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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번은 찾아갔더니 교회를 둘러쌌던 탱자나무 울타리가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시멘트 벽돌담이 높이 둘러쳐 있고 커다란 철대문이 잠겨 있어 몹시 서운했다. 교회 앞 마당에 서 있던 몇 그루 커다란 참나무들도 보이지 않았다. 알고 보니 교회에서 새마을 운동을 한다고 그러한 것이란다. 권 선생은 나무를 베지 않도록 아무리 호소해도 소용 없었다 한다. 마지막에 어린 대추나무 하나가 남아 있는 것마저 톱으로 베고 있는 것을, 권 선생이 그 대추나무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는 바람에 할 수 없이 톱질을 그만 두더라는 것이다. 그 대추나무를 살펴 보니 밑둥치에 정말 톱으로 반쯤 베다가 만 흔적이 보였다.

1975년 10월, 제1회 한국 아동 문학상이 그에게 주어졌다. 신춘 문예 시상식에도 못 간 그를 억지로 데리고 상경했다. 검정 고무신을 신고 식장에 나타난 그가 서울의 신사 숙녀들의 눈에는 어떻게 비쳤는지 모른다. 권선생은 가슴에 꽃을 달고 앞에 앉아 자꾸 눈물을 닦고 있는 것 같았다. 그의 인사말과 그의 문학에 인간을 소개하는 말이 끝나자 장내에 앉았던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닦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디서 보고 써 옮겼느냐

  • 이오덕 선생님이 권정생 선생님에 대해 기억나는 몇가지를 쓴 글
  • 권정생 이야기 , 한걸음, 2002, 엮은이 이철지, 29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