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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마을 공제협동조합, 대출 시작한 이태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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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복에 모자를 눌러쓴 이태헌(52·사진) 사랑방마을 공제협동조합(사랑방조합) 이사장의 표정은 모처럼 밝았다. 마침내 21일 동자동 사랑방조합이 출자금 1000만원을 달성하고 첫 대출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조합 설립을 준비한 지 거의 1년만에 쪽방촌 사람 170명이 가입한 ‘문턱 낮고 든든한 은행’이 생긴 것이다. 조합 사무실은 서울 용산구 동자동사랑방 사무실의 한 모퉁이를 빌려 마련했다.

이 이사장은 지난해 1월 선배를 따라 간 한 워크숍에서 지역 자활공제조합의 성공담을 듣고 ‘영감’을 얻었다. 10년 노숙생활을 접고 사회운동에 뛰어든 지 5년째인 그는 “아! 어차피 봉사할 거라면 나 혼자 뛰는 게 아니라 주민 스스로 뛰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주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지난해 4월 18명이 30만원을 출자한 뒤 월평균 10여명이 새로 조합에 가입했다. 협동조합에 대해 공부하자며 50여명을 모아 경기도 일영으로 모꼬지도 다녀 왔다. 조합원들이 늘면서 ‘한 가족’이라는 공동체 의식이 싹텄다고 그는 전했다. “복사 용지 살 돈도 없어 조합원들이 폐지와 빈 병을 함께 모아 운영비를 버는 동안 살벌했던 쪽방촌이 가족과 같은 공동체로 바뀌었습니다.

사랑방조합 조합원은 1구좌당 5천원의 출자액을 10구좌 이내로 납입하고 주거·의료·생활안정자금의 세 가지 목적에 한해 50만원의 일반대출과 20만원의 긴급대출을 받을 수 있다. 80%가 기초생활수급자인 사랑방조합의 조합원들은 대개 5천원~2만원의 출자금을 매달 납입하고 있다.

사랑방조합의 첫 대출을 받기로 한 사람은 최아무개(52)씨다. 피부암 진단을 받은 최씨는 치료비 250만원 가운데 모자라는 비용 50만원을 빌렸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최씨 부부는 지난해부터 수급비 중 5만원을 떼어내 꼬박꼬박 조합에 입금했다. 최씨뿐 아니라 다수의 조합원들이 병원비 부담 때문에 조합에 가입하고 있다.


요즘 이 이사장은 땅을 보러 다닌다. 조합원들과 텃밭을 가꿀 곳이다. “조합원의 80% 이상이 60~70대 노인인 사랑방조합은 다른 자활공제조합에 비해 수익사업을 하기 어렵습니다.” 부업거리로 종이접기를 하는 것조차도 노인들에게는 무리라는 설명이다.

그가 이처럼 수익사업을 강조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여기는 편찮은 어르신들이 너무 많아요. 3년쯤 뒤에 출자금이 5천만원을 넘기면 가게를 얻어 노인들에게 간단한 한방 시술이라도 해줄 수 있는 의료생협을 만들고 싶습니다.

글·사진/엄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