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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Math
211.249.225.110 (토론)님의 2006년 5월 2일 (화) 19:24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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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이트 전체를 관통할 생각을 정리하는 글을 쓰기 위해 취지문 격인 Manifesto를 쓰려고 빈종이를 펼쳤다가 아무것도 쓰지 못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빈 종이만 꺼내면 아무것도 쓸 수 없었다. 쓰지 못하면서 그동안 느리지만 쉬지 않고 만들어왔던 이 사이트의 세부적이고 기술적인 부분까지도 손을 댈 수 없었다.

그것은 어쩌면 겁을 먹었기 때문일 것이다. 인생의 한 고비를 넘긴다는 말을 했던 적이 있고 인생의 길이 새롭게 간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어찌보면 지독히 관념적이고 유희적이지만, 나로서는 하나뿐인 삶이 걸린 문제였다. 그러면서 새롭게 만들기 시작한 이 사이트를 관통하는 글을 쓴다는 것은 허허벌판에서 무릎까지 올라온 풀밭을 걷기 시작하면서 치밀어 올라온 느낌과 생각을 정리하고 앞으로 나아갈 바 마음의 결을 미리 짚어보는 것이라 조심스럽기만 하다.

한편으로는 그 글이 부끄럽게 살아왔지만 할 수 있으면 거짓은 피하려고 했던 내 삶을 정리하는 글이 될 수 있고 한편으로는 더 부끄럽게 살아갈지도 모르는 삶의 지향을 나타내는 것이라 무슨 말을 써야할지 몰랐다. 왜냐하면 나는 나로부터 사분오열하고 있는 것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글은 이 사이트가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기 위한 기대로 만들어졌고 그 글을 읽는 사람들 마음 속에 작은 불을 지피는 기능도 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어렵다. 부족하고 허술한 것이야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니 그것은 감수하겠는데 꼭 있어야 할 것이 빠져 그로하여 내가 초라하나마 사랑하고 있는 나의 인생을 달리 보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그보다 나를 가로막은 것은 다름아니라 있지 않아도 될 것이 끼어들 게 뻔하다는 생각이었다. 나도 모르게 '나'를 과시하고 날카로와지거나 없어도 될 것이 굳이 끼어들어 이것이 스스로를 질식시킬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피하는 길이었다. 아무것도 쓰지 않는 것.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넋을 놓고 있을 건가. 그렇게 할 수 없다. 풀밭에 앉아 있지 않고 더디지만 갈 수밖에 없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던가. 성공을 위한 시대에서 실패하는 인생을 즐겨보는 것도 좋으리라고, 대신 죽기살기로 실패를 해야한다 받아들이지 않았던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배신이다.

하는 것도 하지 않는 것도 모두 나를 무너뜨릴 것 같은 이 난처함을 어찌해야하나? 그 따위 것을 스스로 마들어 괴롭힐 이유 없는데도 나로서는 어쩔 수 없이 직면한 현실이다. 이렇게 스스로를 목조르고 찌르면서 하는 일이 시간의 강에서 아무 뜻없는 지푸라기하나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지금은 거대한 통나무로 나의 물길을 막고 서 있는 것이다. 하는 흐르고 싶어 흘러야 하는데 어찌 해야할 지 모르는 것이었다.


오늘 아침 일어나 그런 마음이 들었다. 쓰자. 쓰기로 했다. 그냥 쓰기로 했다. 모순을 극복하려 하지 말고 왜 써야 하는지 이유찾지 말고 그냥 쓰자. 그냥 걷기로 했듯 그냥 쓰자 어쩔 수 없다. 지금은 써야 한다.

무엇이 나올지는 모르겠다. 그 안에 거짓이 없기만을 그 안에 있는 말이 나중에 거짓이 되지 않기만을 기도할 뿐이다. 여기에 쓰고 고치는 과정을 남긴다. 매일 쓰고 지울 때 마다 쓰는 나와 고치는 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런 모든 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쓰자.



너는 스파이더 맨을 사랑하니 나도 스파이더 맨을 사랑한다

으대는 왜 홋불을 히혔나요 으대는 왜에 홋부을 히혔나아요.

너는 핫도그를 사랑하니, 나도 햄버거를 사랑한다

그만큼의 걱정 그만큼의 믿음 그만큼의 사랑

너의 믿음을 사랑하니 나도 걱정을 사랑한다

차라라 걱정이니 믿음이니 사랑이니 그러 말 좀 사라져 버렸으면 제발 좀 !



Parha로 가기 --- 오늘, 쓰다로 가기 --- 오늘, 그리다로 가기 --- 오늘, 우리말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