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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제협력단 이사장상 수상한 최영희 박사

“언제고.. 꼭 다시 한번 더 하고 싶은 일. 세상을 만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찰스 다윈의 기념비적 저서 <종의 기원>의 ‘기원’이 되었던 곳 갈라파고스에서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의 해외봉사단원으로 2년을 지낸 최영희 박사(생태관광, 35·사진)는 그 시간들을 이렇게 추억했다. 지난해 9월 귀국해 1월초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그를 지난 주말 양재역 한 음식점에서 만났다.

에콰도르령 갈라파고스는 생태 관광의 모델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그가 2007년 8월 해외봉사단원으로 첫발을 디딘 갈라파고스 군도의 제일 큰 섬 산타크루즈 섬에서 본 생태관광은 ‘생태관광의 주요원칙들’이 무시되고 있었다. 북미의 부유층 중심의 크루즈 관광과 거대 호텔 중심의 운영 등 생태 관광이라는 말 자체가 관광 팩키지 상품이 되고 있다는 생각을 그는 하게 됐다. “책을 통해 배웠던 그 모든 것들이 허상이 아닐까 좌절했다.”

그가 배운 생태관광의 핵심은 지역주민과의 결합이었고 그는 배운대로 실현하고자 했다. “처음에는 부질 없는 것 같았다. 내가 미쳤지 싶었다.”1년여 현지 관광실태 조사와 주민과의 대화. 주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2008년 8월 까사 호텔 프로젝트 안을 마련했다. 코이카가 자재를 지원하고 주민이 노동력과 인건비를 대고 갈라파고스 주 정부는 행정 업무와 세제 혜택을 부여해 20년간 3자가 공동으로 펜션을 운영하는 프로젝트다. 코이카 본부의 2만8천달러 규모의 예산지원 승인이 난 건 2009년 1월. 그때부터 6개월 동안 산타크루즈의 해변 마을 앞으로는 해변이 뒤로는 산이 보이는 산타로사 지역에 통나무집 펜션 형태의 휴 까사호텔 5개를 지었다. 호텔 로고 디자인, 찻잔, 타월,가구 등등 모든걸 지역주민들과 에콰도르에 가 있는 코이카 봉사단원들과 협조로 하나하나 만들어갔다. 지역주민들은 관광안내, 방문객 접대요령, 호텔 운영 등을 받아 스스로 주인이 됐다.


2009년 7월24일 개장한 이 호텔은 갈라파고스에 한국어 간판으로 까사호텔이란 이름을 단 생태관광의 시범호텔이자, “코이카와 지역주민이 사업의 기획과 집행, 사후관리까지 협력”한 모델이 됐다. 코이카의 장현식 이사는 그가 중심이 돼 이뤄낸 일을 이렇게 평가했다.‘종의 기원’이 세상을 바꾼 것처럼 휴 까사호텔이 관광 고부가가치를 창출하여 지역주민의 경제적인 자립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발전에 기여하여 새로운 갈라파고스섬을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상고를 나왔다. 대학은 니가 벌어서 가는 것이다라는 부친의 교육방침 때문이었다. 대학, 대학원 모두 스스로 벌어서 다녔다. 맑고 밝은 인상에 부지런하다. 대학원에서 생태관광학을 전공한다고 하자 “그거 하는 사람 없다. 니 전공 갖고는 아무것도 못한다는 말”을 들었다. 처음 갈때 스페인어는 인사말 하는 수준이었다. “쿠바가 남미국가들을 지윈하기 위해 만든 문맹 퇴치를 위한‘요시 뿌에도(나는 할수 있어)’ 프로그램”과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스스로 배웠다. 서툴지만 현지 방송 인터뷰도 마다하지 않았다. 부딪히면 한다는 느낌을 줬다.

지난해 9월초 2년동안 지내던 갈라파고스군도의 산타 크루즈 섬을 떠나면서 그는 이렇게 썼다. “고마워 갈라파고스, 내게 새로운 세상을 알려주었어. 이론과 현실이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 말은 통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어떻게 통할 수 있는지. 내가 한 한마디의 말을 실천하려면 얼마나 많은 수고가 따르는지. 친구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내게 모두 알려주었어.”


갈라파고스에서의 나눔이 준 선물이었을까. 지난해 말 그는 아마 가장 행복한 사람이었을 거다.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26일 ‘인생의 절반’인 17년을 알고 지낸 ‘그 분’과 결혼했다. 두사람이 만난건 그 분이 18살때. 고등학생 때의 교복 입던 모습, 머리 밀린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늘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다. 그러나 공부 취업 유학 등등 어떤 때는 1년에 한번 만날까 할정도로 서로 엇갈렸다. 그러던 그 분이 10월 유학생활을 마치고 “미국서 타던 중고차를 팔아 반지를 사고 청혼”했단다.

그리고 12월 29일엔 한국 해외봉사상 가운데 코이카 이사장상을 수상했다. 코이카 설립 당시 우리의 대외 원조규모는 6천만 달러였다. 지금 그 규모는 2008년 7억9천만 달러(잠정치)다. 17년 만에 13배나 늘었다. 지난해 말 우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개발원조위원회(DAC) 가입했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본격적인 원조 공여국이 된다는 것이다. 계획대로라면 2015년 대외 원조 규모는 30억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아직도 코이카의 대외협력사업은 의료 보건 교육분야의 비중이 크고 단순하다. 봉사상 수상자들도 의사가 많다. 그러기에 대외 협력사업의 미래이자 새로운 모델로서 그의 생태관광이 돋보인다.

기사원문(강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