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501-2: 두 판 사이의 차이

DoMa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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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 없음)

2006년 5월 2일 (화) 21:24 기준 최신판

책장에서 책 십수권을 꺼내 이리저리 옮길 일이 있었는데, 스페인 그라나다의 시인 페데리꼬 가르시아 로르까의 번역 시집을 꺼내다 방바닦에 펄썩 주저앉아 펼쳐 읽었다. 러시아어 번역 본으로 읽다 접어버렸던 부끄러움이 있다. 스페인어를 알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을 뿐 같은 서양어이고 러시아어 번역은 더 나을것이라 했지만 러시아 문학어에 짧다보니 버거웠다. 외국어 공부에 정성을 더 들여야 하는데 하는데 하면서 하루가 또 간다. 읽던 몇 개의 시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시 하나를 옮긴다. 번역은 교수이자 시인인 정현종씨가 했다. - 여기까지 5월 1일.

5월 2일. 여기에 대해 할 말있다. 060502-2로 이어짐.


늙은 도마뱀

바싹 마른 길에서
근사한 도마뱀(악어의
한 퇴화인)이
명상에 잠겨 있는 걸 보았다.
악마의 수도원장의
초록 프록코트,
적절한 거동과
빳빳이 선 깃,
그는 늙은 교수의
슬픈 모습을 하고 있었다.
무너진 예술가의
시든 두 눈,
어떻게 그것들은 오후를 바라볼까
낙심속에서!

친구여, 이제
그대의 황혼녘의 긴장을 위한 산책인가?
부디 지팡이를 드시오 !
그대는 아주 늙었소이다, 도마뱀 선생,
그리고 동네 아이들이
그대를 놀라게 할는지도 모르니.
그대는 길에서 뭘 찾고 있소,
내 근시의 철학자여,
바싹 마른 오후의
너울거리는 幻影이
지평선을 망가뜨렸다면?
그대는 죽어 가는 하늘의
푸른 구호품을 찾고 있소?
어떤 별의 돈 한푼?
아니면 아마
그대는 라마르틴의 어떤 책을
읽었는지도 모르고, 또 혹시
새들의
플라테레스코 풍 두음을 즐기는지?

(그대는 지는 해를 바라보오,
그리고 그대의 눈은 빛나오,
오, 개구리들의 마왕이여,
인간적인 광채로.
생각들과,노 없는 곤돌라들이
그대의 타 버린 눈
의 그늘진 물
을 건너가오)

그 사랑스런 숙녀 도마뱀을
그대는 찾아왔소?
오월의
밀밭처럼 푸르고,
잠자는 샘의
긴 꼬리처럼 푸른,
그대를 깔보고, 그러고는
그대를 그대의 터전에 내버려 둔 그녀를 ?
오, 상쾌한 잔디 속에서
부서진, 감미로운 牧歌여 !
그러나 사시오 ! 얼마나 멋진 악마요 !
나는 그대를 좋아하오.
"나는 뱀에
반대한다"는 모토는
기독교 대주교의
위엄있는 겹턱에서 의기양양하고.

인제 해는 산맥의 잔
속에 녹아 들었고,
양떼는
길에 떼지어 가오.
헤어질 시간이오 ;
메마른 길과
그대의 명상을 남겨 두시오.
틈이 나
벌레들이 그대를 먹을 때
그대는 별을 바라볼
시간이 있을거요.

귀뚜라미 마을 옆
그대의 집으로 돌아가시오 !
굿 나잇, 내 친구
도마뱀 선생 !

인제 들은 텅비고,
산들은 어스름에 잠기며,
길은 황량하다.
단지, 이따금,
뻐꾸기가 포플러 숲의
어둠 속에서 울고 있다.



...

이 시를 읽으면서 이런 공간-시간이동을 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는데... 존재가 이동하였다가 오면서 적막함과 쓸쓸함에 장난기로 살아있고 그러면서도 언어없는 사색에 빠진 젊은이로 유럽의 해지는 전원에 갔다 온것같은 꿈을 꾸었다. 도마뱀을 통해서 (번역인데도...내가 원어를 알았다면 느낌은 더 생동했을 것이다.) 이런 느낌을 줄 수 있는 시인이라니 ! 생긴거만 봐도 알수 있지? :)

Federico García Lorca


해질녘 시골길. 멀리 산을 보고 앉았는데 도마뱀 한마리가 불쑥 기어올라 온다. 이 녀석은 움직일 줄 모르고 앉아 명상에 잠긴 듯, 의젓하다. 늙은 스님 모습이고 늙은 교수요 퇴락한 예술가 같은 근시의 철학자인 도마뱀이 지는 해를 바라보고 있는 한때는 악어같은 권위를 가졌던 도마뱀은 이제는 퇴화하여 하늘에서 적선이라도 바라는 것 처럼 되었다. 한때 불타올랐던 야생의 눈은 이제 그늘진 물기만 남아 그 속으로 젊은 날의 낭만적인 곤돌라들이, 아 노도 없이 느릿느릿 미끄러져간다. 늙어가는 너는 젊은 것들, 숙녀를 기다리지만 그것은 너를 데리고 한 장난일 뿐, 너를 이 석양의 전원에서 기다리도록 하고는 오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지. 그런데도 너는 위엄을 잃어버리지는 않았구나. 묵묵히 하늘을 바라보고 있구나. 여전히 너는 너의 고집마저 놓아버리고 비굴해지지는 않았구나.

나 이제 가야한다. 갈 때가 되었다. 최후의 순간에도 별을 바라볼 틈은 날을것이다. 나는 길을 간다. 시골은 이제 어둠이 짙었다. 텅빈 숲에 뻐꾸기 소리만 이따금 들릴락말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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