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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가 문을 여는 학교
한겨레신문. 기사등록 : 2005-02-27 오후 03:36:00 기사수정 : 2005-02-27 오후 03:36:00
최근 몇 해 사이 강씨처럼 초등학교 과정부터 아이를 제도권 학교 대신 대안학교에 보내는 학부모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파듯이, 뜻이 맞는 학부모들이 힘을 모아 새로운 학교를 만드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 2001년 3월 경기 시흥시에서 국내 최초의 전일제 대안초등학교인 산어린이학교가 문을 연 뒤로 해마다 대안초등학교들이 세워져, 현재 전일제로 운영 중인 대안초등학교만 전국에 19개나 된다. 올봄에 문을 여는 학교도 3곳이다.(표 참조) 또 여러 지역에서 준비 모임이 꾸려져 대안초등학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만들기까지 적지 않은 돈과 품이 들어가는데다, 학력 인정도 받지 못하는 제도권 밖 학교가 여기저기에 세워지고 있는 이유는 뭘까? 대안교육 전문가들은 대안적인 육아 형태인 ‘공동육아’의 경험을 가진 학부모들이 늘어나면서 ‘공동육아 이후’의 대안에 대한 요구가 분출되고 있는 것을 가장 직접적인 배경으로 꼽는다. 이는 산어린이학교를 비롯해 상당수 대안초등학교가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냈던 학부모들이 중심이 돼 만든 학교라는 데서도 알 수 있다. 산어린이학교 운영위원장인 황윤옥 ‘공동육아와 공동체 교육’ 사무총장은 “공동육아 어린이집 아이들이 자라 학교에 갈 나이가 되면서 학부모들이 공동육아의 연장선에서 자연스럽게 대안학교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며 “협동조합 형태의 어린이집을 만들고 운영해 본 경험이 새로운 학교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의 밑바탕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을 ‘의무’가 아닌 ‘권리’로 받아들이는 적극적인 학부모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공교육이 이런 학부모들의 교육적 욕구를 좀처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학부모들이 ‘대안’을 찾아 나서는 이유로 꼽힌다. 대안교육연대 김경옥 사무국장은 “‘사람 노릇 하려면 꼭 정부가 인정하는 학교에 가야 한다’는 공고한 근대의 ‘학교 신화’가 깨지고 있다”며 “배울 만큼 배우고도 사회에서 제 길을 찾지 못하고 불행하게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아이가 제대로 살아가기 위해서라도 ‘주어진 길’이 아닌 ‘새로운 길’을 찾아야겠다고 자각하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대안초등학교들이 모두 순탄한 길을 걸어 온 것은 아니다. 학교 운영과 교육 방법을 둘러싼 교사와 학부모들의 갈등으로 학교가 두 곳으로 나누어지거나, 아예 문을 닫기까지 한다. ‘중산층을 위한 학교’라거나 ‘그들만의 대안’이라는 곱지 않은 눈길도 여전하다. 그러나 대안초등학교들이 우리나라 교육에 던지는 긍정적인 메시지도 결코 적지 않다. 황윤옥 사무총장은 “그동안 사실상 정부가 독점하던 학교 교육 영역에서 ‘민’이 주체로 나섰다는 점과 국가가 정한 교육 과정을 교과서를 통해 수동적으로 가르치는 교사가 아니라 자신의 교육 현장에 맞는 교육 과정을 스스로 구성하고 진행하는 능동적인 교사들을 배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안초등학교가 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인식을 한 단계 높이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대안학교 관련 사이트
- 민들레 : 대안학교에 대한 소식이나, 링크가 잘 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