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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2월 20일 (수) 12:09 기준 최신판

  • 달 위에 너의 얼굴을 그린다.
  • 모래 위에 글자를 써본다.
  • 읽다보니 배가 고프다. 거실로 나가 물을 올리고 밥을 지으려고 전기를 꼽는다. 전기는 멀리서부터 온다. 멀리서부터 전기는 전선을 타고 온다. 전선을 타고 오기전 전기는 발전소에서 온다. 발전소는 전기를 일으킨다. 전기를 일으키는 힘은 물과 불과 원자와 태양과 바람과 파도다. 물과 불과 원자의 부딪힘과 태양과 바람과 파도는 전기라는 물질로 추상화된다. 그것이 発電이다. 발전은 흐름과 충돌을 가두어 저장한다. 전선을 타고 물이 바람이 불이 부딪힘들이 여기까지 이른다. 이르러 전기 밥솥에서 '열'이 된다. 열이 되어 밥을 한다. 쌀이 밥이 된다. 전선은 길이다. 쌀이 밥이 되는 것도 길따라 된다.
  • 읽다보니 배가 고프다. 배가 고파 거실로 나가 물을 올리고 밥을 짓는다. 밥 옆에 국을 끓인다. 국을 끓이기 위해 고추가루를 꺼낸다. 빨간 고추가루를 하얀 좋이에 쏟는다. 하얀 종이 위에 빨간 고추가루를 손가락으로 젓는다. 손가락으로 젓는대로 빨간 고추가루는 모양을 바꾼다. 그 틈새가 있기 때문이다. 틈은 모양을 바꾸도록 한다. 빈 곳은 모든 모양을 가진 것이 모양을 바꿀 수 있도록 길을 내준다. 길은 빈 곳이 있기 때문에 난다.
  • 읽다보니 배가 고프다. 쓰다보니 배가 고프다. 빨간 고추가루를 하얀 종이 위에 붓는다. 빨간 고추가루를 마른 손으로 젓는다. 편평하게 젓는다. 고추가루들은 저의 감정을 배제하고 손가락의 움직임을 따른다. 손가락으로 편평하게 다듬는다. 고추가루들은 빨갛다. 창가로 조심조심 가져가도 고추가루들은 빨갛다. 빨간 고추가루들은 가을 겉옷이 걸린 의자의 그늘로 가져와도 빨갛다.
  • 빨간 고추가루 위에 글씨를 쓴다. 한 글씨를 쓰고 지운다. 다른 글씨를 쓰고 지운다. 빨간 고추가루 위에 얼굴을 그린다. 너의 얼굴을 그린다. 빨간 고추가루는 너의 얼굴을 거기다 그린다. 너는 없는데 얼굴은 있다. 파란 가을 바다서 불어온 바람에 빨간 고추가루들이 바르르 떤다. 너의 얼굴도 바르르 떤다. 빨간 고추가루를 편평하게 쓴다. 너의 얼굴은 사라진다. 빨간 고추가루는 편평하다. 너의 얼굴은 사라지니 너는 나타난다. 거기 나의 얼굴을 묻는다.
  • 아, 나는 순간에 일어났던 세상의 일을 다 담지 못하겠다.
  • 달 위에 해 위에 물 위에 너의 얼굴을 그린다.
  • 순간은 영원하다.
  • 한 순간이라도 진실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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