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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Math

이그나이트 서울

17일 저녁 7시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 프로그래밍 전문가, 시민단체 활동가, 공연 기획자 등 서로 다른 데서 일하는 20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서로 전혀 모르던 사이다. 하지만 같은 목적을 갖고 있다. ‘지식과 경험을 나누자.’

행사는 각자 앞으로 나와 슬라이드 1장당 15초씩, 20장을 5분 동안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평범한 직장인 송인혁·이유진씨는 관객들 앞에서 <모두가 광장에 모이다>라는 책을 만든 과정을 소개했다. “책을 내고 싶어 출판사에 갔더니 유명인도 아니고, 추천사도 없네 하더라고요.” 친구들 도움을 받기로 했다. 1300명에 이르는 ‘트위터 팔로어’가 밑천이 됐다. “177. 이 책 제작에 참여한 누리꾼 숫자입니다. 수익금은 도서관 프로젝트 등에 기부할 겁니다. 쿨하죠?” 탄성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중학교 3학년 윤지호양은 ‘외모지상주의’를 주제로 ‘5분 발표’를 했다. “우리 반 32명한테 일일이 물었더니 30명이 성형에 대해 생각해봤대요. 텔레비전에서 깡마른 모델이 안 나와야 돼요.” 깜찍한 주장에 웃음이 터져나왔다. 국제구호단체인 ‘세이브 더 칠드런’에서 일하는 최정혜씨는 ‘아프리카에 털모자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아프리카 신생아들이 저체온증으로 사망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연기획자 이재훈씨는 ‘페스티벌을 즐기는 방식’을 소개했다.

이 자리는 제2회 ‘이그나이트 서울’이라는 이름의 행사로, 해마다 전세계 55개 도시에서 같은 성격의 행사가 열린다. ‘불을 붙인다’는 뜻의 영어 단어 ‘이그나이트’(ignite)에서 따온 것으로, 지식과 경험을 퍼뜨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2006년 미국 컴퓨터서적 전문출판사의 한 직원이 시애틀에서 처음 개최했다. 발표자에 제한이 없고, 사소한 지식도 주제가 된다.

앞서 이 행사는 지난 10월30일 처음 열렸다. 정진호 야후코리아 차장이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정신이 좋아서” 일을 벌였다. 정씨는 블로그와 트위터로 행사 소식을 알렸는데, 참가자 모집 시작 90분 만에 200명의 정원이 찼다. 발표자는 발표 자료를 트위터 투표 사이트에 올려 투표로 뽑았다. 행사가 끝나면 동영상은 ‘유튜브’에 올라가고, 발표 자료와 사진도 공유한다. 정씨는 “나는 정보기술(IT) 전문가인데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는 분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며 “트위터나 블로그 등을 통해 만남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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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부분 생략)

피터 잭슨도 탐낸 모션 캡처 세트장 ‘볼륨’

흠, 어쩌면 믿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제임스 카메론이 볼륨(The Volume)이라고 부르는 <아바타>의 모션 캡처 세트장은 예전에 존재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완벽하게 진화한 현장이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킹콩>이나 로버트 저메키스의 영화들을 통해 익히 알고 있는 모션 캡처의 촬영현장을 한번 떠올려보자. 배우들은 몸에 딱 달라붙는데다가 반짝반짝 빛나는 점들이 잔뜩 그려진 타이츠를 입고 녹색 커튼 앞에서 가상의 상대를 보고 연기한다. 감독과 기술자들은 타이츠 입은 배우의 연기 분량을 작업실로 들고 들어가 디지털 캐릭터로 바꿔내고 디지털 배경을 합성한다. 결과물이 나오기 전까지 배우들은 영화가 대체 어떤 모양새로 튀어나올지 전혀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샘 워딩턴은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당신들이 보기에는 이 세트가 전부 쓰레기 더미처럼 보일지도 모르지. 그러나 이건 개척지다. 내 다섯살짜리 조카는 머리에 박스를 뒤집어쓰고는 자기가 24시간 내내 로봇인 양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바로 그런 게 <아바타>의 현장이다.” 대체 어떻게? 그게 바로 <아바타>의 모션 캡처 세트장에 숨은 비밀이다.

