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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6월 14일 (목) 09:38 기준 최신판

홍세와-라모네 대담

-사르코지 당선 뒤 대미·중동 정책의 변화 조짐이 보이는데.

=사르코지의 등장은 (부국강병과 함께 사회복지를 강조하는) ‘드골주의’의 종말을 뜻한다. 프랑스는 미국의 동맹이지만 비판적 동맹이었다. 이제 비판성이나 독립성이 사라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사르코지 스스로 이스라엘의 가장 좋은 친구라고 정의했다. 프랑스가 레바논이나 아랍에 보여온 태도도 바뀔 것이다. 그렇지만 미국과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게 국익에 유리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프랑스식 사회모델이 약화되고 영·미식 자유주의 모델로 변할 위험은 없나?

=그런 우려가 제기된다. 사르코지는 대통령 후보로서 초자유주의적 모델을 제기했다. 이는 전통적 프랑스 사회모델을 와해시키는 것이다. 실행에는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프랑스의 특징에 비춰 사회적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공공 부문이 사회모델의 와해를 용납하지 않는다. 9월에 학교들이 개학하면 저항이 시작될 것이다. 프랑스에는 양립할 수 없는 세력이 30%씩 있다. 한쪽은 초자유주의적, 다른 한쪽은 전통 사회모델을 주장한다. 사회모델의 개혁에 앞서 이런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홍세화-라모네 대담
홍세화-라모네 대담

-우파의 총선 승리는 사르코지의 정책 실행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전임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 정부는 의회 과반수를 확보했지만 작은 사회개혁도 하지 못했다. 빌팽 총리가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회개혁 프로그램을 실천하려면, 각 사회세력과 협상을 해야되는데 성공하지 못했다. 과반수 확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사회적 파트너의 협조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적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

-앞으로 유럽연합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사회적 유럽’은 최상의 대안이자 희망이다. 하지만, 유럽은 자유주의적으로 나가고 있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사르코지 당선이 이런 변화를 의미한다. 유럽연합 문제는 유럽연합을 확대하느냐, 정체성을 심화시킬 것이냐의 선택이다. 터키 가입 여부가 결정적이다. 사르코지는 유럽헌법의 핵심만을 모은 ‘미니협약’을 생각하고 있는데, 여론의 저항을 넘어서는 한가지 방법이다. 유럽연합이 심화보다는 확대를 추구하면서 문제가 드러났다.

-프랑스는 2년 전 유럽연합 헌법을 부결시켰다. 좌파는 헌법을 부결시킨 민중의 힘을 대변하지 못한 것 같다.

=현재 프랑스 좌파는 지적인 측면에서 떨어진다. 세계화 시대에 걸맞는 독자적 대안이 없다. 지적 싸움에서 졌다. 사르코지는 지적 싸움의 승리자다. 좌파는 분열돼, 대안을 만들어낼 능력이 없다. 좌파는 앞으로 5~10년 간 지적으로, 정치·이데올로기적으로 갈고 닦는 시기를 겪어야 한다.

-미국은 이라크 전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일극체제의 쇠퇴징조로 볼 수 있나?

=이라크 상황은 압도적 힘을 갖춘 미국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관타나모 수용소 등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미 행정부는 윤리적·군사적 정당성을 상실했다. 이란과 북한 문제에서도 미국의 영향력은 떨어졌다. 지금 지구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기후변화와 석유시대의 종말이다.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실험을 어떻게 보나?

=차베스의 개혁은 많은 나라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반미 자주, 세계은행 탈퇴 등 불가능할 것 같은 많은 일을 해냈다. 극빈층을 위해 석유자금을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은 아랍국가 등에 시사하는 점이 크다. 또 민주적이고 합법적으로 당선돼, 미국을 중심으로 한 단일한 사고와 세계화 강요세력에 저항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미주를 위한 볼리바르 대안’(ALBA) 등 상생의 모델도 제시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연구해볼 만한 모델이다. 라틴아메리카는 물론 제3세계 전체의 준거가 된다.

-아시아에서 일본의 민족주의 흐름 강화가 우려된다.


=아베 신조 총리의 정치적 노선과 관련돼 있다. 우려할 만하다. 헌법이나 자위대 지위를 바꿔 재무장하려는 것이다.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는 데는 일본이 적절하다는 미국의 판단도 개입돼 있다. 미국은 일본의 재무장을 바란다.

북한을 이용해 긴장을 고조시킨 뒤 일본의 재무장을 정당화하려 하고 있다. 북한은 위험하지만 큰 위협은 아니다. 일본의 핵무기 보유 가능성도 우려스럽다. 한국이 이 지역에서 긴장을 누그러뜨리는 구실을 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은 적임이다. 한국과 북한의 평화적 통일이 중요하다. 평화통일을 통해 아시아 안정에 이바지해야 한다.

-한국이 미국과 맺는 자유무역협정(FTA)의 영향은?

=어떤 나라든지 경제적으로 우위인 나라와 협정을 맺으면 종속되고, 고통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볼리비아 등 남아메리카의 많은 나라들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거부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어떤 면에서 강요된 것이다.

미국의 캘리포니아산 쌀 등 농산물이 한국에 위협이 된다. 한국은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는 등 만화·영화·음악 등 문화적 다양성이 풍부한 나라다. 하지만 보호장치가 사라진 뒤 어떻게 될지 걱정된다.

정리 김순배, 사진 김경호 기자 marcos@hani.co.kr

라모네는?

프랑스의 국제문제 전문 월간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사장 겸 편집인이며, 파리7대학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다. 신자유주의 흐름에 맞서 반세계화 이론을 펴온 프랑스의 대표적 지식인이다. <21세기 전쟁> <아메리카-미국, 그 마지막 제국> <소리없는 프로파간다> <혼돈의 지정학> 등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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