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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ha (토론 | 기여)님의 2008년 9월 23일 (화) 00:30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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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토익 980 안마사…슬픈 현실이죠” ‘장애인 고용현실’ 다큐 만든 시각장애인 노동주씨

“쉽지 않겠죠. 그래도 영화감독을 꼭 해볼 거예요.”

1급 시각장애인 노동주(26·광주시 북구 운암동·사진)씨가 영화감독이 됐다. 그의 첫 작품인 <당신이 고용주라면 시각장애인을 고용하겠습니까>라는 제목의 13분19초짜리 다큐멘터리가 27일 오후 1시 <한국방송>(KBS)의 열린채널 프로그램을 통해 전국에 방영된다.

노씨는 고교 2학년 때 난치성 희귀질환인 다발성 경화증(면역체계 이상으로 뇌와 척수 등 중추신경계 세포가 자기 몸을 공격하면서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운동마비·언어장애·시각상실 등이 나타남)을 앓았다. 하반신이 마비로 학교를 자퇴한 그는 검정고시를 통해 조선대 환경공학과에 진학했다. 대학 2학년 때 잠복했던 몹쓸병이 재발해 시력을 잃어갔지만 그는 대기환경기사·수질환경기사 등 자격증 7개를 따냈고, 토익점수를 980점까지 끌어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졸업 뒤 현대·동부 등 대기업 10여 곳의 서류전형에 합격했지만 면접에만 가면 번번히 고배를 마셔야 했다. 좌절한 그는 지난 3월 광주지역 시각장애인 특수학교인 세광학교 취업반에 안마와 침술을 배우러 들어갔다. 애초 영화감독을 꿈꾸며 수천 편을 섭렵했던 그로서는 눈물어린 진로수정이었다.

“이 학교에서 생각을 많이 고쳤어요. 저처럼 중도 장애는 선천 장애에 견줘 얼마나 형편이 나은지도 알았어요. 재능이 뛰어나도 기억이 비상해도, 시각장애인은 안마사 말고는 일자리가 없다는 현실에도 가슴 아팠어요.”

이런 이유로 그는 다시 영화감독이 되기로 했다. 맨먼저 ‘빛을 찾는 작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해보기로 했다. 6월 한달 동안 6㎜ 캠코더를 들고 학교 안팎에서 열심히 촬영을 했다. 아나운서가 되고 싶은 임한나와 클라리넷 연주자를 꿈꾸는 박제윤을 주인공으로 삼아 세광학교 아이들의 다양한 재능을 담고, 거리에 나가 솔직하나 안타까운 시민의 반응들을 땄다. 90분짜리 테이프 13개가 모였다.


“명암과 색깔로 어렴풋이 사물을 구분할 정도인 시력이지만 20년 넘게 세상을 봐왔기에 작은 빛만으로도 구도를 그릴 수 있어요. 가까운 거리는 직접 찍고, 먼 거리는 친구 전성용의 조언을 들으면서 촬영했어요. 비장애인이 2~3번 찍으면 마무리할 장면을 20~30번씩 반복해야 했지만 한없이 즐거운 작업이었어요.”

그는 중학교 친구 전씨한테 여러차례 고마움을 표했다. 발병 사실을 숨기고 연락을 끊은 자신한테 끝까지 관심을 보였고, 영상물을 만든다고 하자 대본을 쓰고 편집을 돕는 등 옆자리를 지켜줬기 때문이다.

“이제 영화감독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환하게 웃는 그는 2년 뒤 정식 데뷔를 목표로 시나리오작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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