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1203-1

DoMath
  • 이따위 꿈을 꾸었다. 끔찍해서 새벽에 깨었다. 목욕탕에서 어떤 남자의 목을 그었다. 그 남자가 칼을 들고 내 목을 향해 침을 흘리며 다가왔다. 손톱깍기에 달린 병따개가 손에 잡혔다. 그가 달려 들었을 때 이미 목의 파란줄은 병마개처럼 톡 떨어졌다. 검은 피가 나올 줄 알았는데 그냥 그 남자는 쓰러질 뿐이었다. 그의 일행들이 나를 쫓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시골에서, 아주 오래전 꿈에 나왔던 바로 그 시골이다. 그 대합실에 그 시간표를 한 버스 시간표가 있다. 그리고 아주 오래 전에 꿈에서 가지도 못하고 오지도 못하던 그 시골역을 옆에 두고 있었고, 더 오래전 내가 '그 여인'을 놓치게 말게한 양 목장에 울타리가 열리듯 우르르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모두 한 자리에 한 시에 모인 것이다. 나는 버스를 타고 피하고 싶었지만 버스타는 곳의 천장과 벽엔 곰팡이와 거미줄이 쳐 있다. 줄을 서거나 줄을 서지 않은 사람들 사이로 그의 일당들이 몇 명씩 조를 짜고 어슬렁대고 있다. 그들은 음탕한 농담을 주고 받는지 눈에서 끈적한 액이 흘렀다. 사람들 뒤에 숨듯 조심스럽게 도망하던 나는 결국 그들과 마주치고 들판으로 달렸다. 들판은 푹 꺼지고 집들 몇 채가 있었고 아무도 없는 놀이 공원이 있었다. 놀이 공원에는 백열전구들만 켜 있을 뿐 움직이는 것은 없었다. 그때서야 나는 내가 목욕탕이 있던 숙소에 카메라와 만년필을 놓고 나왔다는 것을 알아챘다. 아끼던 물건을 놓고 온 나는 그것을 찾으러 위험을 무릅쓰고 되돌아간다. 그들과 마주치고 몸을 뒤섞으며 싸워야 했다. 껍질까지 거추장스러울 만큼 몸이 흐느적 거리는데 나는 잃어버린 물건을 찾으러 또 길을 간다.
  • 여기서 꿈이 깼다. 목이 탔다. 일어나 물을 한모금 마시고 잠이 다 깨기 전에 다시 잠자리로 돌아왔다. 분명하다. 그건 꿈이었고 카메라는 거실 탁자 위에 있고 노란 공책 일기와 만년필은 잠자리 옆에 놓여 잠들어 있다. 내가 잃어버린 것은 꿈일 뿐이다. 꿈에서의 상실을 회복하고 싶었다. 왼쪽 귀를 베개에 묻고 웅크리고 누워 눈을 감기전 컴컴한 방안에 희끄므리한 공책이 노란색 표지를 하고 있다는 사실과 그 위에 은색 만년필이 어제 밤 놓은 그대로 놓여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눈을 감았다. 나는 잃어버린 것이 없었고 꿈에서도 잃어버린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해줘야했고 그래서 그런 위험한 지경으로 다시 되돌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나에게 알리고 싶었다.
  • 그런데 잠 속으로 쉬이 들어가지지 않는다. '꿈을 이어 보겠다니' '꿈을 잇겠다' '꿈을 이어 지나온 꿈을 되돌리겠다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