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1230-1

DoMath
211.249.225.76 (토론)님의 2006년 12월 30일 (토) 18:01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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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2월 30일, 산책

붉은 햇빛이 일렁이는 바다 위로 낮아 길게 드리운다.
갔던 길을 되돌아 올 때 즈음 붉은 해가 커다랗게 부풀어 바다 저쪽 산과 산 사이에 살짝 걸쳐 떠 있다.
바다로 돌출한 바위 위에 서서 더 붉게 타들어가면서 몸을 숨기는 태양을 보고 섰다.
온갖 잡새들이 야단이다.
바다는 거세게 바위를 치고 펑- 푸우우, 쳐 올랐다. 바다는 포효한다.
태양이 산과 산 사이 만든 가랑이 사이로 잠겨든다.
파도가 쓸어내는 자갈들 소리는 불꽃놀이다.
뿌아앙 기차가 넘어간 태양을 쫓아 달려들어 지나간다.
붉은 빛은 흔점만 남기고 사라지고 나는 되돌아 길을 간다.
떨어져 마른 나뭇잎들은 산산히 부서져 땅으로 되돌아간다.
새 한마리가 몇걸음 앞서 날아 가는 가지를 흔들거리며 섰다 다가가면 또 몇걸은 앞서 날아 선다.
새들이 야단이다. 온갖 잡새들이.
이 길을 따라 걸을 때 하얗고 분홍 봄꽃들이 져 있었다.
이 길을 따라 걸을 때 몸이 익으며 땀을 쏟아내었다.
이 길을 따라 걸을 때 나무들이 몸을 드러내었다.
이 길을 따라 걸을 때 파도들이 일어서고 누었다.
그 누가 이 길을 함께 했던가.
길에 어둠이 내리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발길을 재촉하여 이내 뜸해진다.
바다가 땅가, 자갈들이 쿠르릉 쿠르릉 쓸어내린다.
청사포구에 불빛들이 하나둘 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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