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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ha (토론 | 기여)님의 2006년 9월 27일 (수) 15:11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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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06.09.27 기사 에서 뽑아 편집

  • 김 시인은 반평생을 넘게 아이들과 함께 지냈다. 1970년 교사 생활을 시작해 지금은 모교인 전북 임실 덕치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친다. 그가 즐겨 써온 섬진강 아이들과 자연, 그리고 촌 사람들의 이야기는 책으로 출판되고, 초중등학교 교과서에도 여러 편이 실렸다. 특히 창우와 다희 이야기는 유명하다.
  • ‘천상 교사’라는 소릴 듣는 김 시인은 시골 아이들의 글을 묶거나 직접 써서 여러번 책을 냈다. <콩, 너는 죽었다>(1998), <섬진강 이야기>(1999), <학교야, 공 차자>(1999), <김용택의 교단일기>(2006) 등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같은 반 창우, 다희, 다솔이, 창희도 2001년 김 시인과 함께 <달팽이는 지가 집이다>란 동시집을 냈다. “내 인생의 꽃이 핀 곳은 바로 여기라니까. 창우와 다희랑 함께 놀 때 나도 정말 재미있었어. 모든 아이들은 재미있어야 해요. 교사들도 그렇고. 서울 아이들이 이럴 수 있을까 몰라.”
Daheechangwoo.jpg
  • 운암 호수의 푸른 물결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전북 임실군 마암 초등학교. 분교에서 정식 초등학교로 승격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작은 시골 학교다. 다희와 창우는 분교 시절, 이 학교의 유명한 ‘공식 짝꿍’이었다. 김용택 시인의 <촌아 울지마>(2000), 김훈 소설가의 <자전거 여행>(2000)에도 아이들의 이야기가 실렸다. 책에서는, 둘이 나중에 결혼하기로 약속했다 하고, 창우는 다희를 지분거리는 남자 아이들에게 선후배 가릴 것 없이 울면서 달려들었다고 했다.


  • 2년만이다. 이제 ‘아이들’이란 말도 어색하다. 엄연한 10대 청소년들이다. 다희는 옛날처럼 창우 손을 잡지도 않고 발끝으로 땅만 파고 있었다. 창우도 말이 적었다. 먼 산을 바라보며 묻는 말에 겨우 대꾸하는 정도였다. 서로 얼굴도 쳐다보지 않는다. “저요? 여자 친구 없어요. 여자는 아예 관심도 없어요.” (서창우) “운동장이 작아졌어요. (네가 커서 그런 거 아냐?) 아니요. 운동장이 정말 작아졌어요. 교실이 더 생겨서요….” (김다희)

학교만 변했나, 저도 변했다. 김 시인은 다희를 데리러 중학교 앞에 갔다가 제자의 변한 얼굴을 알아보기 어려워 한참 동안 서성거렸다고 했다. “저것이 긴가(다희인가), 저것이 긴가….” 김 시인이 다희를 따로 만난 건 1년만이지만 세 사람이 같이 만난 건 졸업식날, 영화 <말아톤>을 보고 김 시인네에 들러 자고 간 뒤 처음이다.

  • 창우네에서 어른들이 말을 나누는 사이, 날은 한참 저물었는데 아이들이 사라졌다. 둘이 같이 롤러블레이드를 타러 갔다는데 찾을 수가 없었다. 창우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 “우리 간다”고 하자 창우가 막 소리를 질렀다. “어? 벌써 가면 어떡해요?! 다희는요오~!!”


[중2-2 국어 1-(2) 창우와 다희야, 내일도 학교에 오너라] -- 김용택(金龍澤)

구름 한 점 없이 하늘이 파란 날, 그 티없이 맑은 가을 하늘 아래 작고 동그란 운동장에서 창우와 다희가 이마를 마주 대고 앉아 놀고 있다. 운동장 가에 있는 벚나무 단풍이 곱게 물들고, 바람은 산들거린다. 벚나무보 사이에 있는 키가 큰 미루나무 잎이 다 져서 까치집이 덩그렇게 높이 드러났다. 까치가 창우와 다희 가까이서 통통 뛰어놀더니 푸른 하늘을 날아오르고, 다람쥐들이 재빠르게 창우와 다희 옆을 지나간다. 창우와 다희는 다람쥐를 못 본 모양이다.

운동장이 끝나는 곳에 펼쳐진, 강물의 색깔은 볼 때마다 다르다. 지금은 녹색 비단을 잘 다려 펼쳐 놓은 것 같다. 바람이 이는지 물빛이 찬란하게 반짝인다. 저렇게 작은 물빛들이 모여서 저렇게 크고 아름다운 강이 된다. 그 강물 위로 하얀 학들이 천천히 날아간다. 너무 천천히 날아가기 때문에 그 자리에 가만히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어느 날은 학들이 서른 마리도 더 넘게 떼를 지어 날아가는 것을 보고 아이들과 고함을 지른 적도 있고, 어느 날은 학이 열 마리쯤 공중에서 춤을 추는 것을 오래오래 본 적도 있다. 아무것도 걸릴 것이 없는 허공에서 하얀 학들이 그렇게 부드럽게 날며 춤을 추는 것을 나는 처음 보았다. 참으로 아름답고 신비로운 춤이었다. 좋다. 나는 이렇게 가만히 앉아서, 산이며 물이며 나무와 새와 다람쥐를, 창우와 다희를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

창우와 다희를 우리 학교 아이들은 ‘가짜’라고 부른다. 창우와 다희는 우리 학교 정식 학생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가짜라고 해도 아무 할말이 없다. 창우는 2학년인 동수 형을 따라 학교에 오고, 다희는 4학년인 세희 언니를 따라 학교에 온다. 다희는 가끔 동생 주환이를 데리고 올 때도 있다.

