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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좌를 완등하지는 않았지만 ‘현역 최고의 클라이머’로 칭송받고 있는 야마노이 야스시(46·사진). 특히 등반의 순수성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그가 4일 서울 가든호텔에서 월간 <사람과 산> 주최로 열린 ‘제6회 아시아 황금피켈상’의 공로상 수상차 방한했다.
그는 35살 때인 2000년 세계에서 두번째로 높은 k2봉(8611m)을 세계 최초로 남남동립 신루트로 혼자 등정했다. 그렇게 단독 등정한 횟수가 14차례, 신루트로 오른 것은 8차례나 된다. 브로드피크(8047m)·초오유(8201m)·가셔브룸2(8035m) 등 4개의 8천m급 등정 가운데 2번을 홀로 해냈다. 물론 모두 무산소 등반이다.
혼자 산에 오르는 이유를 묻자 “산에 더 집중할 수 있고, 산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더 묻지 않아도 될 질문이었지만 그래도 산에 오르는 까닭을 물었더니 역시 “즐겁기 때문”이라고 했다. “내가 즐거워 산에 오르는데 왜 남한테 돈을 받냐”고 덧붙인 그는 등산 때 후원을 받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일본의 공영방송 엔에이치케이(NHK)가 거액을 조건으로 등반 촬영을 요구했지만 등반의 순수성이 훼손된다며 거절한 일화는 국제적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단독 등반은 그렇게 많은 비용이 들지 않는데다, 가급적 텐트 등 무거운 짐도 가져가지 않는다. 이른바 경량 등산에다 친환경 등산을 하는데, 그것은 남에게 과시하려는 등산이 아니라면 등산가가 산을 오르는 데 가장 적합한 방법이라는게 그의 생각이다. 한때는 등반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후지산에서 짐을 운반해주는 포터로 일했던 그는 “지금은 그 일마저도 없어졌다”며 아쉬워했다.
한국인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는 14좌 등반에 관해 묻자, 그는 자신의 목표는 높은 곳을 오르는 게 아니라고 했다. 에베레스트를 오르지 않는 이유도 그랬다. “그렇게 둥그런 산은 오르고 싶지 않다. 그럴 시간이 있으면 차라리 새로운 루트로 인수봉을 오르고 싶다.” 그는 3일 국내 산악인과 함께 북한산 인수봉을 취나드B길로 올랐다.
그는 6년 연상의 클라이머이자 반려자인 다에코와 2002년 10월, 48m가 모자라 8000m 14좌에 끼지 못한 갸충캉을 함께 올랐다가 하산 중 눈사태로 죽을 고비를 넘겼다. 그때 동상으로 손가락 4개와 한쪽 발가락 전부를, 다에코는 열 손가락 모두를 절단해야 했다. 그는 이듬해 자신의 고산 등반 이야기를 담은 <수직의 기억>을 펴냈다.
80살까지 건강한 등산을 하고 싶다는 그는 고 박영석 대장을 위한 한마디를 남겼다.
“그는 나와 등반 스타일이 다릅니다. 하지만 그가 안나푸르나에서 최선을 다했고, 또 즐겁게 등산했다면 그의 죽음을 슬퍼할 이유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