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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Math
Parha (토론 | 기여)님의 2006년 5월 1일 (월) 07:50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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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림영상 에세이 라는 부제가 붙은 책의 제목은 나의 아름다운 창 이다. 이 책은 사진찍기 일을 겸하고 있는 지은이가 유명한 사진들을 보면서 에세이를 붙이는 형식으로 되어있다. 롤랑_바르트카메라 루시다와 같은 깊은의 사색적 에세이와는 많이 다르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시인이자 사진작가이자 어머니인 지은이의 글과 사진사에 남을만한 사진을 보는 것은 즐겁다. 그 중 지은이가 김수영과 함께 가장 좋아한다는 이라는 제목의 시다. '어느 중국 시인'의 시로 좋아서 대학 때 노트에 베껴놓은 것을 옮겨 두었다. 미국 1930년대 대공황기 가난한 사람들을 사진에 담은 Walker EvansDorothea Lange의 사진 몇이 있는 곳이다. 유명한 Migrant Mother(지은이는 이를 '이주 노동자. 캠프의 母子'라고 번역)라는 작품과 함께. 그 사진을 작게 줄여서 보기는 여기에, 크게 정말 크게 엄청 크게 보려면 위의 wikipeida 도로시아 랭 링크로 가서 사진을 클릭해서 다운 받으면 된다.




저들의 터전은 저토록 낮고
저들의 요구는 저토록 작았다
다만 한 방울 이슬과 한 줄기 볕으로도 즐거워 노래하고 춤춘다

저들이 그토록 쉽게 잊혀진 것은
저들이 생김새가 작아서요,
저들이 크토록 쉽게 사라진 것은
저들이 다만 줄 뿐 셈하지 않아서다

저들이 쉽게 희롱 당하는 것은
저들이 유약해서 바람을 견디지 못하는 탓이요
저들이 쉽게 밟히는 것은
저들이 겸손해서 허리를 잘 굽히기 때문이다
부질없다 노을이 쪼개고 간 航跡마저 지우고

저들이 끝내 흙을 그릴 뿐
하늘을 나는 참새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저들은 경건히 해와 달과 별들에게 절하면서 아무 말없이 기도할 뿐이다

저들은 빽빽이 어깨를 비비며
서로 포옹하면서 목숨을 나누고
저들 때문에 땅이 향기롭고
산하가 좋이 아름답지만

가난과 가뭄이 몰릴 때면
깡마른 실낱이 되고
어느날 목숨 모두가 불길이 되면
하늘과 땅 새에서 미친 듯 타오른다

...

지은이는 이어서 이렇게 쓰고 있다. '이 시처럼 풀같은 존재, 서로 포옹하며 목숨을 나누는 서민들로 땅이 아름다운 것이다.' ㅅ가 편하게 써져서 읽기도 좋고, 지금까지의 역사 대대로 밑바닥에서 살 수밖에 없었던 고귀한 생명들에 대한 사랑이 가득담겨 있어 감동적이다. 마지막 연이 그때까지 자칫 짠하기만 했을 뻔했던 말투를 채 올려 균형을 잡고 시의 뼈대가 되고 있는 듯하다.


사실 우리나라 젊은 시인들, 늙은 시인들, 젊은 영화감독들, 늙은 영화감독들, 젊은 미술가들 늙은 미술가들, 음악가들... 평론가들 ... 에세이를 쓰는 사람들... 이들의 글은 우리 말로 쓰였다는 점에서 아주 거침없이 마음속으로 파고들곤 한다. 그들은 내 손바닥위에서 파닥파닥 뛰는 물고기들처럼 직접적이다. 그런데도 우리에게 알려진 외국의, 예를들면 앞에서 말한 똑같은 사진에 대한 명상이라도 롤랑 바르트의 에세이집 - 경우와 견주어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그들은 물론 우리에게까지 알려질만큼 이미 걸러지고 걸러져 남은 굵직한 넘들이긴 하다.그렇다고 그런 사실이 아쉬움을 갉아 날리지도 않고 촉촉한 위안도 안된다.)

그 아쉬움이란 다름아니다. 아카데믹한 것. 조금 더 한발 더 인식론적 전진을 하지 않는다는 것. 바로 자기의 심장을 드러내고 옛쏘오~ 손 바닥 우에 올려 놓고 만다는 것. 아카데믹한 사람들은 또 왜 한발 더 미학적인 전진을 하지 않고 살짝 미쳐보지 않고 뒤에 물러서서 어허엄~ 하고 앉아서 그럴 듯한 위원회 같은데나 들어서 술안주도 없는데 말만 쏟아내다가 아니면 말지 뭐 하는 식으로 사는지.

아쉽다, 아쉽다. 그게 참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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