세트를 방문한 극소수 미국 언론의 기사를 바탕으로 제임스 카메론의 ‘볼륨’을 한번 눈앞에 그려보자. 볼륨은 피터 잭슨이 <킹콩>에서 앤디 서키스의 퍼포먼스를 캡처하기 위해 만들었던 세트보다 여섯배나 거대하다. 이 비현실적으로 텅 빈 공간에서 배우들은 얼굴에 아주 작고 섬세한 카메라를 부착하고 있다. 카메라는 배우들의 얼굴 근육과 안구와 혀의 움직임을 곧바로 디지털 신호로 바꾸어 컴퓨터에 전송한다. 그리고 볼륨의 주위를 둘러싼 거대한 컴퓨터들(지구에서 용량이 다섯 번째로 큰 컴퓨터가 바로 여기에 있다)이 전송받은 배우들의 연기를 곧바로 디지털 액터로 바꾸는 동시에, 이미 만들어진 가상의 배경과 합성해서 보여준다. 제임스 카메론이 <아바타>의 모션 캡처를 이모션 캡처(E-Motion Capture)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와 배우들은 촬영과 거의 동시에 최초 결과물을 모니터로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카메론은 새롭게 개발한 버추얼 카메라를 이용해 마치 실사영화를 찍는 것처럼 신의 움직임을 조정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건 정말이지 감정(Emotion)적인 모션 캡처의 진화다. 아직까지 그 비밀을 완벽하게 알 수는 없지만 피터 잭슨과 스티븐 스필버그, 조지 루카스가 <아바타>의 촬영장을 방문한 뒤 차기작에 카메론이 개발한 시스템을 이용하겠노라 선언했다는 사실을 한번 떠올려보자. 자기 기술에 대한 도착적인 똥고집으로 유명한 조지 루카스가 말이다. 카메론은 자신만의 ‘스카이넷’을 창조했다.

구태의연한, 그러나 카메론이라 다를 이야기

(줄거리 생략)


어디서 들어본 이야기 같다고? 맞다. 흔한 이야기다. 제임스 카메론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건 내가 고교 시절 노트 뒷면에 끼적이던 아이디어를 대본으로 만든 거다. 1940년대와 50년대 고전 SF소설들에서 많은 걸 취득했다. 아주 구식의 어드벤처물, <아라비아의 로렌스> <화성의 존 카터> 등등. 당신들이 금세 알아챌 수 있는 원형(原型)적 이야기들이다.” 그런데 구태의연한 이야기가 카메론 영화의 약점이었던 적이 있긴 했는가. 사실 카메론 영화가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던 이유는 고전적인 테마와 익숙한 이야기 구조 덕 아니었던가. 그는 독창적인 이야기꾼은 아니지만 좋은 이야기꾼이며, 나아가 이야기를 통해 관객의 감정을 건드릴 줄 아는 재능의 소유자다. <에이리언2> 이후 20여년 만에 제임스 카메론과 재회한 시고니 위버의 말을 들어보자. “만약 다른 감독이 나에게 아바타의 몸이라거나 판도라 같은 행성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난 그냥 웃어넘기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카메론이 그런 이야기를 한다면 그건 다른 문제다.” 이야기가 관습적이든 아니든 정말 중요한 건 자신만의 우주를 창조하려는 제임스 카메론의 야심이다. 그는 지금 자기만의 <스타워즈>를 꿈꾸고 있다. 완벽한 자신만의 우주를 완성한 경험이 있는 조지 루카스가 말한다. “우주를 하나 창조한다는 건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나는 <스타워즈>로 그걸 해냈다. 카메론이 마침내 거기 도전한다는 게 정말 기쁘다. 세상에는 자기만의 우주를 만들 수 있는 단 몇명의 사람이 있고, 카메론은 그중 하나다. 나는 카메론이 누구보다 한발 더 나아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제작 중단? 차라리 날 죽여라

