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413-1: 두 판 사이의 차이

DoMa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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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0월 17일 (화) 09:14 기준 최신판

학교가 문을 닫았다. 학교가 문을 닫는다.


아이들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본전도 안나오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줄어드는 건 아이들을 적게 낳는 것도 이유고, 아이들이 엄마 아빠 따라 도회로 나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회엔 학교를 새로 지어야 한다.

시골에 살던 사람들은 예전에 다니던 학교가 문을 닫히는 걸 본다.

보다 못해 쓸쓸히 막걸리나 부으면서 잊어버려야 한다.

우리 시골이 낡아 가고 있다. 10년이 지나면 시골이 죽는다고 한다.

어짜피 죽을 시골을 더 빨리 죽으라고 이젠 기업에 넘겨주라고 한다. 그동안 고생했다고 말한마디 없다. 외국쌀을 먹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지구의 생명은 우리 모두이 것이므로 무얼 먹은 들 어떠리, 그것이 생명을 온전히 살려 가꾼 것이라면.


그게 아니지 않은가, 현실은.

쌀을 팔고자 하는 사람들은 손으로 땀으로 일구지 아니하고 땅을 지배와 경작의 도구로 삼았던 사람들 아닌가. 생명의 커다란 윤회를 내 것, 나마의 것으로 하고 공장에서 만들어내듯 하는 사람들 아닌가.

그 사람들은 지긋지긋한 일년의 농사를 고달퍼 노래부르고 춤추던 사람들인가.

그 사람들은 처음으로 길어올린 물한바가지를 하늘에 바치던 사람들인가.

그 사람들은 햇쌀을 거두어 먼저 하늘에 제사 지내는 사람들인가.

그 사람들은 정월 대보름 달이 뜨면 들에 불을 지피는 사람들인가.

그 사람들은 하염없는 비바람을 맞아 두려움과 시름에 겨워 발을 동동 구르다 못해 합장하는 사람인가.

풍년이면 풍악을 울리고 떡을 지어 이웃과 나누는 사람인가.



시골이 죽으면 처음에는 천천히 그러나 마침내 문화는 죽는다.

문화라는 것은 저마다 제모습이어야 살아있는 생명이 아니던가.

땅을 닮고 강을 닮고 바다를 닮고 하늘을 닮고 풀을 닮고 나무를 닮아 살아 있는 생명 아니던가.

땅아래로 흐르는 물이 그리 흐르는 불이 부족을 이루고 민족을 이루었는데,

이제 사는 모양이 모두 엇비슷해지고 그만그만한 무늬만 이루고 있는데,

학교 문을 닫고 도회로 떠나는 저 아이들을 우리는 어데로 보내나.

거기 숨쉴 공기는 얼마나 충분한가?

누구에게 얼마나 충분한가?



전망이 밝지 않다.

어두워 길을 잃을지도 모른다.



문닫은 학교를 열어야 한다.

학교를 나만의 것으로 꾸며도 나쁘지는 않다.

죽어가며 신음하는 데 그깟 이상이 다 무언가.

일단 살려놓자.




문닫은 학교를 열어야 한다.

사람들이 찾아오도록 꾸며도 좋은 일이다.

학교가 아니라도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다면 좋은 일이지 좋은 일이구 말구.

앓고 있는 땅과 집에 발들이 이리 밟아주고 손들이 이리저리 만져주도록 하자.

일단 살아있도록 하자.




문닫은 학교를 열어야 한다.

아이들이 찾아오는 공간으로 꾸미면 좋을 것이다.

그 아이들 손을 잡고 엄마 아빠가 오면 더 없이 좋을 것이다.

시골로 이사짐을 싸고 털레털레 사람들리 온다면 더 없이 좋을 것이다.

일단 오라. 와서 비바람 맞으며 함께 만들어가자.



문닫은 학교는 마침내 문을 열어야 한다. 너나 나나 별이나 바람이나 다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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