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430-1: 두 판 사이의 차이

DoMa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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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5월 1일 (월) 07:56 기준 최신판

세계가 영원히 돌고돌는 것은 죄다. 업이다. 그 안에서 숱한 '나'의 삶은 고통이다. 고통의 원인이 그 돌고 도는 것에 대한 인식의 부족, 그로 인한 집착이다. 그로부터 넘어서버리는 위버멘쉬(뛰어넘는자, 넘어서는자, 초인)나 성불이 된다... 이런 사유들이 있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창조함으로써 이 돌고 도는 세계를 향한 '나'의 권력을 울부짖어 넘어섰건, 깨달음을 통해 일체의 망상으로부터 벗어낫건 세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세계에 존재하면서 이 세계를 산다... 이런 사유들이 있다. 숲 속 수북한 낙엽위로 기어가는 아이와 사과내음 나는 여자와 사랑하고 살기도 벅찬 세상. 사유들이, 사유들의 찬 바람이 불어온다.



쉬는 날이기도 하고 날도 좋고 일주일 내내 운동하러 간 것 빼고는 집 밖을 안나가기도 했고 창문을 두드리는 바람 소리에 ... 나갔다. 자전거랑 함께 갈까 걸어갈까 하다가 이래저래 늦어서 고민할 필요없이 휘이 타고 갔다. 바람이 어찌나 센지 내리막 길에서도 쭈욱 빠지지 않았고 오르막에서는 금새 땀을 낼 지경이었다. 해운대 바닷가를 지나갈 때는 머리카락을 다 밀어 날려버릴 듯 했다. (오늘이 내가 대머리되는 날이었을 수도 있다.)

씨네마떼끄에 도착했을 때는 어찌나 서둘렀는지 집에서 나온지 고작 25분 밖에 안지났다. 날이 좋아 해운대에 차도 많고 사람도 많아 이리저리 피하면서 온 걸 생각하면 기록에 가깝다. 그만큼 위험하게 자전거를 몰았다고 봐도 되지. 오늘 씨네마떼끄에서는 두 편의 영화를 보러 왔다. 사실, 지난 번에 본 미카엘 하네케의 Hidden을 다시 보고 싶었지만 오늘 아침 이 영화는 이미 끝났고 다음 두 편이 시작된 걸 알았다. 다음 두 편도 기대가 된다. 이번 영화는 Nirvana의 커트 코베인의 27살 자살하기 마지막 며칠에 대한 자료들을 읽고 Gus van Sant감독이 fiction으로 꾸민 커트 코베인 이야기다. 무척 기대가 된다. My own private IdahoTo die for, Elefhant의 감독 Gus van Sant 새영화를 기다렸기 때문이다. (이 사람의 영화이고 맷 딜런이 나오는 아마도 제목이 Drugstore cowboy는 여태 못보고 있다. 그가 만들고 본 것으로 Finding Forrester라는 볼만한 영화가 있고, 히치콕의 영화를 거의 그대로 초를 재며 다시 만든 Psyco가 있다. ) 다른 하나는 일본의 젊은이들 이야기 인 것 같았다.

지금이야 많이 가셨지만, 커트 코베인 자살하기 직전 마음을 그려낸 영화 Last Days는 걸작이었다. Elefhant를 보고 감독이 이제 누구도 흉내 낼수 없는 자기만의 영상언어를 만들어내었으니 이제 거장이라 부를만 하다 라고 박수를 쳐주었는데, 오늘 본 영화는 그런 자기만의 영상언어를 다듬고 밀어붙인 결과라 여겨졌다. 자살한 사람이고 그 사람이 누구냐 Nirvana의 커트 코베인 아니더냐. 영화가 어떻겠느냐... 올리버 스톤이 이런 소재로 영화를 만들었다면 완전히 다른 영화가 나왔을테고 노래는 실컷 듣고 화면발이 섰겠지만 보고나서 가슴 속 깊은 곳을 두드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와 영화관 앞 수영만 요트 경기장 쪽 플라스틱 의자위에 앉아 한시간 여 멍하니 앉아 있어야 했다. 시간도 뒤죽박죽이고 말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고 등장인물들도 왔다 사라지고 왔다 사라지는 통에 엮으려 하면 생각이 필요한데, 엮으려는 노력 전에 무엇보다 커트 코베인의 심리적 흐름으로 받아들이면 그냥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면 싸 하다. 그게 영화보는 동안에는 (영화는 사실 많이 지루한듯 했다. 내 앞과 옆의 사람이 졸고 있었다.) 지진으로 끝난 후엔 여진이 오래갔다. 다행히 두번째 본 일본 영화가 녹녹치는 않았고 잔잔한 여운이 물살처럼 일었고 따듯한 영화인데다 이쁜 머시매 가시내들이 나와서 많이 풀렸다.

