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808-2
작년 말 올해 초 몇개월은 '무위당' 선생님과 함께 하였다. 이즈음 뜨근하게 읽은 책들이 여럿 있고 새로 본 세상과 사람 있었지만, 무위당 선생님 책은 항시 곁에 있었다. 해운대의 진달래 철쭉은 질 때 강원 월둔엔 나무들이 꽃으로 피워 산 하나가 꽃이 되고 산들이 파란 꽃밭처럼 되었을 때 즈음 '연암'을 읽기 시작하였다. 아직 '열하일기'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그 분의 체취를 맡은 것 처럼 착각이 들때가 잦아진다.
오늘 읽은 것 중 몇. 교수 '정 민'씨의 번역과 해설판(태학사) '비슷한 것은 가짜다' 186쪽-188쪽에 있는 연암의 짧은 편지글 셋이다. 이 글들 바로에 앞에 있는 것들과 연관지어 읽어야만 하는 것인데 그것을 다 옮기자니 많다. 간략하면 이렇다. 소천암이라는 이가 쓴 '순패'라는 책 서문을 써준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연암이 여기저기 써둔 편지초본들을 모아 '영대정승'이라는 책을 묶으면서 직접 쓴 서문이다. '순패'는 당시 저자거리 말들이나 생활양식을 쓴 것인데 사서삼경류의 고문을 교조화하면서 숭상하던 분위기 속에서 속되어 하류의 것으로 받아들일 만 한 책이었다. 이 책의 서문과 '영대정승'의 서문에서도 '법고창신(法古創新)론'을 펴는 연암의 '문학성'과 '사상가로서의 깊이'를 미루어 볼 수 있다.
편지글 쓰기에 대한 글이 나오니 역자가 '영대정승'에서 실제로 한자로 하면 마흔자가 조금 넘는 짧은 편지들 셋을 뽑아 실제 예를 보여준 것이다.
귀에 대고 하는 말은 듣지를 말고, 절대 남에게 말하지 말라고 하며 할 얘기라면 하지는 말 일이오. 남이 알까 염려하면서 어찌 말을 하고 어찌 듣는단 말이오. 이미 말을 해 놓고 다시금 경계한다면 이는 사람을 의심하는 것인데, 사람을 의심하면서 말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 하겠소. |
어린아이들 노래에 이르기를, "도끼를 휘둘러 허공을 치는 것은 바늘 가지고 눈동자 찌름만 같지 못하네" 라 하였소. 또 속담에도 있지요. "삼공(三公)과 사귈 것 없이 네 몸을 삼갈 일이다" 라는 말 말입니다. 그대는 잊지 마십시오. 차라리 약한 듯 굳셀지언정 용감한 체하면서 뒤로 물러터져서는 안된다는 것을 말이오. 하물며 외세의 믿을 만한 것이 못됨이겠습니까? |
鄭노인은 술이 거나해질수록 붓이 더욱 굳세졌었지요. 그 큰 점은 마치 공만 하였고, 먹물은 날리어 왼쪽 뺨으로 떨어지곤 했더랍니다. '南'자를 쓰다가 오른쪽 내려 긋는 획이 종이 밖으로 나가 방석을 지나자, 붓을 던지더니만 씩 웃고는 유유히 용호(龍湖)를 향해 떠나갑디다. 지금은 찾아볼 수가 없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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