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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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월 관음도 내한 전시회

수월관음도

“마하사다바야 마하가로니가야…” 세상 중생의 고난을 보살핀다는 자비의 관세음보살, 그의 그림 밑에서 불자들의 독경 소리는 그칠 줄 모른다. 달빛 아래 보타락가산 암벽에서 관음보살이 진리를 찾는 선재동자에게 불법을 일깨우는 그림, 이름하여 ‘수월관음도’가 고고히 빛나고 있다.

(중략)

경남 양산의 통도사 성보박물관(관장 범하 스님) 대형홀에서는 요즘 고려 불화의 최대 걸작으로 꼽히는 일본 가가미 신사 소장 ‘수월관음도’(도판 부분)를 볼 수 있다. 현전 고려 불화는 160여점. 대부분 일본, 미국 등 외국에 있는데, 세로 4m, 가로 2m를 훌쩍 넘는 이 그림은 가로세로 1~2m 정도인 다른 고려 불화들을 압도한다. 1310년 왕실 발원으로 그려진 뒤 곧장 유출된 것으로 짐작되는 이 불화는 1995년 호암갤러리 ‘대고려국보전’에 출품된 이래 14년 만에 들어왔다. 박물관 개관 10돌을 기념해, 연중 40일도 채 보여주지 않는다는 그림을 일본 쪽과 어렵게 교섭했다는 후문이다.

‘수월관음도’는 단 한 폭의 대형 비단이 화폭이다. 바위 위에 반가좌로 앉은 수월관음의 설법 자태를 화려한 색채 기법으로 그렸다. 가까이에서 보면 우선 현실과 전혀 다른 종교화 특유의 순수하고 이상적인 아름다움과 만나게 된다.

  • 금색 살갗에 귀갑문,
  • 연꽃무늬 입힌 붉은 치마,
  • ‘시스루 패션’ 같은 투명 베일을 걸친 보살의 옷차림과
  • 단아하면서도 영적인 자세가 눈을 쓸고 간다.
  • 화면 오른쪽 하단의 작은 선재동자와 달리 거대 보살이 화면 상단과 하단을 압도적인 흐름으로 지배하는 시선의 구도가

숭고한 환영을 낳는다.

옛적 고려 화공들은 여백과 혼색을 싫어했다.

  • 빨강, 흰색 등의 단순한 원색을 바탕색으로 칠하되
  • 금물로 매혹적인 선묘를 부려 꽉 찬 화면을 만들었다.
  • 날갯짓처럼 곡선 그리는 흰빛 실선으로 관음이 두른 베일이 투명하게 너울거린다는 느낌을,
  • 입술을 금물로 덮었지만 위아래 입술이 맞붙는 곳과 언저리를 빨간색 톤으로 마무리 지어 색의 강약을 주었다.
  • 투명한 베일에 흰 빛깔을 미묘하게 농도 조절하면서
  • 구름과 봉황 무늬를 넣어 베일의 우아한 실존감을 드러낸 표현은 환상미의 극치다.
  • 화면 왼쪽 하단의 대나무 바위 묘사는 수묵화의 먹 같지만, 자세히 보면 표면에 미세한 초록색을 덧입혀 먹색이 강해 보이지 않도록 조절했다.

이 그림을 과학적으로 조사해 지난 8일 통도사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시로노 세지 국립도쿄문화재연구소 연구원은 “정밀 분석 결과 보살 이마 위 백호는 1㎜도 안 되는 세밀한 나선 모양의 선을 계속 되풀이해 그린 것이며, 아래 바위도 초록색 안료를 입혀 그늘을 드리운 효과를 연출했다”고 밝혔다.

명문을 보면, 이 불화는 1310년 충렬왕과 아들 충선왕을 대대로 모신 후궁이자 그들의 사후 고려 권력자가 된 숙비의 발원으로 태어났다. 이 그림이 당시 왜구의 주요 본거지였던 규슈 서해안의 가가미 신사에 1391년 봉안됐다는 다른 후대 기록 또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고려 서해안에도 수시로 출몰했던 왜구들이 가져갔을 공산이 크다는 게 통설이지만, 명확한 진상은 수월관음만이 아실 것이다. 6월7일까지. (055)382-1001.

기사 원문(노형석 기자)
부분:섬세한 반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