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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2월 20일 (수) 12:10 기준 최신판
- 바다 위로, 오늘도, 어제처럼 금갈대가 출렁인다. 숲 속으로 내리 뻣어 그늘지던 산길에 살포시 내려앉아 있다. 참 곱다. 사람들이 '이용'하는 길이라 닳고 달았지만 땅은 땅으로 오늘도 사람들을 받아들고 있다. 바다로 쏙 나온 바위에 서 있노라니 바다가 西로 움직이다. 나를 만난 저 물은 여수를 지나고 인도를 지나고 모로코를 지나고 영국을 지나 아메리카 대륙을 돌아 다시 뉴질랜드로 갔다 더러 북극에 얼어붙고 더러 남극으로 돌아올테지. 나를 기억할리 없는 저 물은 멀리 모스크바에도, 사마르칸드에도, 스톡홀름에도, 씨애틀 하늘에서 다시 땅으로 내려 스밀테지. 어쩌면 내 그리움이 사무치면 너는 하늘로 올라 낙엽을 밟고 있을 내게 내려 그때 마침 나는 몸을 열어 너를 받아들일 것이다.
- 물살이 고와서 그리 걸으면 찰랑찰랑 걸을 수 있을 것도 같다.
- 세상엔 '나'라는 것이 있어 바라보고, 귀기울여 듣고, 뻗어 손을 내밀어 잡고, 움켜쥐고, 발을 내딪고, 가슴을 젖히고 닫고, 킁킁 냄새를 맡고, 낼름거리도 쩝쩝거리고 꿀꺽거리고, 숨을 들이쉬고, 내 뱉아 싸고, 흘려내고... 추우면 데우고, 더우면 식히고, 지치면 쓰러지고... 세상의 모든 나가 그렇게 한다. 그런데 왜 나는 지금 여기에 이렇게 서 있나? 과연 어떻게 서 있어서 이제 간다면 어디로 갈까? 쉰다면 어디서 쉴까? 먼지와 물방울과 불에서 시작한 몸은 어느 순간 이 몸을 가지고 태어나 여태 키워왔다. 나는 만지기 전에 만졌고 듣기 전에 들었고 숨쉬기 전에 숨을 쉬었다. 내 혈관 속의 피는 고대의 피고 태평양의 어느 섬의 땅 속을 헤집고 다니는 배암의 피다. 지금 나의 몸은 여기서 더 커질 것도 없고 이 몸은 죽을 때까지 죽어갈 터인데 이 몸을 다 써버리지 않고 남겨두어서 어디다 쓸까? 흙으로 만들어져서 흙으로 돌아갈 몸을 써버리든 써버리지 않든 흙으로 돌아갈 터인데, 써야한다... 무엇에 쓸까? 어디다 둘까?... 석양과 낙엽에게 묻는다.
- 배고프면 먹듯이, 기쁘면 기뻐하고 슬프면 슬퍼했더라면 좋았겠지.
- 생각하고 깨달으려는 의지는 무엇으로부터 비롯되었나? 어쩌면 두려움. 두려움은 어디서 왔나? 내가 걷는데 풀에서 짹짹이던 참새떼가 후루루 난다. 한 녀석이 처음 놀라 뛰니 모두 뛰어 오른다. 호수에 돌이 떨어져 튀듯 튀어 오른다. 숲 속에선 파도 소리가 새소리 바람소리 보다 멀다.
- 기호를 통해 세계를 만난다. 껍질을 통해. 껍질은 껍질의 껍질로 덮혀 있다. 그게 아니면 우리는 세계에 이르지 못한다. 껍질은 영원히 껍질일테지만 그것을 통해서만 껍질 아닌 것을 만난다. 껍질을 통해 다른 껍질로, 다른 껍질을 통해 이 껍질로, 이 껍질에서 저 껍질로 저 껍질에서 그 껍질로. 기호는 기호일 뿐이지만, 내가 만나는 기호와 너가 만나는 기호는 다르다. 그러나 기호 너머는 나나 너나 똑같다. 기호는 미망이지만, 미망없이 어떻게 너머로 갈 수 있단 말이냐? 처음부터 미망이 없이 풀잎 처럼 살아갈 운명을 가지고 태어나지 못했다면, 그래서 미망을 키우고 겹겹이 둘러싸게 되었다면 결국 기호 너머로 가기 위해서는 기호를 지나야 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있고 기호가 껍질인 이상 나는 기호를 지날 수 없다. 기호 너머로 가기 위해서는 기호와 내가 하나가 될 수 밖에 없다. 아니면 내가 사라지거나 기호가 기호가 아니어야 한다.
- 말도 안되는 소릴 왜 이렇게 많이 쓰지? 먹은 것도 없는데 똥만 나오는 것과 같다. 이것도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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