장황하게 영화 이야기를 쓰고 싶은 마음도 없지는 않으나 밤도 늦었고 이 밤에 DVD로 My own private Idaho"이나 PsycoElefhant를 다시 봐야겠다는 마음이 일어 급하다. 읽던 책 오늘까지 읽었으면 싶었던 부분이 남았지만 오늘 일은 오늘 하는 게 좋은 건 알지만, 그래도 감독와 영화 후 울렸던 그때의 나에게 애정을 담아 두시간만 외도를 하려한다. 내일 아침엔 다시 얼굴이 푸석거리겠지만 뭐 어떠리.

영화보고 나와 멍하니 앉았다가 휘갈긴 메모를 잃어버리기 전에 남겨놓고. 잡글인지 알지만 소중한 거니까. 어디보자... 뭘 썼나?

끝이 곧 시작하네
사람들은, 믿어라, 나를 따르라, 내게 필요한 건 말하고 말하고
취하고 퍼킹 사랑하고 노래하고 춤추고
아래턱뼈에 대해서도 말하지만
나는 새벽 숲 속을 헤매 폭포에 들어가고 폭포를 향해 오줌이 나오네 나오고 마네
연두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대낮 가로등에 기대어 바다와 요트를 뒤로한 분홍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의 빈 웃음을 찍네
밤을 숨겨놓은 햇빛 사이로 자전거를 지치는 사람들 스케이트를 미는 아이들 미끄러지는 사람들 '나'에 취한 사람들, 허느적 허느적 노부부 겨우 걸어가네
빵빵한 젊은 연인 팔짱을 단단히 끼고

우거진 나무와 우거진 구름 사이로 타고 도는 바람 소리
혀를 내밀어도
아무 맛이 없네
오토바를 끌고 가는 젊은 여자는
고이 딴 머리카락을 다시 한번 묶어 올렸어

터널의 끝과 끝엔 새벽과 밤
바다위에 놓인 다리를 달리는 사람들과 사진에 담는 사람,
머리카락 다 뽑아버릴 듯 바람은 부는데
어디로 갈지 나는 모르겠어
부끄러워라
어디에도 없어보이고
멋있게 떠나고 싶었는데
멋도 모르겠고 배는 고팠지만 옷은 곪았고 우유는 엎지러졌네

사람들의 웃음 소리타고
바다를 건너오면 나는 돛을 올려
아프리카로 가고 싶지도 않아
여기는 내가 있던 곳이 아니고
어둠 속에서 아이 웃음 소리 나타나다 사라지고

차라리 절망이라도 하였으면

죽고 싶단 마음이라도 들었으면
단지 난 즐겁지 않을 뿐
지루하지도 않을 뿐
하품하며 눈물 찔끔 닦아내는 이들 부러워
조금 더 살아보겠다고 박자도 없이
춤을 추는 허리와 엉덩이 바쁜 자동차들
느릿한 걸음 희미해지는 입맞춤
공은 둥글어 둥근 공이 둥글게 굴러오네
굴러와 지나가는 개미를 깔고
시멘트를 뚫고 나온 철근은 지렁이 되어
꾸물거리고 사람들은 나를 찾지만 나는
사실 나는 이미 없어 빈 봄으로 사다리를 타고
오르려고 새벽을 오르지 않으려고

나는 이미 새벽을 지나왔거든
나는 이미 끝을 지나 시작했거든
비를 피하러 들어온건데
앞에도 비고 뒤에도 비고
내가 선 곳으로 바람만 지나가는데 옷은 곪았고 우유는 엎지러졌네
내가 선 곳으로 바람만 지나가네
폐유같은 바람만 지나고 ...

아, 차라리 절망이라도 하여버렸다면 지금과는 다를텐데



쓰는데 용무로 화장고치러 갔다오다보니 다음 영화가 시작되어 들어갔다. 그리고는 그 리듬을 놓쳐 버리고 집까지 그냥 왔고 지금은 영영 갈 수 없는 과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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