중요한 건 <아바타>가 결국 완성됐다는 사실이다. 제임스 카메론은 언제나 영화사의 중역들과 전쟁을 벌이며 영화를 완성하기로 유명하다. 과거를 한번 회고해보자. 1989년작 <어비스>는 당시 영화 역사상 최고 제작비인 5천만달러가 투여된 블록버스터였다. 그러나 제작과정은 투쟁의 연속이었다. 제작비와 제작기간이 기하급수적으로 초과하고 있었다. 이십세기 폭스의 중역들은 피가 말라갔다. 결국 당시 폭스의 대표이던 레너드 골드버그가 현장으로 찾아가 카메론을 만났다. 카메론은 말했다. “당신들이 알아야할 게 하나 있소. 한번 이 영화를 시작했으면 끝내고 말 겁니다. 절 멈추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절 죽이는 거요.” 레너드 골드버그는 증언한다. “그 타오르는 눈동자를 보고 있으면 그가 정말로 그러리라는 걸 보장할 수 있었다.” <타이타닉>의 상황은 더욱 무시무시했다. <어비스>와 마찬가지로 당시 영화 역사상 최고 제작비를 경신했던 <타이타닉>은 개봉 직전까지만 해도 침몰 직전의 상황이었다. 온갖 언론이 제임스 카메론의 영원한 침몰을 예견했다. 제작비는 2억달러를 넘어서서 끝없이 치솟았다. 당시 프로듀서였던 마티 카츠가 촬영현장을 찾아가서 영화사 중역들의 경고를 전했다. “이미 수백만달러나 예산이 초과했습니다. 당신 친구로서 말하는데….” 카메론이 답했다. “친구? 친구? 친구 따윈 필요없어. 당신은 내 친구가 아니야. 게다가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짧은 대화 때문에 11만5천달러나 낭비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

<아바타>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뉴욕 매거진>의 기사에 따르면 지금 이십세기 폭스의 중역들은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다. IMDb에 공개된 제작비는 2억3천만달러지만 실재로는 5억달러에 가깝다는 게 할리우드의 예측이다. 만약 <아바타>가 흥행에 실패한다면 이십세기 폭스는 제임스 카메론이라는 빙산에 부딪친 타이타닉처럼 침몰하고 말 거다. 그래서 폭스는 <아바타> 개봉 바로 다음주에 ‘비밀무기’를 하나 장착해뒀다. 비밀무기의 이름은 <앨빈과 슈퍼밴드2>다. 폭스는 북미에서만 2억1700만달러를 벌어들인 <앨빈과 슈퍼밴드>의 속편이 혹시 모를 <아바타>의 흥행 실패를 보완해주리라 기대한다. 이게 무슨 소리냐고? 폭스는 이번에도 역시 제임스 카메론을 통제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다. 카메론과 <타이타닉> <트루 라이즈>를 함께한 배우 빌 팩스턴은 증언한다. “안돼! 그건 불가능해! 그건 가능하지가 않아! 이런 말들은 제임스 카메론을 발기하게 만듭니다. 그는 자신의 일을 막아세우는 영화사 중역들을 위한 짜증과 분노를 따로 머릿속에 저장해놓고 있어요.” 제임스 카메론은 제작과정에 잔소리를 늘어놓는 영화사 중역들에게 이런 말을 전달한 적도 있다. “중역들에게 이렇게 말해. 당신들은 지금 뒤로 강간당하고 있다고. 지금처럼 머뭇머뭇거리지만 않는다면 그렇게까지 아프지는 않을 거라고!” 샘 워딩턴 역시 말한다. “카메론은 깨문다. 만약 당신이 그의 기준에 다다르지 못한다면 엉덩이를 통째로 물어뜯어버릴 거다. 나이가 들면서 좀 부드러워진 것 같기는 하다만. (웃음) 제임스 카메론은 정말로 최고만을 추구한다. 그런데 우리 모두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 아닌가?”

