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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 4월 4일 충북 음성군 생극면 관성리의 창공에 순백색 몸에 검은 날개깃을 지닌 새 한쌍이 유유히 날고 있었다. 순간 정적을 깨는 총성과 함께 한 마리가 땅에 떨어졌다. 밀렵꾼의 짓이었다. 홀로 살아남은 암컷은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져 외로운 나날을 보내다 94년 9월23일 숨을 거뒀다. 우리 땅에서 천연기념물 119호 황새가 완전히 사라진 순간이었다.

2년 뒤 한국교원대 한켠 한국황새복원연구센터 사육장에 황새 새끼 4마리가 나타났다. 이 대학 박시룡(57·사진·생물교육학과) 교수가 러시아에서 들여온 것이다. 박 교수는 이 황새로 인공부화와 번식을 거듭해 지금까지 황새 76마리를 복원했다. 내년이면 100마리가 넘는다.

박 교수는 2012년 9월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황새가 우리 들녘에서 다시 날아 오를 날이다. 그는 문화재청이 지난 6월 황새마을 후보지로 뽑은 충남 예산 들녘에 황새 놀이터를 만들어 새들이 살게 할 참이다. 예산군이 내년초 대술·광시·봉산면 중에서 한 곳을 뽑으면, 10만㎡ 규모로 황새 고향 마을을 추진할 계획이다. 박 교수는 “60년대까지 황새가 노닐었던 예산은 서식 환경만 제대로 갖추면 바로 황새가 살 수 있는 곳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요즘 황새 전문가라기보다 친환경 전도사에 가깝다. 그는 “황새의 생태계 복귀를 위해서는 서식 환경 복원이 더 중요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18일 예산에서 황새 번식지 복원 한·중·일 심포지엄을 연 것도 주민들에게 서식지의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해서다. 이날 중국 안후이성대학 주리치 교수는 황새를 잃지 않은 중국의 생태 관리 실태를 귀띔했고, 일본 효고현 도요오카시 황새공생과 담당자인 미야가키 히토시는 황새 자연 복원에 성공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한국과 같은 71년 황새를 잃었지만, 2005년부터 황새 21마리를 자연으로 되돌렸다”며 “황새가 돌아온 뒤 해마다 관광객 45만명, 친환경 농산물 판매 등으로 300여억원을 벌어 들이고 있다”고 자랑했다.


박 교수는 “논과 논을 이은 생태수로로 황새 먹이인 물고기 등이 자유롭게 노니는 친환경 생태계 조성이 황새 복원의 관건”이라며 “2011년 9월께 4마리를 단계적으로 방사해 적응하게 한 뒤 1년 뒤부터는 자연 상태에 완전 방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사 원문(청주/오윤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