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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이 있었습니다. 제목이 좀 야하지만 수학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지은이는 고다이라 구니히코. 동경대학 수학 교수입니다. 괴팅겐 대학에서 다비드 힐버트(David Hibert)에게서 지도받고 미국으로 망명한 유명한 수학자 헤르만 베일(Herman Weyl)이 추천하여 프린스턴 고등연구원에서 연구하였습니다. 읽은지가 꽤 되고 빌려 읽은 책이라 가지고 있지 않아 지금 확인할 수 없습니다. 일본어 판 책 제목이 그런지, 한국판 출판하면서 선정성을 넣은 것인지. 어찌되었든 수학자가 쓴 글이라 그런 말을 했겠지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일본의 수학교육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있습니다. 필즈상을 수상한 수학자로서 미국과 일본 가장 좋다는 연구기관에서 활동한 노수학자가 쓴 글입니다. 다시 말해 교육과 연구에 경험과 권위있는 수학자가 수학에 대한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썼다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 책을 보면 그의 수학교육 비판이 단지 일본 수학교육에 대한 비판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미국 수학교육개혁 이후 그것을 받아들여 일본 수학교육개혁이 일었고 우리나라에도 그 영향이 컸다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수학자가 수학교육에 대해 평하는 것은 학자로서 교육자로서 마땅한 일입니다. 그런데 수학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라고 하는데 까지 나간 데에는 어떤 분들에게는 거부감으로 다가오거나 과장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제 생각은 다릅니다. 한 나라를 살리고 말고를 수학이 결정할 것인가 하는 것은 말이 많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대, 근현대국가를 보면서 그 나라가 흥했던 시대와 그 나라에서 수학이, 따라서 과학이 발전하였던 시대의 상관관계를 보면 아주 밀접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단지 수학 뿐만 아닙니다. 예술과 문학도 함께 발전하기 마련이고 철학도 깊어집니다. 나라가 흥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정신적 활동이 있기 마련이고 흥하면 정신적 활동에 더 많이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꼭 그런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앞에서 말한 것은 이유라고 하기 보다는 미루어 짐작해보는 것일 뿐입니다. 대신 이런 생각을 해보면 어떨까요. 한 나라가 문명을 이루고 고유한 문화를 이루기 위해 다양한 요소들이 필요합니다. 이 중 과학의 발전은 그 방향을 어느 쪽으로 잡든 그 기초적인 작업으로 수학이 발전을 전제로 합니다. 수학을 과학의 언어라거나 학문의 황제라고 한다고 평하는 것이 괜한 말이 아닙니다. 꼭 그렇다고 잡아뗄 수는 없어도 그만한 권위는 인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수학이 과학의 언어라는 데는 사회과학이나 자연과학을 하는 대부분 사람들이 인정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수학이 산다는 것, 양질의 수학 연구성과가 쌓이고 수학과 수학자가 문화와 생활에서 제 위치를 잡는 것은 중요합니다. 수학언어와 담론을 발전시키는 것은 한 국가의 발전을 담당할 물적 기반을 다지는 데 기초 중의 기초를 다지는 역할을 합니다.


현대 국가에서 이런 요구는 더욱 거셉니다. 자본의 흐름을 예측하고 제품을 개발하는 금융 분야에서 쓰이는 공학, 첨단 사업의 핵심 기술, 국가 정책을 결정하는 통계와 경제 예측, 도시 교통 시스템, 자원의 배분, 기후 변동, 우주 관찰, 미세세계 관찰과 예측, 교통통신의 발달, 군사사업의 발달들 모두 더 정교해지고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이는 수학 언어의 도움을 받기 마련입니다. 물론 과학의 발전이 지금처럼 거대해지고 경쟁과 대립, 생명의 본질을 깨는 기능화 개발주의로 치닫는 것이 옳은지 그렇지 않은지는 따로 이야기 해야 합니다. 수학은 그 자체로서 인문학적으로는 철학하는 즐거움 학문하는 즐거움이, 공학적-실용적으로는 위의 모든 분야에 반드시 필요한 언어와 도구 구실을 합니다.

수학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쉽게 생각하면 안됩니다. 인문학도 그렇고 수학도 그렇고 예술도 그렇고 사람들이 그 분야를 제대로 이해해주고 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태도는 한 나라와 민족의 문화에서 그 분야가 차지하는 위치를 결정합니다. 또한 지금처럼 풀이식 수학교육으로는 수학의 역사성에도 맞지 않고 수학교육의 본질에도 딱 들어맞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누구나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실수없이 계산을 잘 해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따져보고 조심해서 계산하고 더 합리적으로 사유하는 훈련은 아이들이 커가는 시기에 지적인 자양분으로 아주 중요합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더듬어 생각해보면 수학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라는 제목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