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809-1

DoMath
Parha (토론 | 기여)님의 2006년 8월 9일 (수) 18:07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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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지독하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알 수 없는 쓸쓸함 때문에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겠더니,

서둘러 쓰고 지우고 닦고 치우고 다지고, 바다를 보고 들어와 천장을 보는 사이

쓸쓸함은 울렁거림으로 변했다.

오늘 러시아로 사람들이 떠났다. 그 일은 내가 지난 두 해 했던 일 중에 가장 보람되었던 일이었다.

러시아를 모르는 대부분의 교사들과 한국을 모르는 러시아 사람들이 수업을 하고 받는 것이다.

이 주 동안 틈이 내서 모스크바와 모스크바 근교 몇 군데 그리고 뻬떼르부르크를 이틀 돈다.

아침 부터 밤까지 함께 한다. 예상치 않은 일들이 일어나지만 별스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런 일에서도 내가 흥미를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일을 그만둘 때 가시가 목에 걸린 것 처럼 마음에 걸렸다.

다행히 올해까지는 무사히 떠났다. 에둘러 돕긴 했다. 함께 일할 기회에서 몇 번 뒤로 빠졌다.


나는 떠나는 것이 좋다.

떠나 있는 동안도 좋지만, 떠나려고 차를 기다리고 차가 출발하기까지 드는 설레임이 좋다.

떠나 있다는 것은 별 수 없는 일이다. 나는 여기서도 떠나 있기만 할 뿐, 나는 어디에 있느냐 하면

결국 여기 있을 수 밖에 없는데도 떠나 있고 거기 있어도 떠나 있다.


사랑에 빠진 친구가 들떠 이야기를 하고 속이 상해 있었다.

나는 마른 얼굴로 마른 입술로 이야기를 했다.

연애 감정이란 것을 나는 모른다. 앞으로도 모를 것이다. 영영 알 수 없을 것이다. 다행이다.

알 수 없어야 한다.


이토록 마음이 떨리다 마침내 깨져버린 것 같은 건 벌써 여러날 동안 없던 일이다.

그 이유는 모른다.


'내린천'을 흘러 휘어도는 물길이 보인다. 물이 있고 강이 있거나 강이 있고 물이 있는 것이 아니다.

물은 마른 입술로 내게 말을 걸었다. 떠나고 떠나지 않는 걸 네가 영영 알 수 있겠느냐.

언제 생긴 건지, 어디서 굴러 먹다 온 건지 모를 돌을 주워 들었다.

거친 물살에 던져 넣었다.

돌은 오늘도 어디선가 구르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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