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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Math
Parha (토론 | 기여)님의 2006년 11월 5일 (일) 16:24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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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침, 컴퓨터에 이런저런 걸 쳐 넣고 있는데 라디오서 '센티멘탈 모짜르트'라는 특집 방송을 한다. 주말엔 피아니스트 김주영이라는 분이 음악을 소개하고 연주자들과 이야기하는 날인데, 오늘은 자신이 직접 연주하고 말하고 바쁘다. 아홉시부터 내내 틀어두었기 때문에 그냥 흘러가도 되는데, 하나부다, 했는데, 첫곡이 D단조 환상곡이었다. 아, 모-짜르트! 거실로 나갔다 왔다. 이어지는 바이얼린과 피아노 역시 단조곡이다. 중간에 장조가 끼어 어렴풋한 밝음이 드러난다는데... 일을 더 할 수 없었다.
  • Mozart의 음악에는 감정이 살아 있다. 어떤 감정도 극단으로 치닫지 않는다. 물론 서양이건 동양이건 '고전화된 음악'들은 그런 경향을 띤다. 모짜르트는 정상에 있지 않은지? 모든 감정들이 '순수한' 감정들이고 그 순수한 감정들이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한다. 어떤 음악은 슬픈데, 슬프면서도 기쁨이 있고... 기쁜데, 아스라한 슬픔이 느껴진다. 모짜르크가 표현하는 감정은 어린이 같으면서도 세계관에 대한 웅장한 이야기가 있고 웅장한 이야기도 심각하다가 군데군데 튀고 풀어지는 것 같다. 모짜르트는 위대한 시인이다.
  • 보름이 다 되었나보다. 명쾌하게 둥근 달이 송정쪽에서 떠 올라 왔다. 봄같지 않게 바다에서 이미 높이 올라서 버렸지만, 멀어서 그런지, 곱다. 곱디 고와서 하늘에 떠 있는 보름달을 보고 있는데도 보름달이 그리웠다. 그리움이란...
  • 산에 다녀왔다. 올라갔다 내려와서 산을 즐기지 않았다. 내려오는 길에 전화받으니 땀이 식으려 해서 몸이 차졌다. 땀으로 몸이 범벅이 되었다. 예전에 비해 허해진 것은 분명하다. 자전거를 빨리 몰아 집으로 왔다. 땀이 바람에 식으면서 페달을 힘껏 밟으니 땀이 또 밀어나온다. 오랜만에 뜨거운 물에 몸을 담궜다. 불을 끄고 불을 감고 깜박 잠이 들었다. 일어나니 몸이 으스스 떨린다. 창가로 나가 열어보니 바람이 세다. 컴터 앞에 앉으니 실실 졸릴라한다. 아침에 커피 마시면 더는 생각 안나는데 커피향이 코끝을 간지럽힌다. 커피를 갈아 불에 올렸다. 바람이 세서 창을 모두 닫아서 커피향이 가득찬다. 차를 마실까 했지만, 몸에 불기운이 더 어울릴 것 같았다. 차는 물기운으로 느껴진다. 어렴풋이 새벽이 밝아질 때 까지 잠을 안잤다. linux부분에 문제가 생기기도 했고 쓰던 수학 글 정리하느라. 보름달이 자꾸 부르는 것 같아 눈에 아른거릴 때마다 창가로 나가보았다. 이미 머리 꼭데기로 올라섰다. 세상이 고요하니, 더 밝아졌다. 마음을 완전히 비운, '滌除玄覽 의 달'이로다. 달이 대상에서 마음으로 생명으로, 연인처럼, 하느님처럼... 아가처럼, 어두운 밤 만물을 고루 비추는 저 은은함, 저 수동성... 달의 수동성... 아름다움이 지극하다. 저 달 너머 보이지 않는 밤이다. 새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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