클라이맥스 액션장면, 굉장한 물건 될 것

(생략) 그전에 카메론의 입을 통해 딱 한 가지 비밀을 밝혀보자. “대체 어떻게 촬영해야 할지 무려 2년간 고민했던 딱 한 장면이 있다. 영화의 클라이맥스 액션장면이다. 어떤 장면인지 절대 말해줄 수 없다. 조금 힌트를 줄까? 모두 실제 배우들에 의해 연기되었으나 전혀 다른 차원의 네 캐릭터가 서로서로 얽혀 있는 장면이다. 어찌나 만들기가 어렵던지 거의 미친 짓이었다. 하지만 결국 어떻게 촬영할지 알아냈고, 또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 그야말로, 굉장한 물건이 될 거다.”


어떻게 만들어졌나

  • 1995년
제임스 카메론이 고교 시절부터 구상한 <아바타>의 아이디어를 마침내 80페이지짜리 트리트먼트로 완성하다.
  • 1996년
<타이타닉>의 촬영을 끝낸 카메론이 모든 배우를 디지털 액터로 대신하는 1억달러짜리 블록버스터 <아바타>를 차기작으로 만들 거라 공표하다.
  • 1997년
카메론은 자신의 특수효과회사 디지털 도메인과 함께 97년 말 본격적인 프로덕션에 돌입할 계획을 세우다. 그해 12월 <타이타닉>이 개봉해 영화 역사상 최고의 흥행 성적을 거두다.
  • 1998년
<타이타닉>이 오스카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을 포함 11개 부문을 휩쓸다. 카메론, “나는 세상의 왕이다!”라는 거만한 수상소감으로 세상의 미움을 사다.
  • 2001년
<반지의 제왕>이 개봉하다. 피터 잭슨이 모션 캡처 기술의 집약체인 골룸을 카메론보다 앞서 탄생시키다.
  • 2003년
카메론은 3D 기술을 시험할 겸 아이맥스 다큐멘터리 <심해의 유령들>을 만들다.
  • 2005년 6월
카메론이 (정체를 알 수 없는) <프로젝트 880>과 일본 만화 <총몽>의 실사영화 <배틀 앤젤>을 동시에 감독할 것이라 발표하다.
  • 2005년 12월
피터 잭슨의 <킹콩>이 개봉하다. 카메론은 <킹콩>을 보고 <아바타>를 재가동할 만큼 모션 캡처 기술이 발달했음을 직감. <배틀 앤젤>을 미루고 <아바타>를 차기작으로 다시 결정하다. 정체를 알 수 없었던 <프로젝트 880>이 사실은 <아바타>였음이 밝혀지다.
2006년 6월
  • 카메론이 <아바타>를 모두 3부작으로 만들 것이라 선언. 그는 외계종족 나비의 언어와 생태계를 창조하고 본격적인 대본 작업에 들어가다. 그즈음 개봉한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이 골룸과 킹콩을 능가할 만큼 완성도 높은 디지털 캐릭터 데비 존스를 선보이다.
  • 2006년 8월
피터 잭슨의 웨타 디지털과 스탠 윈스턴이 <아바타> 참여를 발표. 카메론, <아바타>가 새로운 기술을 이용한 3D 입체영화가 될 것이라 말하다.
  • 2007년 2월
코미콘에 참석한 카메론이 <아바타>가 “CG 캐릭터와 실제 배경의 조합 속에서 촬영된 실사 액션영화의 하이브리드”라고 설명하다. “관객은 그들이 보는 캐릭터가 실사인지 디지털인지 정말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 2007년 4월
LA와 뉴질랜드에서 본격적인 <아바타>의 촬영이 시작되다.
  • 2009년 6월
게임회사 유비소프트가 <아바타>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흡사한 RPG 게임으로 제작할 것이라 발표. 카메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시네마 엑스포에서 1천여명의 영화산업 관계자에게 24분짜리 <아바타> 프리뷰 영상을 공개하다.
  • 2009년 8월22일
  • ‘아바타 데이’ 개최. 전세계 수천명의 관객이 20분짜리 클립을 3D로 관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