다희를 보면 나는 가슴이 아프다. 다희는 올 봄에 서울에서 시골 고향으로 다시 돌아왔다. 귀농을 했다지만 도시에서 살 수 없는 피치 못할 사정이 이 있었을 것이다. 뽀얗던 다희가 까맣게 타서 노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다희네 가족의 어려움이 내 가슴에까지 잔잔하게 밀려오기도 한다.

창우와 다희가 우리 학교에 가짜 학생으로 들어왔을 때, 우리 학교 아이들은 모두 열아홉 명이었다. 어느 날, 서울에서 갑자기 두 명이 전학을 와서 우리 학교 아이들은 몇 년 만에 창우와 다희를 합해 스무 명이 넘어 우리들을 설레게 했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다시 도시로 돌아가 버렸다.

아무튼 창우와 다희는 1학년과 6학년이 함께 공부하는 6학년 교실에 임시로 헌 책상과 걸상으로 자리를 잡았다. 유치원도 없는 학교에 유치원생도 초등 학생도 아닌 창우와 다희는 교실에 있고 싶으면 교실에 있고, 나가 놀고 싶으면 나가 놀았다. 둘은 어디를 가나 꼭 손을 잡고 다녔다. 지금 저 모양 저대로 이마를 마주 대고 무슨 놀이를 하며 그림처럼 다정하게 놀았다. 형들과 언니들이 야구를 하든, 축구를 하든, 발야구를 하든, 둘은 전혀 상관없이 놀았다. 어떨 때는 1학년 두나 언니랑 같이 놀기도 하고, 언니들이 공부하는 이 교실 저 교실을 돌아다니며 놀기도 했다. 아침때 한나절을 잘 놀고 점심때가 되어 본교에서 밥이 오면 가장 먼저 줄을 서서 밥을 타 먹었다.

창우와 다희가 학교에 왔을 때는, 그냥 밖에서 놀든 교실에서 놀든 선생님은 별 상관이 없었다. 그러나 이 둘이 이렇게 저렇게 글자를 깨우쳐 가자 여간 귀찮은 게 아니었다. 선생님이 6학년 언니들이나 1학년 오빠들을 가르칠 때, 창우 다희는 시도 때도 없이 선생님을 불러 자기들의 궁금증을 풀려고 하니, 수업이 제대로 될 리 없었다.

6학년 선생님은 어느 날 우리들에게 자신의 고충을 털어놓으시며 맘이 아프지만 이 녀석들을 집으로 돌려보내야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며칠을 고민한 끝에 선생님은 편지를 써서 창우, 다희에게 들려 보냈다. 이러저러해서 아이들을 더 이상 학교에서 돌볼 수가 없다는 간절한 내용의 편지였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다. 우리들은 모두 창우와 다희가 슬그머니 보고 싶었고, 창우와 다희가 손잡고 다니던 운동장이 쓸쓸해 보이기 시작했다. 창우가 다희가 손을 잡고 다니면 우리들은 그 둘의 이름을 부르며 “얼레리꼴레리, 창우와 다희는 얼레리꼴레리.” 놀리며 즐거워했었는데, 창우와 다희가 없는 운동장은 쓸쓸하기만 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창우가 학교에 볼일이 있는 엄마를 따라왔다. 우리들은 너무나 반가웠다. 아이들이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창우를 불렀고, 나도 너무나 반가워 “창우야, 이리 와. 창우야, 나는 니가 보고 싶었는디 너는 내가 보고 싶지 않대?” 그랬더니 창우는 나를 빤히 쳐다보며 퉁명스럽게 “나도 선생님이 보고 싶었어요.” 하기에, 나는 창우를 와락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학교 바로 뒤에 있는 다희네 집으로 전화를 걸어 다희를 불렀다. 다희는 금방 헐레벌떡 달려왔다. 둘은 금세 옛날처럼 다정하게 손을 잡고 그 날 하루를 학교에서 지냈다. 언니, 오빠들이 그 둘을 볼 때마다 “얼레리꼴레리.” 놀려 댔지만 그 둘은 눈 하나 깜박하지 않았다. 나는 그런 둘의 모습을 보며 혼자 즐거웠다.

그 후 선생님들은 모두 보고 싶어 도저히 안 되겠다며 창우와 다희를 수요일에만 학교에 나오도록 했다. 그러다가는 토요일에도 나오라고 했고, 나중에는 나오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나오라고 하고 했더니, 요즘은 날마다 학교에 나와서 저렇게 논다. 나는 이따금 창우와 다희가 이마를 마주 대고 흙장난을 하는 곳으로 가서 그 둘 사이에 쭈그리고 앉아 “다희야, 창우가 그렇게도 좋아?” 하고 물으면 다희는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네.” 한다. 창우에게도 그렇게 물어 보면 창우는 나를 빤히 쳐다보며 “나도 다희가 좋아요.” 한다.

창우도 다희도 집에 가고 아이들도 다 집에 갔다. 나 혼자 남아 강물로 내려가는 산그늘을 보며 이 글을 쓴다. “창우야, 다희야, 내일도 학교에 꼭 와. 새와 나무와 다람쥐와 떨어진 단풍잎이 까치랑 운동장에서 기다리니까, 꼭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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