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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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02 09:10 ⓒ 2006 OhmyNews


키르기스스탄인들 사이에서 구전문학은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50만 행을 넘는 이 방대한 서사시는 예로부터 키르기스스탄 종족들의 입과 입에서 전해온 구전문학의 최고봉이다. 유엔은 1995년 국제 마나스의 해로 정한 적이 있고, 유네스코의 세계무형문화재에 등록될 정도로 가치가 있다.

키르기스스탄에서 '마나스'라는 이름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선 국제공항의 이름이 마나스이고, 마나스대로를 달리다보면 국립극장인 필하르모니 앞에 서있는 거대한 동상을 만날 수 있는데 이 역시 마나스 동상이다. 마나스는 실존 인물임이 아님에도 키르기스스탄 달라스 지역에는 그의 무덤이 있고 그의 기념관이 성역화 되어있다.

'마나스'는 초원을 누빈 영웅들의 운명적인 삶과 죽음의 이야기가 주제이다. 그 속에 격정적인 사랑과 화려한 연회, 영웅들의 경마와 장렬한 1대 1의 승부 장면 등을 노래하는 서사시이다. 큰 줄거리는 사리노가이족의 왕자 마나스의 탄생, 그의 소년·청년시절과 결혼, 칼미크인에 의한 암살, 그가 죽은 해에 태어난 그의 아들 세메티, 칼미크인의 세메티 암살, 세메티의 유복자 세이테크의 칼미크인에 대한 복수 등이다.

‘마나스’는 키르기스스탄인들 사이에서 가장 위대한 영웅으로 자기 민족을 압제자들에게서 해방시킨 인물이다. 이와 함께 '마나스'는 키르기스스탄 인들의 문화적·영적인 정체감의 원천이 되고 있다. 일부 키르기스스탄 인들은 '마나스'를 종교적인 숭배의 대상으로 생각하기까지 한다.

‘마나스치’는 서사시의 많은 분량을 암송하는 사람들을 칭하는 단어로서 경지에 이른 마나스치들은 이야기 내용을 재해석하거나 이야기를 덧붙임으로 살아있는 이야기로 만들어 내기도 한다. 내가 알고 있는 한 마나스치는 낭송을 시작한 후 얼마 지나면 어떤 힘이 육신에 내려져서 종종 황홀경에 들어가게 되는 주술적인 효능을 수시로 느낀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 길고 방대한 구전문학은 오랜 세월동안 어떻게 전승되어 올 수 있었는가? 이것은 기억을 넘어선 인간본능의 전승에 의한 것이다.

“뇌혈관 이상으로 말을 잃어버린 환자가 자신이 젊었을 때 유행하던 노래를 따라 부르고,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한 노파가 노래를 따라 부른다" 라는 어느 음악치료 보고서에 게재된 사례를 본적이 있는데 지금도 키르기스스탄에는 4∼5살 짜리 어린아이가 집에서 마나스를 외우고 읊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키르기스스탄 정부는 마나스치의 양성을 위해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으며 마나스치란 칭호가 붙어지면 정책적으로 특별한 배려를 해 준다. 마치 우리나라의 판소리 같은 육성정책이라고나 할까? 키르기스스탄 문학의 우수한 대표작품으로인 ‘마나스’는 키르기스스탄 사람들 속에서 심원한 영향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마나스 영웅이 죽지 않았다고 전하고 있다. 이번 축제를 통해서 어쩌면 그들은 전설의 신화적인 인물 마나스를 만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