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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ha (토론 | 기여)님의 2008년 4월 13일 (일) 18:25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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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훈아 안녕?

오늘 편지는 며칠 안지나서 쓰는 거지? 지난 주에 게으름을 피운 것 같아 삼촌이 주먹을 불끈 쥐었지. 이야기를 풀어가기 전에 오늘은 잠시 멈추어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지 되돌아 보고 싶구나. 명훈이도 그렇지? 앞으로 더 탐험을 하기 위해 필요할 것 같은 것을 것만 빼서 나열해볼까?

  • 자연수란 사물과 하나씩 대응하면서 생겨났다. 그렇게 하나씩 대응 한다는 생각과 동시에 하나, 하나에 하나 더, 그것에 하나 더, ... 처럼 연이어 차례대로 나온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사람들은 자연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 민족이나 지연에 따라 기본 묶음 단위가 다르기도 했다. 보통 다섯이나 열이 기본 단위였지만, 열둘을 중요하게 여기기도 했고 스물, 예순도 그런 역할을 했다. 이것들끼리 경쟁을 했지만, 열을 기본으로 하는 쪽으로 자리를 잡아간다.
  • 자연수를 기호로 쓰게 된다. 어떤 자리에 오든 상관없이 자기 자신이 나타내는 숫자를 기어이 나타내려는 방식이 있었는가 하면, 자리에 따라 다른 수를 나타내는 방식도 있었다. 고대 이집트, 고대 로마 숫자들이 앞의 예고, 고대 바빌론, 고대 중국이 뒤의 예다. 뒤의 방식을 '자릿수법'이라고 부를 수 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이 방식이 점점 더 쓰인다.
  • 인도에서는 0 을 수로 인식했다. 이것은 인류 문명에서 불을 발견한 것과 같은 중대한 사건이었다. 그런데 지금도 0 은 여전히 신비롭다.
  • 아랍에서는 여러 문명을 융합하고 발전시켰다. 열을 기본 단위로 하면서 0, 1, 2, 3, 4, 5, 6, 7, 8, 9 열 개의 기호와 자릿수법으로 나타낸다. 이렇게 해서 드디어 아무리 큰 수라도 셀 수 있으면, 열 개의 기호만으로 표시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을 십진법(base-10 number systme)이라 부른다. (어? 그럼 셀 수 없는 것도 있단 말인가? 어떤 생각이 드니?)
  • 그 덕분에 어떤 자연수와 다른 자연수를 더하는 셈은 무척 편리해졌다. 1부터 9 까지 서로 더하는 것과 자릿수법의 원칙만 이해했다면 자연수의 덧셈은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다.

이 정도가 될 것 같은데. 더 있나? 어디 곰곰히 생각해보자. 곰곰... 곰곰....

이 정도면 된 것 같아. 놓친 것이 있으면 그때 더 말하지, 뭐. 그나저나 왜 아직 아무 답장도 안오는 것일까? 혹시 우리 명훈이 이 편지들 받으면 읽지도 않고 책상 서랍에 넣어두는 건 아니겠지, 설마? 오, 제발 ... 삼촌이 얼마나 고생해서 쓰는 건데. 나중에 삼촌을 보면 피골이 상접해 있을 거야. 다 이 편지들 때문이니, 그때 후회하지 말고 그때 그때 읽어가기 바란다. '나중에 봐야지' 하면 너무 쌓여서 영영 안봐 질지도 몰라.

그럼 다시 수학 이야기로 돌아가자. 우리에겐 10진법 숫자 체계가 있어. 그리고 덧셈을 이해하고 있지. 지난 편지 마지막 부분에서 덧셈을 빨리 하기 위해 덧셈표를 만들어 보았어. 여기서 질문 던질께. 엉뚱한 것으로 여겨지더라도 받아서 잘 생각해 보거라.

  • 우리의 10진법 체계는 자연 하나에 숫자 하나씩일까?
  • 덧셈이 무엇일까? 덧셈이 있고 덧셈표가 있는 것일까? 덧셈표에서 표시하는 것처럼 자연수들이 그런 관계에 있을 때 덧셈이라고 부를까? 다시 말해, ((1,1), 2), ((1,2), 3), ..., ((8,9), 17), ((9,9), 18) 이란 관계가 성립하면 그것을 덧셈으로 부르는 게 아닐까?

