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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Math
Parha (토론 | 기여)님의 2009년 5월 6일 (수) 14:45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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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있을 때는 아침마다 커피를 갈아 마시는데, 아주 진하게 우려낸다. 집 밖에 있을 때, 찐하게 커피를 내는 집이 아니라면 커피가 당기지 않을 정도다. 나에게 커피잔을 씻고 커피를 갈고 커피를 마시는 것은 하나의 작은 의식이다. 그동안 먼 이국에서 뜨거운 해아래서 자라나고 골라내 말리고 볶은 커피가 배와 트럭과 차를 타고 이 사람 저 사람들의 손을 거쳐 내게 들어와 마침내 내 안으로 들어와 나의 일부가 된 모든 커피알갱이들을 기리며...


읽기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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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 바다를 보고
산도 보고 나서는
뭄풀고 컴 일하다
쑥떡을 구어놓고
산쪽 베란다로 가면
구석에 냉장고가 있어
냉동실엔 커피가 있고
오늘은 이놈으로 하자
분쇄기에 커피알을 털어넣고
과자통을 개조한 뚜겅덮고
클립으로 커피 봉지 잠궈
커피는 원위치
분쇄기를 단디이 잡고 돌린다.
아 이거 뻑뻑하네.
다시 틀어쥐고
돌리자 돌려
되니 발로라도 더 단디이 잡자
다시 빠르게 돌리자
어깨힘을 빼는 것이 중요
얼마나 빠르게? 이 정도, 손이 안보일정도
커피알 튄 것들 고루 들어가게 탁탁 쳐서
만가지 생각도 다 굴려 갈자
갈아진 커피를 마른 종이에
쏟아 붓자 부어서
안나오려는 가루도 있기마련
그럼 흔들어 달래고
그럼 저도 나오기 마련
다 부어 내고
헛나와 숨은 가루들을 살핀다
탁탁 쳐서
더는 남은게 없나부다
남았대도 어떨 수 없지 남고 싶은 넘은 남아라
분쇄기를 닫고
커피통을 분리한다
어제의 찌꺼기들을
위에 붙은 것도 아래 붙은 것도
잘 덜어내 마르도록 담아
물담는 곳을 함 보자, 꺼멓군
esspresso 통을 씻어야지
물기까지 잘 닦고는
냉장고로 가서 냉장실을 열어
맑은 물을 꺼내
달이 떠야 달을 따고, 물통을 열어야 물을 담지
물통에 물을 담아
물이 얼마나 찼는지 보고
맛있는 물도 준비 끝
커피 담는 부분을 끼우고
이때가 아주 기분 좋은 찰라
갈아놓은 커피를 부으면
고루 쓰다듬고, 아~ 커피 냄새
커피통을 조립
꼭 꼭 조여야 안새지
불로 가져가 놓으면 이젠
가스 라인을 열고
불을 지핀다. 불세기를 적당히
물뚜껑 닫자
불은 이정도로 해놓고
부글부글 소리날때까지 기다려
모르는 분들을 위해 보충 설명
불에 물을 끓으면
어느순간 물이 솟구쳐
커피를 먹고 흘러
저 굴뚝으로 흘러 나올때면
온 집안은 커피 냄새
다 나올 때 즈음이면
부글부글 끓어 넘쳐
물을 있던 자리에 넣고
우유를 꺼내. 생크림은 더 좋다
신선한 우유도 아주 좋다
뚜껑을 열어 잔에 담을 때는
이렇게 흘러 넘치지 않도록 주의
우유는 바로 원위치
불을 끄고
미리 고른 오늘의 커피잔
우러난 커피를 따르자 천천히
향기를 맡으면서 생각을 비우고
천천히 따르자 생각을 비우고
다 찰 때 즈음 뿌듯함을 아는지





이 작은 잔들에 고인 하얀 우유와 까만 커피, 눈을 감았다 뜨고 숨을 마셨다 내쉬고 천천히 마셔보자. 탄산수가 있고 생크림을 저어 내면 환상이지. 쓰고 있으니 왠 군침이, 헐 ~

같은 커피라도 하루하루 맛이 다르고 같은 잔의 커피라도 한모금 한모금 맛이 다르다.

생각해보니 마시는 사람도 나 하나인 줄 알지만 매일 매일 다르고
한모금 한모금 같아 본 적이 없는 것만 같다.
이 작은 나의 아침 의식이 비록 보잘것 없어 보일지라도 이렇게 비춰 보니 미소가 나온다.

산다는 것이 참 고마운 것 지천이로운.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았던 것들까지도 !


커피 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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