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423-2: 두 판 사이의 차이

DoMa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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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4월 29일 (토) 13:10 기준 최신판

정수일 선생님씰크로드학 책이 시작이 잘 안되는데... 더불어 숲 학교에 선생님 오실 날도 머지 않았고 해서 지금이 적기인데 왜 이렇지? 다른 책들을 지지부진하게 읽고 생활이 살짝 얄팍하게 펼쳐지고 있어서 그런가... 책을 꺼냈다가 후기에서 일부 옮겨 위로를 삼아볼까 한다.

이 책은 저자가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수감중이던 1999년 1월부터 2000년 3월까지 집필한 연구개괄서이다. 저자의 구금으로 인하여 대학원에 개설된 '동서교류사연구'과목이 폐강되었다. 담당교수로서 자책하면서 수강생들에게 문명교류사의 핵심인 '씰크로드학'을 한 달에 두 번쯤 편지로라도 전수해주고 싶었다. 어떻게 하든 갓 닻올린 '문명교류사호'를 피안까지 가닿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리하여 박사과정에 있는 한 전공수강생에게 이러한 취지를 담아 띄운 첫 편지에 이 책의 서론 부분을 적어보냈다. 그러나 그후 발송이 불허되어 '편지강의'는 더이상 이어질 수 없었다.

어차피 누군가에 의해 언젠가는 그 학문적 정립이 이 땅에서 이루어져야하기 때문에 미래를 기약하고 편지 쓰기 대신에 연구메모 작업에 돌입하였다. 마침내 3,4년간이 지난 오늘 그 자그마한 결실을 보게 되었다.

'씰크로드학'은 초야의 개척학문이라서 의무감에 걱정까지 겹치다 보니 내내 어깨가 무거웠다. 그럴 때면 서산대사(西山大師)의 이런 시구를 되새기면서 힘을 얻고 마음을 가다듬곤 하였다.


踏雪夜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跡
遂作後人桯


새하얀 눈밭을 걸어가니
그 걸음 흐트러져서는 안되리
내 노을 찍어놓은 발자국
뒷사람들 따라 걸을 것이어니


'씰크로드학'이란 미답의 '새하얀 눈밭'에 뒷사람들이 따라 밟고 갈 발자국을 찍는다고 생각하니 책임감에 걱정부터 앞서 '흐트러져서는 안되리'라고 늘 마음을 다잡아나갔다. 한편, 여기에서 보람도 아울러 느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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