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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준 전 장관

“저는 시이오형 리더가 이상적이라는 말들을 할 때 절대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기업 시이오와 정치 지도자는 추구하는 가치가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그런데 국민들은 ‘시이오 출신 정치 지도자’를 갈망했습니다. 그게 시대의 흐름이었던 것이죠.”
“최근 금융위기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20세기 후반에 금융자본주의가 등장하면서 실물경제가 돈놀이 경제로 옮겨갔습니다. 우리도 어떻게 살았는지 돌이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언론도 책임이 있습니다. 걸핏하면 30대 펀드 매니저가 연간 얼마를 벌었고, 20대 사업가가 아이디어 하나로 대박을 터뜨렸다고, 언론이 선정적으로 보도했습니다. ‘대박’이라는 말이 어린이들에게 유행하고, 공영방송에서 ‘부자되세요’라고 메시지를 내보냈습니다. 이 대통령의 747 공약이 그 연장선에서 위력을 발휘했죠. 결국 우리는 신기루를 쫓아온 겁니다. 이번 금융위기를 우리 삶을 전반적으로 되돌아보는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 정치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인간의 가치는 사람을 사람답게 해 주는 것입니다. 정치는 인간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포괄적입니다. 정치 지도자가 ‘나는 경제에 전념하겠다’는 얘기는 말이 되지 않습니다.”

- 요즘 왜 이렇게 혼란스럽다고 생각하십니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진보의 가치를 확립하지 못하고 물러났습니다. 그 뒤 우파는 우파의 가치를 정립하지 않은 상태에서 좌파의 잘못을 공격하면서 집권했습니다. 그러니 747은 있어도 지향점은 없는 것입니다. 진지한 고민 없이 여기까지 온 것이죠. 한나라당에 몸담았던 저도 책임이 있습니다.”


- 기자, 공무원, 정치인을 했는데 각각 어떤가요?

“저는 지금도 저널리즘을 향한 불타는 향수가 있습니다. 공무원을 할 때는 ‘주어지는 일을 감사하게 받아서 최선을 다한다’는 원칙을 지켰습니다. 선친(윤석오)께서 ‘목표는 추구하되 집착하지 말라’고 가르침을 주셨는데, 나이가 드니 뜻을 알겠더군요. 정치는 저하고 잘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재기발랄 외국인 새댁에 월촌마을 ‘웃음꽃’

낮엔 볕 잘 들고, 밤엔 달빛이 좋다는 충북 충주시 소태면 양촌리 월촌마을에 새로 들어온 살림꾼들의 별명이다. 1995년 일본에서 요시다 미쓰에(39)가 이곳으로 시집와 먼저 자리를 잡은 데 이어, 2003년 베트남 신부 투토이(28)가 합류했다. 또 지난 해에는 중국 옌지에서 온 재중동포 고순희(41)씨와 함경북도 청진에서 탈북한 김정희(37)씨 등 2명이 잇따라 시집와 42가구 120여명의 이웃들과 뒤섞여 살고 있다.

이민자인 아내들에게는 으레 ‘베트남댁’, ‘일본댁’ 등 이름이 붙게 마련이지만, 이 마을에서는 공식 회의를 열어 이런 표현을 쓰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인근(52) 이장은 “재주꾼과 억척 살림꾼들이 모여들어 생기 넘치는 마을이 됐다”며 “마을의 복덩이들을 우리부터 아껴줘야 하지 않겠느냐” 고 말했다.


더불어 살아가는 방식을 다문화 가정을 지원하는 기관에서 배우고 익히는 사람들도 있다. 지난달 17일 오전 전북 장수군 장수읍 결혼이민자 가족지원센터에서는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출신 이주여성 10여명을 상대로 사과고추장 만들기 실습이 이뤄졌다. 강사는 이날 “지금 배우는 방법은 시어머니가 하시는 것과 다를 수 있습니다. 고추장 담그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고, 시어머니는 평생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해오셨기에 다른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라고 말했다. ‘다름을 인정하자’는 강사의 의미심장한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이 센터에서는 장수 160여명, 인근 진안과 무주까지 합해 모두 430여명의 이주여성들에게 ‘다름이 모여 하나를 이루는 사회’를 만드는 방법을 전파하고 있다. 또한, 이곳에선 농촌 총각과 이주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2세들을 위한 교육도 이뤄지는데, 이주여성 엄마가 교육을 받는 동안 ‘어머니의 나라’에 대한 역사와 문화를 배우도록 지도하는 것이 특색이다. 이 센터 이현선(44) 소장은 “다름이 공존하는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작은 실험실 같은 곳”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