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909

DoMath
둘러보기로 이동 검색으로 이동

재일 조선학교 무상교육 ‘배제’에 반기든 가와즈 기요에

2010년 3월18일 일본 교토조선중고등학교로 올라가는 작은 언덕길을 올라가는 한 일본 중년여성이 있었다.

시의 ‘아쿠다가와상’이라고 불리는 ‘에이치(H)씨상’(2003년)을 수상하는 등 수많은 상을 휩쓴 일본의 대표적인 시인중 한명인 가와즈 기요에(50)였다.

일주일 전 일본 정부가 조선학교에 대해서는 고교무상화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이 언론에 보도된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가와쓰는 “세상의 터무니없음에 분노를 느끼면서” 학교길 언덕을 올라갔다. 그 다음날 조선학교의 풍경과 아이들의 모습을 눈과 마음에 담은 그는 한편의 시를 썼다. <학교에의 언덕>.

“또한명의 당신은/생각치도 못하게 손바닥을 내밀어/꽃잎을 받아 아직 보이지 않는 당신을 만나려고/까치발로 선다”로 끝나는 이 시에는 어머니, 동무, 우리말, 우리학교, 선생님, 아버지, 오빠 등 우리말이 한국어 발음그대로 일본어 시어로 수록돼 있다.

시를 읽어보면 “언론을 중심으로 한 (조선학교에 대한)거짓에 가득찬 세상에 대항해 그들의 진실을 시로서 증언하려고 했다”는 그의 마음이 한폭의 수채화처럼 전달되는듯하다.

가와즈는 일본 정부의 조선학교무상화 배제 방침이 정해진 2010년 이후 자이니치로 불리는 재일동포 문인과 일본 문인들과 함께 반대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조선학교 무상화반대 앤솔로지(선집)’을 출판하고 그 뒤에 도쿄, 교토, 히로시마, 나라, 도호쿠 지방 등지에서 낭독회를 열기도 했다. 또한 문부과학성과 오사카부를 방문해서 무상화배제 반대문건을 전달했다.

2002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일본인 납치 인정 이후 일본에서는 반북여론이 워낙 강해 무상화 배제 반대운동을 펼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일본의 유명시인이 여론의 역풍을 온몸에 맞서 싸우는 까닭은 무엇인가? 경남 창원 김달진 문학제(3~4일)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가와쓰는 5일 <한겨레>와 만나 “무상화 배제는 차별일뿐아니라 교육의 자유와 평등성을 담은 일본헌법에도 위배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조선학교의 실제 교육내용을 보면 우익들의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강조했다.

“조선학교는 스파이를 양성한다거나 사람을 쇄뇌시킨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조선학교를 가보니까 사회교과서는 다소 일본에 심하게 반발하는 내용도 있고, 납치문제는 쓰여져 있지 않지만 전체의 교육내용은 역시 민족교육, 잃어버린 조선어를 되찾고 지키려는 것이었다. ”



그는 조선학교를 없애고 일본학교에 다니게 하면 되지 않겠냐는 일본 우익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일본학교에 다니는 자이니치(재일동포)조차도 한국이름을 밝힐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조선학교에서 왔다고 하면 어린이가 어떤 이지메(집단괴롭힘)을 당할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일본학생들이 조선학교에 더 많이 다녀서 교류의 장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재일동포 문제에 눈을 뜨게 된 것은 5년전 윤동주 시와의 만남이 큰 계기가 됐다. 재일동포 시인인 김시종씨가 번역한 윤동주의 시를 읽고 “애절하면서도 아름다운 그의 시어에 가슴에 바늘이 찔린 것 같았다”고 한다. 그 이후 윤동주 시 낭송 모임에 참가한 그는 2009년 윤동주를 테마로 한 짧은 시 ‘프로메테우스-윤동주에’를 <문예춘추>에 발표했다. 그 시를 재일동포 문학가가 신문에 소개하면서 재일동포들과의 교류가 더욱 깊어졌다고 한다. “그전까지는 자이니치 문제에 대해 전혀 몰랐는데 그들의 성장과정과 마음을 알게 되면서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고 할까. 그들의 새로운 발상이라든지 일본에 관한 견해가 새롭게 다가왔다.”

개인적으로 2004년 유방암 수술을 받은 그에게 윤동주 시는 큰 마음의 위안이 되기도 했다고 한다. “수술 뒤 때때로 마음의 불안이 일곤했는데 그의 시를 필사하면서 마음의 안정을 되찾곤 했다.”

고1년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한 그는 마음의 흔들림이나 고독감, 시에의 미의식 같은 것을 테마로 한 초현실주의풍의 시를 썼으나 ‘자이니치’와의 만남은 타인과 자신과의 관계로 테마가 옮겨가는 하나의 계기가 됐다고 한다.

체르노빌 사고를 넘어서는 참사로 부각되고 있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도 그에게 시작의 큰 테마로 다가오고 있다.

“대지진 재난현장을 직접 방문해 그에 관한 시를 썼으나 원전에 대해서는 아직 쓰지 못하고 있다. 일본이나 문명, 문화 등에 대해 전체적으로 다시바라보기를 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에 힘을 비축하고 있다. 단순히 반대가 아니라 임팩트있는 시를 쓰고 싶다.”

기사원문(김도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