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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Math
Parha (토론 | 기여)님의 2006년 10월 30일 (월) 22:31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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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없는 世代'

--- 볼프강 보르헤르트 (김주연 역, 민음사, 1975초판, 1990개정 2판)


우리는 서로 만남도 없고, 깊이도 없는 세대다. 우리의 깊이는 나락과도 같다. 우리는 행복도 모르고, 고향도 잃은, 이별마저도 없는 세대다. 우리의 태양은 희미하고, 우리의 사랑은 비정하고, 우리의 청춘은 젊지 않다. 우리에게는 국경이 없고, 아무런 한계도, 어떠한 보호도 없다 - 어린이 놀이터에서 이쪽으로 쫓겨난 탓인지, 이 세상은 우리에게 우리를 경멸하는 사람들을 건네 주고 있다.


그들은 그러나 우리에게 이 세상의 모진 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우리 마음이 의지할 수 있는 신을 마련해 주지는 않았다. 우리는 신이 없는 세대다. 왜냐하면 우리는 서로 만남도 없고 과거도 없으며, 감사할 아무런 것도 있지 않은 세대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의 모진 바람은 우리의 말, 우리의 가슴을 따가운 길거리, 그리고 한 길이 넘게 눈이 쌓인 길거리에서 헤매가 하였으며, 우리로 하여금 이별을 모르는 세대가 되도록 하였다.

우리는 이별이 없는 세대다. 우리는 이별을 체험할 수도 없고, 또 체험하지 않아도 좋다. 우리가 자칫 발길을 잘못 두면 거리를 헤매는 우리의 가슴에는 영원한 이별이 못박아지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아침에 이별을 보게 될 하룻밤을 위해서 우리의 가슴은 조마조마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우리는 이별을 극복할 것인가? 그대들, 우리와는 다른 그대들처럼 이별을 겪으면서, 그대들과 같은 이별을 그때마다 우리가 맛보려고 한다면, 우리의 눈물은 어떠한 둑도, 그 둑이 설령 우리 조상이 쌓은 것이라 해도 결코 막을 수 없는 홍수로 넘치게 할 것이다.

그대들이 체험한 것처럼, 1 킬로미터마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이별을 일일이 체험할 힘이 우리에게는 없다. 우리의 가슴이 침묵한다고 해서 우리 가슴이 말할 소리가 없다고 하여 그대들, 말하지 말라. 그럴 것이 우리의 가슴은 서로서로의 만남, 이별과 같은 말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우리의 가슴이 우리가 당하게 될 모든 이별에 다정하게 슬픔을 나누고 위안을 나누면서 다시 힘을 찾을 수 있다면, 그때엔 참된 이별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이별은 그대들의 그것에 비해 쉴새없이 일어나는 것으로써 그때마다 우리의 민감한 가슴에서 일어나는 외침이 크게 자라나, 그 결과 그대들은 매일 밤 그대들 침대에서 우리를 위한 신을 기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듯 우리는 이별 없는 세대에 살고 있다. 우리는 이별을 부인하며, 우리가 떠날 때엔 아침마다 이별을 잠들게 한다. 이별을 막고 이별을 아낀다. - 우리들을 위해서, 또한 떠나는 사람들을 위해서 그것을 아낀다.

마치 도둑처럼 이별 앞에서는 몸을 숨기며 사랑은 가진 채 이별을 남긴다.

마치 하늘의 별처럼 우리는 무수히 만나지만, 만나도 그것은 짧고, 진정한 이별은 없다. 하늘의 별들은 서로 가까이 와서 잠시 자리를 함께 하지만, 다시 멀어진다. 흔적도 없고 연결도 되지 않으며, 이별도 모르는 채 멀어진다.

우리는 스몰렌스크 성당에서 만난다. 그리하여 한 쌍의 부부가 된다 - 그리고 난 다음 우리는 그로부터 각자 몸을 감춘다.

우리는 노르만디에서 만난다. 부모와 자식처럼 만난다. 그리고 난 다음 그로부터 우리는 각자 몸을 감춘다.

우리는 핀란드의 호숫가에서 만나서 하룻밤 사랑을 속삭인다 - 그리고 난 다음 그로부터 각자 몸을 감춘다.

우리는 베스트팔렌에 있는 농장에서 만난다. 서로 즐기다가 애를 낳는다. - 그리고 난 다음 우리는 각자 몸을 감춘다.

우리는 거리의 어느 지하실에서 만나 허기와 피로를 느낀다. 별로 하는 일 없이 편하고 충분한 수면을 취한다. - 그리고 난 다음 각자 몸을 감춘다.

우리는 이 세상에서 만나, 서로 함께 지낸다. - 그리고 난 다음 각자 몸을 감춘다. 우리는 아무 만남도 없고 오래 머물지도 않고 이별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별을 모르고, 제 가슴에서 나는 소리를 두려워하며, 도둑처럼 그 자리에서 몸을 숨기는 세대다. 왜냐하면 우리는 고향이라고 할 만한 돌아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가슴을 어루만져 줄 만한 사람이 우리에게는 없다. - 우리는 이별 없는 세대가 되었고 돌아갈 고향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미래가 있는 세대다. 어쩌면 우리는 새로운 생활, 별의 세계로 가는 세대일 것이다. 새로운 태양 아래에서 새로운 가슴을 가지려고 희망하는 세대다. 아마도 우리는 새로운 사랑, 새로운 웃음, 새로운 신에 대해서 넘치는 희망을 갖고 있는지 모른다.

우리는 이별 없는 세대. 그러나 우리는 모든 미래가 우리의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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