앞의 문제는 상당히 깊이 있는 문제야. 지금은 문제 만이라도 이해했다면 다행. 못했어도 걱정마. 나중에 때가 되면 다시 나올 거야.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고 생각도 깊어지고 넓어졌을테니, 명훈이가 답을 할 수 있을거야. 어쨌든 덧셈을 잘 이해했는지 보기 위해 앞에서 문제 몇 개를 보았어. 조금 다른 방향에서 다시 덧셈을 들여다볼까? 10진법으로 덧셈하는 것은 이미 어렸을 때 부터 해오는 것이라 덧셈은 쉽고 그래서 너무 뻔해 보일 수 있어.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게 아닌 방식으로 덧셈을 해보자꾸나. 이것을 통해 덧셈을 '제대로 더 깊게' 이해해 보는 거야. 먼저, 2진법. 그 말들은 별로 안 중요하지만 영어로는 binary numeral system, 또는 base-2 number system 이라고 한다고 했던 것 기억나니? 2진법이니, 기호는 둘 있겠지? 편하게 0 과 1이라고 하자. 그럼 이것은 덧셈을 하기 위해 쌍을 지워야 할 것은 몇 개일까?

그렇지? 네 개. 0과 0, 0 과 1, 1 과 0, 1 과 1. 오른쪽 표를 보면, 이해될거야. 0 에 0을 더하면 0 이겠지? 0 에 1 을 더하거나, 1 에 0 을 더하면 1이 되는 것도 쉽지? 그런데 1에 1을 더하는데 10 이 되는 건 이해되니? 그렇지. 이제 더는 표시할 숫자가 없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리수를 하나 왼쪽으로 옮기는거지. 그리고 빈칸에 0 을 넣어두는거야. 일의 자리에는 없다는 것을 말해줘야 하니까. 마치 십진법에서 5+4 일 때까지는 아홉이고 그에 해당하는 숫자가 있으니까 9 라고 써주었지만, 거기에 하나를 더 더하면 이제 10 으로 하는 것과 같은 이치야. 그렇다면 5진법은 어떻게 될까? 7진법은? 아래 그림을 보면 스스로 깨우칠 수 있을거야.

그럼, 이제 명훈이가 스스로 공책에 해보거라. 정확히 해내면 덧셈을 어느 정도 이해했다는 것을 뜻할텐데, 잘 해내려나?

12진법의 덧셈표를 만들고 십이진법으로 쓰인 19 + 91 는 얼마일까 계산해보아라.

자. 이제 덧셈을 '어떻게' 하는가 문제는 이해가 되었을 것 같아. 덧셈은 무척 쉽지? 아무리 큰 수를 줘도 별로 문제가 될 게 없어 보여. 그런데, 명훈아, 다시 말하지만 이렇게 쉽게 된 것은 덧셈을 쉽게 하도록 숫자체계를 자리잡아간 우리 선조들, 바빌론, 이집트, 중국, 인도, 아랍에 살았던 그 모든 선조들 덕분이란다. 다음으로 넘어가기 전에 잠시 고개 숙여 감사 드리자.

덧셈을 어떤 알고리듬으로 하면 좋은가에 대해서 지금까지 말했다면, 이제 말할 것은 덧셈이 어떤 성질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서야. 이 성질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해서 말하나 마나야' 라고 생각할 수 있어. 하지만,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구나. 이 성질들을 받아들이면 덧셈이 매우 안정적인 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어. 그래서, 덧셈을 그냥 하는 게 아니라 '잘' 할 수 있게 돼. 아주 기본적인 성질들이야. 덧셈을 할 때, 무엇을 먼저 할까에 대한 것이야.

  • 덧셈의 교환 : 두 수를 더하기 할 때 그 순서를 바꾸어도 괜찮다.
  • 덧셈의 결합 : 덧셈을 몇 번 하든 덧셈하는 순서를 바꾸어도 괜찮다.

