린 것에 대해 변명이 참 길기도 하구나. 푸후. 아무튼, 명훈아, 삼촌이 게을렀더라도 이해해 줄거지?

자 그럼, '무엇을 어떻게 쓸까?' 에 대해 조금만 말하고 그만할께. 지루하지 ? 지난 캠프 때 했던 걸 할거야. 문제도 이미 풀어본 것들이 많을거야.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아. 명훈이도 알지? 미산 캠프가 끝나고 삼촌은 서울서 두번더 같은 내용으로 강좌를 했거든. 강의 시간만 하면 미산 캠프 때와 마찬가지로 서른 시간이었어. 그런데 분위기에 따라 미산 캠프보다 덜하기도 하고 더하기도 했단다. 내용은 넣거나 뺄 수밖에 없었고, 순서도 조금씩 바꾸어야 했어. 그러니 꼭 캠프 그대로겠지 여기지 않아도 돼.

편지는 주로 파일로 해서 올라갈거야. 아마 부모님이 인쇄를 해서 읽기 좋게 해주실거야. 하지만, 원래는 인터넷에 써서 올릴거란다. 이렇게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 이유들을 시시콜콜 안써도 되겠지? 삼촌이 만들고 있는 사이트 'Gil Project' 에 써두고 그것을 조금 다듬어서 파일로 바꾸어 보낼거야. 올라간 파일만 편지처럼 읽어도 되지만, 그 사이트에는 다른 말들도 있고 하니, 주소를 적어 줄께.

Gil Project 수학 편지 주소 : http://gilparha.org/wiki/index.php/Math_Mail

거기에 편지 목록도 있고, 당부하는 말도 있어. 그리고 거기 어디에 '질문/답변/자기만의 생각/토론'을 할 수 있는 곳이 있어. 스스로 찾아보거라. ('Do it yourself ! '이 마음가짐이 참 중요하거든.) 삼촌에게 따로 편지를 써도 돼. 물론이지. 하지만, 다른 사람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명훈이가 한 생각이 다른 사람과 다를 수도 있으니, 기왕이면, 게시판이나, 토론 칸에 써주면 좋겠구나.

자, 그럼. 잡담은 그만하고 이제 시작해볼까? 손을 잡자. 수학이라는 아름다운 세상으로 함께 길을 가보자꾸나.


수학 편지 대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