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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Math
Parha (토론 | 기여)님의 2007년 4월 17일 (화) 18:45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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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오랜만에 나간 김에 해운대 아름다운 가게에 들렀다. 좋은 책 몇 권 있길래 사왔다. 인간의 대지(Terre des hommes ;민희식 불역)도 거기 있었다. 사온 책들은 집안 청소하고 정리할 때까지 거실 원탁 위에 찻잔들이랑 종이들이랑 어울려 어지럽게 쌓여있다. 요사이 주로 읽는 책은 정수일 선생님의 실크로드학이고 덧붙여 조금씩 읽는 책은 장일순의 노자이야기인데, 그 사이사이 여러 책들이 들어오고 나간다. 그렇다고 느리게 보니 책을 많이 읽지 않지만, 읽은 것들은 사정없이 가슴을 쓸고 지나간다. 그 중 어제 쿵 ! 하고 울렸던 셍떽쥐뻬리(Saint-Exupery)의 책을 나누어 조금 옮긴다. 글이 부분적이 아니라 전체적인 느낌이 워낙 중요해서 모두 옮기고 싶지만 그건 못하겠네. ;(


대지는 우리 자신에 대해 모든 책보다 더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왜냐하면 대지는 우리에게 저항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장애물과 겨울 때 비로소 자신을 발견한다. 그러나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도구가 필요하다. 대패라든가 쟁기가 있어야 한다. 농부는 땅을 가는 동안에 자연의 비밀을 조금씩 앗아내는데, 이렇게 캐낸 진리야말로 보편적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항공로의 도구인 비행기도 사람을 모든 옛 문제들로 끌어들인다.

아르헨티나로 최초의 야간비행을 하던 날 밤의, 들판 여기저기에 드문드문 흩어져 있는 불빛들이 마치 별처럼 깜박이던 캄캄한 밤의 인상이 지금도 내 눈에 선하다.

그 불빛 하나하나가 이 더움의 大洋 속에도 인간의 의식이라는 기적이 깃들이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이 보금자리 속에서 사람들은 읽고, 생각하고 속내이야기를 되뇌고 있을 것이다. 딴 집에서는 공간의 계측에 애를 쓰고, 앙드로메드좌의 성운에 관한 계산에 열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또 저기에서는 사랑을 속삭이고 있을 것이다.

띠엄띠엄 그 불빛들은 저마다의 양식을 찾아 들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그중에는 시인의, 교원의, 목수의 불빛같은 아주 얌전한 것도 있었다. 그러나 이 살아 있는 별들 가운데에는 또한 얼마나 많은 닫혀진 창들이, 꺼진 별들이, 잠든 사람들이 있을 것인가 ......

서로 맺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들판을 띠엄띠엄 타오르고 있는 이 불빛들의 어느 것들과 마음이 통하도록 해야 한다.


지은이가 썼던 바 '대지는 우리에게 저항하기 때문' 이나 '농부는 땅을 가는 동안에 자연의 비밀을 조금씩 앗아내는데, 이렇게 캐낸 진리' 같은 부분은 읽히고 마음에 쓰이는 데 조금은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그대로 옮겨 두었다. 서문을 고스란히 옮기고 싶었다. 단지 역자가 연장 이라고 한 부분만 도구로 바꾸어 놓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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