자연수 세계에서는 이것이 통해. 그리고 앞으로 보겠지만, 더 넓은 수의 세계에서도 통하는 경우가 많아. 그렇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아.

먼저 교환부터 볼까? 어떤 자연수를 a , 어떤 자연수를 b 라고 하면, 덧셈의 교환이라고 부르는 성질을 좀 유식하게 쓰면 이렇게 쓸 수 있어.

믿어지니? 항상 그럴 수 밖에 없을까? 도대체 왜 그럴까? '아니, 어떤 수를 더하건 더해보면 같은 수가 나오니까 당연하지' 라고 생각할 수 있어. 그런데 그렇게 답하면 안되지. 그 답 안에는 '두 수를 더하는 순서와 상관 없이 같다'는 것이 이미 들어가 있잖아. 그리고 자연수는 몇 개니? 끝도 없이 많잖아. 그런데 거기서 두 개를 꺼내 계속 검사해 볼 수도 없잖아. 죽을 때까지 해봐도 불가능해. 불가능하기만 한 게 아니라, 자연수가 우주라면 그 안에 티끌 하나에 견줄 만큼도 못하고 죽을 거야.

그럼 어떻게 우리가 그것을 믿을 수 있을까? 된다니까 그냥 믿어야 하는 걸까? 우선 우리의 덧셈표를 봐도 그것은 같은 값이 나와. 1999 + 9999 와 9999 + 1199 를 비교해 봐도, 우리의 덧셈 알고리듬에 따라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거야. 조금 다르게 볼 수도 있어. 옆의 그림을 보면서 설명해볼까? 그림은 3 + 5 과 5 + 3 라는 덧셈들을 '빨간 공'으로 나타내 본 거야. 어떤 수에 어떤 수를 더하면 정해진 어떤 수가 되겠지? 그림의 예에서는 3 에 5 를 더해서 8 인 경우고. 그러면 이것을 거꾸로 세어 오면 어떨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세나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세나, 그것은 변함이 없겠지? 그럼 됬네 !

덧셈의 교환에 대해 두 방식으로 설명해보았어. 그런데 이것을 증명이라고 할 수는 없거든. 그럴 만하고 믿는 것이지. 왜 그럴까? 왜 앞의 설명으로 불충분한 것일까?

생활 속의 덧셈은 어떻니? 덧셈을 수 만 가지 방법으로 이해할 수 있어. 옷입기로 해보자. 그럴 경우 옷을 껴입는 순서가 바뀌어도 상관없니? '덧셈'이 먹는 것이라면? 더운 여름날 수박과 참외를 먹고 싶은데, 참외를 먹고 수박을 먹는 것이랑 수박을 먹고 참외를 먹는 것에 맛을 느끼는 게 항상 같을까? 그렇지 않을 수 있잖아. 더 단 걸 먼저 먹으면 덜 단 걸 먹을 땐 맛이 없어질걸. 이렇듯 순서가 중요할 수 있어.[1] 유명한 고사성어 중에 조삼모사(朝三暮四) 라는 게 있잖아. 아침에 셋 주고 저녁에 넷을 주겠다고 하면 아우성을 쳤던 원숭이에게 "그럼, 아침에 넷을 주고 저녁에 셋을 주마" 라고 하니까 좋아하더라는 말이야. 어짜피 하루에 일곱 개는 같은 데, 원숭이들에게는 그 순서가 다르면 만족하는 정도가 달랐던거야. 사람들은 흔히 원숭이들이 어리석다고 보는 것 같아. 하지만 원숭이 세계에서의 덧셈은 교환 법칙이 성립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3 +4 < 4+3 인 덧셈을 쓰고 있는지도 모르잖아? 사람들의 원칙으로 원숭이 세계를 비웃는 건 올바른 태도가 아닐 거야. 덧셈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그런 오만스러운 게 아닐까? 수학을 잘 이해하면 겸손해지고 다른 집단의 독특한 성질오 이해하니까 마음도 넓어지지 .

