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1105-1: 두 판 사이의 차이

DoMa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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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 없음)

2006년 11월 5일 (일) 21:08 기준 최신판

  • 비가 온다더니, 비는 오지 않는다. 새벽에 잠들어 일어나니 열한시가 되었다. 눈을 뜨니 햇살이 창에 살짝 걸쳐있다. 아, 오늘도 해가 떴군, 비소리 듣고 싶었는데... 비소리... 듣고.. 싶었는데... 비...소..리.. 다시 잠들었다.
  • 이런 날은 느릿느릿 움직이게 된다. 어떻게 하면 말을 줄일 수 있을까? 뱉아낸 말은 모두 똥인데. 허리를 천천히 돌려본다. 똥인가? 어깨를 돌리고 목을 돌린다. 천천히. 살짝 흐릿하지만 여전히 햇빛은 남아 있다. 어제 저녁부터 생각한 수학식을 생각한다. 거기 담긴 뜻은 아직 잘 파악이 안된다. technically 충분한지 아닌지에 머물러 있는 수준이다. 이방저방 왔다 갔다 하면서 떡을 굽고 커피를 마신다. 어쩔 수 없이 windog로 들어와 쓰고 읽는다. windog를 통해 세상과 만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내가 linux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길을 모르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다른 길로 가게 된다.
  • 경제란 economy로 주위의 세계, 그 말 자체에서도 느낄 수 있듯, 자연을 다룬다는 생각을 품고 있다. 이런 생각은 극단으로 치달을 수 밖에 없다. 하늘도 극단으로 치닫고 나서 스스로 정화한다. 천둥 번개가 치고 거센 바람이 휩쓴다. 그리고 다시 제자리를 찾는다. 남쪽 하늘 멀리서 번개가 쳤다. 등굽은 노인 둘이 청사포 쪽으로 위험한 길을 건넌다. 마르고 등이 굽은 노인들은 부부같았다. 남자는 앞서고 여자는 뒷서서... 그 길은 사방에서 차가 나오고 오르막으로 오르고 급히 꺽어져 위험한 길이다. 멀리서 번개가 친다. 천둥소리도 들리고 바람은 거세다. 저 노인들이 혹시나 비를 맞지나 않을까? 아니 비를 맞기 전에 바람에 넘어지지나 않을까...
  • 파도도 일제히 동북으로 피하고 있다. 바람도 그리 불고, 구름떼도 그리 몰려든다. 파도와 구름에서 TV에서 보던 아프리카 야생말들이나 사슴떼가 뛰는 것이 보인다. 점령자 서구인들 중에 선량한 사람들도 있어서 그 풍경을 담아, '자연이란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라고 전해준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필름을 조작하여 자기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였다. 생명의 경이를 전달하기도 하였다. 점령자와 개발자로서 그들은 첨병과 같다. 교회를 세운 것은 선량한 의지였다고 해도 전통 문명을 파괴한 첨병으로서의 역할을 하곤 하였던 것보다 현대에는 그렇게 선량한 사람들이 더 조직적이고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 노인들에게 천둥과 번개는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을 것이다. 바람이 세니 굽은 허리는 더 굽는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저 젊은이도 멀리서 치는 번개와 천둥은 아랑곳하는 것 같지 않다. 자가용 승용차에 탄 사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저 멀리, 바로 그 지점에서 하늘은 극단으로 치닫은 두 힘을 대결하게 함으로써 둘 모두를 무력화시킨다. 하필 그 지점이어야 했던 이유는 그 지점이 아니면 안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한반도 주위의 기후와 바다는 아열대로 바뀌고 있다고 한다. 먹는 것도 바꾸어야 할 때고 자본주의 상품경제가 물을타기는 했지만, 그래봤자, 민족적 성향도 조금씩 변할 것이다. 몇 년이 될지 몇 십년이 될지... 세월이 흐르면 우리도 해일이나 허리케인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럴 수 밖에 없도록 우리가 자연을 다루었고, 자연은 다룬대로 응했을 뿐이다. 감정은 극단으로 치닫고 싶어한다.
  • 감정은 1,2,3... 이렇게 꼬리표를 붙일 수 없다. 이성과 감성도 분리가 안된다. 그러면서 동시에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만큼 고유의 성격을 가진다. 어떤 하나의 특성을 완강하게 고집할 경우 다른 감정들은 그에 응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 감정이 부딪혀 번개를 치고 천둥을 울려 스스로 가라앉을 때까지 따르고 응할 것이다. 일어난 감정이 극단으로 가는 걸 막으려해선 안된다. 적당한 지점에서 다른 극단과 부딪히게 하면 된다. 다만 그런 이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마음의 거울에 비춰질 것이다. 마음의 거울을 맑게 할 일이다.
  • 마음의 거울을 맑게 한다는 것은 과연 가능한 일인가?
  • 밤 해운대엔 파도가 힘찼다. " 야, 쨩이다! 나왔어! " 미포 입구 길 옆으로 파도가 쳐 넘치자 한 아이가 소리 지른다. 달이 흐리다. 오늘은 자전거가 잘 나간다.
  • 엽기. 수영만 둑에 남녀가 앉아 있다. 여자는 남자의 팔뚝을 잡고 기대어 밤 파도를 보는지, 멀리 광안대교의 야경을 보는지 고개를 기대고 있다. 그런데 남자는 그 한적한 곳 그 시간 그 장소에서 이빨을 닦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멀리서 오는데 왜인지 모르게 나는 그 남자가 '자위질'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저런 엽기는 근래 못봤는걸? 하고 지난다.
  • 전화박스 옆 화장실에 들렀다. 자전거를 세워두고 바다에 더 가까이 갔다 왔다. 파도가 밀려오고 물러간다. 찬물로 씻고 났더니... 이건 살포시 졸리는 건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다. 2m는 너끈히 되 보이는 북구의 남자가 그 동료들과 천천히 걷고 있다. 지나던 키작은 한국 여자가 옆으로 지나가는 키다리 아저씨를 올려다 본다. 옆 남자친구와 킥킥 거린다. 교복을 입은 여고생이 가로등 아래 앉아 발을 흔들흔들 대며 지나는 사람들을 보고 있다. 오르막을 올라갈 때 즈음 소리가 난다. 천천히 구름이 걷히는 소리...
  • 눈이 보고, 귀가 듣고, 코가 맡고, 입이 맛보고, 손끝이 느낀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고 맡을 수 없고 맛볼 수 없고 만질 수 없는 것에 대하여 우리는 말할 수 없다. 말할 수 없다? 겨울 모스크바, 눈에 발이 푹푹 들어가며 '무제이 끼노' 작은 계단으로 올라 오래된 영화를 본다. 성당을 나와 붉은 색 포도주 한병, 흰색 한병을 사서 가방에 넣었다. 스크린에 필름의 빛이 빠르게 지나간다. 보고 듣고 맡을 수 없어도 우리는 볼 수 있음, 들을 수 있음, 맡을 수 있음, 느낄 수 있음으로 그 너머를 보고, 듣고 맡고 느낄 수 있다. 보고 듣고 느끼는 것에 머물지 않아야 한다.
  • 사랑은 언젠가 추한 얼굴을 드러내고 말지!. Nine Lives에서 홀리가 했던 대사다. 사랑이 들으면 많이 섭섭했을만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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