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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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처 : 오대산, 휴~
  • 한겨레 인터넷 판, 2006. 3.22. 창밖으로 벗꽃 길 물 오른 날 비를 기다리다 본 신문 기사


서울 강남 테헤란로의 사무실에서 하루 24시간이 짧다고 일에만 매달리던 이열심씨. 어디론가 떠나고 싶고, 지친 심신을 쉬고만 싶다. 그러나 평소 함께 지낸 시간이 많지 않은 아내와 아이들이 눈에 밟히고, 가족들을 챙기자니, 모처럼 맞은 휴가마저 뒤치다꺼리로 스트레스만 더 쌓이지 않을까 고민이다.

그런 이씨에게 오대산이 손짓했다.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2시간여만에 도착한 강원도 평창 오대산. 월정사 못 미쳐 계곡을 돌아들어가니 환상적인 숲 속에 그림 같은 휴센터가 나온다. 1주일 간 가족호텔에서 함께 머물기로 했다. 아침 저녁으로 명상을 하고, 식사 때는 오대산에서 나는 약초 등 무공해 채소 위주로 자연식을 했다. 또 기체조와 요가로 몸을 풀고,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전나무 숲을 산책했다. 명상을 위해 산책로 주변에 세워둔 정자에서 고요히 앉아 명상을 하면 바람소리 물소리에 세속의 묵은 때가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

이 가상 시나리오를 현실로 만드는 만드는 계획이 진행 중이다.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51)은 “오대산 일대를 국제적인 웰빙 센터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월정사의 기본 구상을 바탕으로 강원도의 용역을 받은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말 기본 안을 내놓았다.

야외불교체험공원인 선센터와 웰빙 숙박, 웰빙 클리닉, 웰빙음식이 함께 하는 웰빙종합센터인 휴센터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사찰만이 아니라 오대산권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체로 만들어갈 생각입니다. 마을 주민들과 함께 귀틀집, 너와집, 토담집 등 강원도 토속적인 산촌문화체험마을을 조성하고, 약초와 산채를 사고팔아 피폐해지는 농촌 마을도 활기를 되찾도록 해야지요.”

정념 스님은 “오대산을 수행, 즉 마음 공부를 중심으로 한 공동체로 일구어 가겠다”고 했다. 지리산 실상사가 귀농학교를 운영해 많은 귀농자들이 인근에 정착하면서 실상사 일대가 유기농사를 짓는 자연농업 공동체로 커가고 있는 것처럼 오대산 일대는 명상과 농사를 함께 하는 선농일치 공동체로 만들어가겠다는 것이다. 2014년 평창 동계올림픽이 개최되면 오대산이 외국인들도 심신을 쉴 세계적인 명소로 떠오를 것이라고 부푼 꿈을 펼쳐보였다.

수행공동체를 위한 구상은 2년 전 정념 스님이 월정사 주지로 부임하면서부터 시작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일반인들을 위한 1개월간의 ‘단기출가’는 벌써 7기가 수료했고, 한암 선사의 수행 가풍을 이으려는 2기 수행학림이 지난 17일 시작됐다. 또 월정사에 선방을 짓고 있고, 일반인들도 선승들처럼 참선할 수 있는 시민선방이 올해 안에 착공된다. 월정사에서 상원사에 이르는 8㎞는 명상로로 꾸며지고, 산장에서 상원사 올라가는 길 오른쪽에 있는 밭 2만평은 야생화 단지로 조성된다.


무공해 채소·약초먹고… 숲에서 마음 공부하고 너와집 토담집서 쉰다 1700만평 명상·웰빙센터 월정사, 3년 뒤 개장


월정사가 소유한 오대산 부지는 무려 1700만평. 따라서 아름다운 자연을 그대로 활용하는 활용 방안은 무궁무진하다. 월정사는 오대산 일대에 소유한 밭 25만평에 콩과 조, 수수 등 옛 먹을거리를 심을 예정이다. 오대산 약초와 산삼 등은 옛날부터 우리나라 최고의 품질로 알려져 있다. 월정사 및 진부 시장은 대표적인 약초 시장이었다. 월정사는 인근 마을 주민들과 절에서 가꾸거나 오대산에서 채취된 약초와 건강 선식 등을 전시 판매하는 건강음식센터를 운영하고, 고랭지 채소 재배 체험장도 둬 도시민들이 땅을 밟으며 자연으로 돌아가는 기회를 제공한다. 한방 클리닉센터와 기공체험실, 약물탕 등을 갖춘 자연치유센터도 만들어 도시민들의 지친 몸을 회복하는 공간으로 가꾼다.

월정사는 많은 인파를 수용하기 위해 절 입구에 짓다만 가족호텔을 인수한 상태다. 월정사는 민자를 유치해 이 건물을 리모델링해 휴센터로 개장할 계획이다. 월정사는 3년 뒤쯤 이런 구상이 상당부분 현실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완연한 봄에도 설경을 자랑하며 수도권과는 전혀 다른 풍모를 내보인 오대산이 심신이 지친 도시민들과 외국인들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오대산/글·사진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