그럼 덧셈의 '결합'이 무엇을 보장해주는지 볼까? 이것은 덧셈을 몇 번하건 그 순서를 바꾸어도 괜찮다는 말이야. 예를들어,

이것도 너무 당연한 거 아니냐고? 2+5 는 7 이니까, 왼쪽 항은 7 + 7 이 되서 14 네. 오른쪽 항에서 5+7 은 12. 그래서 2+12 = 14. 같네. 이런 식으로 하면 항상 같을 수 밖에 없지. 그런가? 덧셈의 교환을 말할 때도 그랬지만, 이런 식으로 설명하는 건 너무나 불완전해. 그 모든 자연수의 경우에 대해서 다 해볼 수 없는 노릇이니까. 게다가 우리 일상을 보자. 쑥떡에 꿀을 찍어 먹고 물을 마시는 거랑, 꿀에 물을 타고 쑥떡을 거기에 찍어 먹는 거랑 맛이 같니? 그렇다면

덧셈에서는 덧셈들의 순서를 바꾸어도 항상 괜찮다는 것이 믿어지니?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쉽다고 생각했던 것일수록 답하기가 어렵곤 하단다. 그렇지 않니? 어쨌든, 우리의 자연수 세계에서 덧셈의 결합 법칙이 통한다는 것은 참 다행이야. 그렇지만 한게 아니라 아주 막강한 위력을 발휘한단다. 계산을 매우 편하게 할 수 있게 해 주거든. 스톱. 연필을 놓고 아래 계산을 마음 속으로 셈해봐.

암산 !  : 1999 + 187

앞으로 삼촌 편지 쓸 때 종종 '암산 ! ' 이란 말이 나올거야. 그러면, 어떤 도구도 쓰지 않고 그냥 마음 속으로 계산해서 결과만 공책에 적어가는거야. 알았지? 그런데 같은 계산인데, 교환과 결합이 된다면 아주 쉽게 계산할 수 있단다. 아래 예를 보자.

뿐만 아니야. 덧셈은 결합이 되기 때문에 덧셈을 한꺼번에 여러 번 하더라도 순서를 무시하고 해도 결과는 같아.

을 계산한다고 해보자. 원칙적으로 덧셈은 두 개의 수를 받아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위의 계산은 아직 할 수 없지.

이거나, 일 수도 있고, 또 다른 방법도 있을거야. 만약 결합 법칙이 성립하지 않는다면, 앞의 두 셈의 결과가 같다고 미리 말할 수 없잖아. 그렇지? 괄호를 입히는 방법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을거야. 그러면 이 문제를 생각해보거라.

만약 덧셈들의 순서에 따라 결과가 다르다면 1 부터 7 까지 덧셈은 최대 몇 개까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 다시 말해 괄호를 입히는 방법에 따라 덧셈의 결과가 다르다면, 앞의 셈은 최대 몇 개까지 다른 값이 나올 수 있을까?

어려울지 모르겠구나. 문제가 무엇인지 다시 보기 위해 1 부터 3 까지 더하는 경우만 보자. 이 경우는 두 방법이 있지?

이제 1부터 4까지 더한다면 ? 여기까지만 삼촌이 해볼까?

더 있나? 없는 것 같은데. 없어 확실히.

정말 그럴까? 앞의 경우를 달리 보자꾸나. (1, 2, 3, 4) 에 두 개 씩 괄호를 치는 경우는 몇 개나 있을까 하는 것과 같겠구나. 그런 경우는 1 과 (2,3,4) 를 하는 방법과 (1,2,3) 과 4를 하는 방법, 그리고 (1,2) 와 (3,4) 방법 밖에 없으니까. 그런데 (2,3,4) 나 (1,2,3) 이나, 이미 앞에서 보았듯 두 개 씩 묶는 방법은 두 개 뿐이야. 그러니까 두 경우, 두 경우, 한 경우 해서 모두 다섯 가지 경우가 가능하네. 이제 1부터 7까지 명훈이 혼자 해볼 수 있겠지? 귀찮아도 꼭 해보아라. 그것을 풀어보았으면 이것을 생각해 봐. 꽤 복잡할 수 있는데, 앞에서 해본 것들 사이에 어떤 규칙이 있나 생각해보는거야.

