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914-2
풀이 휘어내려 바람에 흔들리고 풀섶 사이로 튀어오르는 긴다리 곤충과 몸을 붙여 기는 풀벌레들. 아무도 없는 산골집에 앉아 날개를 털며 소리를 내며 은은한 밤을 맞은 날 밤 생각이 났다.
무위당 장일순 선생님 말씀.
세상에 태어난다는 사실은 대단한 사건 중에서도 대단한 경사입니다. 태어난 존재들이 살아간다는 것은 거룩하고도 거룩합니다. 이 사실만은 꼭 명심해야 할 우리의 진정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가끔 한밤에 풀섶에서 들려오는 벌레소리에 크게 놀라는 적이 있습니다. 만상이 고요한 밤에 그 작은 미물이 자기의 거짓없는 소리를 들려주는 것을 들을 때 평상시의 생활을 즉각 생각하게 됩니다. 정말 부끄럽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럴 때면 내 일상의 생활은 생활이 아니고 경쟁과 투쟁을 도구로 하는 사람의 허영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삶이 삶이 아니었따는 것을 하나의 작은 벌레가 엄숙하게 가르쳐줄 때에 그 벌레는 나의 거룩한 스승이요, 참생명을 지닌 자의 모습은 저래야 하는구나라는 것을 가슴깊이 새기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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