앞의 문제에서 1부터 7까지가 아니라, 100 까지라면 ? 1000가지라면?

일일이 해보는 것은 이제 거의 불가능하지. 어떤 규칙을 찾아야만 하는데, 해보겠니?

그런데 어떠니? 우리의 덧셈은 결합법칙이 통하잖아. 그래서 우리는 마음 턱 놓고 처음부터 그냥 더해가면 돼. 처음부터 일일이 하거나 아니면 마음에 드는 것들부터 두 개씩 골라가면서 하면 되는거야. 결합법칙도 조금 유식하게 써 볼 수 있는데, 여기서 a, b , c 는 어떤 자연수들이라고 하자.

덧셈에는 교환과 결합의 성질이 통하니까, 이런 덧셈도 마음껏 모양을 바꾸어 가면서 해 볼 수 있어.

어떻게 할까? 지금부터 200여년 전 독일에 가우스(Gauss)라는 수학자가 있었는데, 그는 지금껏 인류의 역사를 통틀어 모든 수학자 중에서 가장 뛰어난 수학자 몇 명을 꼽으라면 어김없이 들어가는 사람이야. 그가 열 살 즈음이었을 때, 어렸을 때 앞의 문제를 받고는 몇 초만에 계산을 해냈다잖아. 그가 했던 방식이 바로 이렇지. 명훈이도 이미 어디선가 보았을지 모르겠구나.

일부러 그런 걸 생각하지는 않았을지 모르지만, 결국 교환과 결합을 자유자재로 해낸거야. 이렇듯, 주어진 문제를 있는 그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여러 방향에서 들여다보고, 문제를 주물러서 다른 모양으로 바꾸어도 보면 좋아.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생각이 무척 자유로와야 해. 정해진 방법으로 정해진 순서를 따라서 하기만 하면 백날이 지나도 안돼. 그럴 때 비로소 '진짜로 수학을 하고 있다' 고 말할 수 있어. 그래서 기왕이면 더 짧고 명쾌하게 푸는 방법을 찾고 그로부터 통쾌함이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으면 더 좋단다.

가우스든 누구든 그런 방식으로 문제를 풀었다는 것은 곱셈을 알았기 때문에 계산을 쉽게 끝냈겠지? 자, 그럼 우리도 이제 곱셈을 볼 때가 되었다. 중요한 것은 이미 많이 나왔으니, 곱셈에 들어가면 속도가 점점 빨라질거야. 지금까지 한 것들, 내용을 곱씹어보고, 삼촌이 불쑥불쑥 던진 질문들을 되풀이해서 생각해보았다면 앞으로도 문제는 없을테지만, 슬렁슬렁 읽었다면 점점 공부하기 벅찰 거야. 무엇이든 처음에 제대로 하면 힘들지만, 나중에 쉬워지고, 처음에 쉬운 길을 택해서 대충대충 하면 나중에 꼭 어려움이 닥치고 만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수학 공부만 그런게 아니란다.

오늘은 이만 할께. 어려웠을지도 모르겠구나. 그나저나 우리 명훈이 삼촌한테 약속한 '답장'은 어떻게 된거야? 삼촌이 전화했을 때, 삼촌이 묻기도 전에 답장하겠노라 큰소리 뻥뻥 치더니?

공부도 좋지만, 요샌 꽃들이 피어 참 좋구나. 봄이 완연해지니 바다도 부풀어 오르고 땅도 부풀어 오른다. 꽃들도 부풀어 올라 여기저기서 톡. 톡. 꽃망울들이 터지는 소리가 즐겁구나. 명훈이도 이런 봄날 학교 담장이나, 뒷산에, 길가에 핀 꽃들과 새싹에 귀를 기울여 보겠니?

그럼, 다음 편지까지, 그럼, 안녕 ~

봄이 물오른 청사포에서 삼촌이


Note

  1. 사람들은 같은 것을 먹더라도, 처음하는 것이 더 만족이 높다는 성질이 있어. 이것을 경제학이라는 과목에서는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 이라는 꽤 낯선 말로 하는데, 하나 더 할 때마다 만족은 떨어진다는 뜻이야.
수학 편지 대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